"뉴진스처럼 나도 할래요"…1020 푹 빠진 놀이에 엄마 '한숨' [김세린의 트렌드랩]

김세린 2024. 7. 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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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1020세대 사로잡은 '별다꾸'(별걸 다 꾸미기)
트렌드 확산하자 유통업계 '마케팅' 경쟁 치열
굿즈 마케팅 세분화·원조격 모신 공간 마케팅도
사진=연합뉴스


"다이어리, 휴대폰 꾸미는 걸 보고 그럴 수 있지 했는데… 딸아이가 텀블러에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이기 시작하더니 이젠 ‘수능특강’ 교재에 열쇠고리를 다네요."

최근 서울 강남 대치동 소재 카페에서 한 학부모는 이 같이 말했습니다. 다른 학부모들도 "우리 애도 꾸미기 재료 산다고 매일 같이 무인문구점에 간다. 요즘엔 꾸미기 재료 판매대가 따로 있다", "우리 아이는 온갖 꾸미기는 다 하겠다고 인스타그램에서 정보를 알아 와서 매 주말 팝업스토어에 간다"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다양한 재료를 펼쳐두고 '신발 꾸미기'를 하는 가수 현아.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말 그대로 '별다꾸'(별걸 다 꾸미는) 트렌드가 뜨고 있습니다. 별다꾸는 10~20대 사이에서 개성을 표현하는 놀이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블랙핑크 뉴진스 르세라핌 등 K팝 가수들이 가방과 신발을 꾸미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속 노출하며 대중화됐고 꾸미기 트렌드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가방, 신발 다이어리 등 패션 아이템을 넘어 텀블러, 블루투스 이어폰, 화장품 등 생활필수품까지 번진 것입니다.

사진=에이블리 제공


20일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알에스엔(RSN)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RSN이 블로그와 카페, SNS를 분석한 결과 꾸미기 관련 키워드는 총 142만4309건 검색됐습니다. RSN은 보고서를 통해 "보통 유행은 3~4개월 지나면 급격하게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면서도 "별다꾸는 2020년도부터 점점 정보량이 오르다가 2021년 1월부터 정보량이 급상승했다"고 전했습니다.

별다꾸와 관련해 다수 검색된 단어는 크게 12가지로 다양했습니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신꾸(신발 꾸미기) △백꾸(가방 꾸미기) △화꾸(화장품 케이스 꾸미기) △폰꾸(휴대폰 케이스 꾸미기) △팟꾸(에어팟 꾸미기) △카꾸(카드 꾸미기) △깊꾸(기프티콘 꾸미기) △텀꾸(텀블러 꾸미기) △탑꾸(포토카드 꾸미기) △수꾸(수능특강 표지 꾸미기) △노꾸(노트북 꾸미기) 등이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꾸미기 관련 굿즈를 제품과 함께 판매하는 '꾸미기 굿즈 마케팅'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굿즈 마케팅은 굿즈를 활용해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공략하는 것을 말합니다. MZ(밀레니얼+Z)세대에게 굿즈란 한정판 제품을 갖는 느낌,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캐릭터 상품을 수집하는 하나의 트렌드죠. 이런 굿즈를 상품과 함께 판매해 하나의 마케팅 전략으로 삼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17일 배스킨라빈스는 7월 이달의 맛 '블루 서퍼 비치' 출시를 기념해 여름 바캉스에 어울리는 '젤리 백꾸 세트'를 선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 세트는 젤리백, 꾸미기용 젤리참 4종, 파우치로 구성됐습니다. SPC 관계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참이나 인형, 키링 등을 활용해 가방을 꾸미는 트렌드가 형성됐다"며 "이번 굿즈도 코디나 기분에 따라 아이템을 교체해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게 기획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SPC 제공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이 디자이너와 협업한 꾸미기 관련 굿즈도 인기입니다. 에이블리에 따르면 지난 5월 에이블리 라이프관 '자체 제작 폰케이스' 주문 수는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해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 기간 거래액도 80%나 뛰었습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폰케이스 꾸미기 등 유행으로 테크 액세서리가 패션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며 "폰케이스로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고객이 다양한 마켓과 탄탄한 상품력을 갖춘 플랫폼에 모여들며 거래액 성장을 견인했다"고 귀띔했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꾸미기 트렌드를 적극 활용한 기업의 팝업스토어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공간의 효용성에 주목해 제품 외에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판매 공간에 녹여냄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높이고 자연스럽게 판매를 유도하는 '공간 활용 마케팅' 전략입니다. 이런 마케팅은 대체로 팝업, 일러스트 전시회, 문구용품 부스 등을 통해 펼쳐집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6일 전 세계에 '신발 꾸미기 열풍'을 몰고 온 '반센'의 국내 첫 공식 팝업스토어를 열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반센은 앞서 지난해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ASICS)와 협업해 한정으로 출시한 스니커즈가 큰 화제를 모으며 전 세계 품절 대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이는 아식스의 클래식 모델인 젤 카야노14에 세실리에 반센 특유의 플로럴 장식과 자수 디테일을 가미한 상품. 출시 직후 동나며 리셀가가 정가의 5배가량에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사진=신세계인터네셔날 제공


이후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하지 못한 고객들 사이에서 아식스 젤 카야노 본품을 구입해 레이스와 꽃장식, 진주 등으로 직접 꾸미는 현상이 시작됐고 그러면서 세계적인 신발 꾸미기 열풍이 불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다음달 16일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분더샵 더 스테이지에서 2차 팝업 스토어가 열립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매장 운영 기간 다양한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국내 소비자들과 접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낙영 알에스엔 데이터사이언스(DI) 그룹 상무는 "MZ세대는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져 이를 다양한 물건에 반영하려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작은 사치, 이른바 '다꾸템'을 통해 일상의 즐거움을 찾고 있다"며 "이런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기업들이 소비자의 요구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근엔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이 찾는 트렌드는 빠르게 변합니다. '왜 이걸 먹고, 찾고, 즐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젊은 문화. 유통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즐기는 것들이 기업 마케팅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깁니다. 다양한 트렌드를 다루고 연구하는 김세린의 트렌드랩(실험실)에서는 '요즘 뜨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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