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영 등산, 남편은 축구…환갑 넘어서도 부부 금실 좋아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할 때 부부는 함께 축구장으로 갔다. 매일 수영을 하던 아내가 스포츠시설이 폐쇄되자 축구하는 남편을 따라나선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스포츠시설이 거의 다 폐쇄됐는데 지방에선 축구장을 개방하는 곳이 있었다. 김선여 씨(63)는 매주 토요일 남편 신재철 서울 동대문60대축구상비군 단장(66)이 축구하는 곳에 따라가 응원하고 있다.
“제가 몸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요. 주말을 함께 보내던 남편이 축구한다고 나가면서 저도 뭔가를 해야 했고, 주변에 등산하는 사람들이 있어 산을 타게 됐죠. 또 제가 물속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집 근처에 수영장이 생긴 거예요. 바로 등록했죠.”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부터는 수영을 할 수 없어 남편 따라 축구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김 씨는 이젠 주말 토요일은 남편 축구 응원하고, 일요일은 등산하는 게 루틴이 됐다.
‘스포츠 천국’ 미국 헬스랭킹에 따르면 WHO 기준에 맞게 운동하는 사람은 23%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엔 주말에 축구하거나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통 축구는 25분씩 3~4경기를 뛴다. 75분에서 100분의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이다. 등산은 한번 하면 1,2시간에 끝나지 않는다. 보통 4~6시간 걸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240분 이상 하는 셈이다. 주말 축구, 등산으로도 건강을 잘 지킬 수 있다는 얘기다. 골키퍼를 주로 하면서도 필드플레이어로도 뛴다는 신 단장은 “크고 작은 부상은 있었지만 건강에는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축구가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어요. 그라운드를 누비는 남편팀을 응원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당일 일정은 물론 강원도 평창 등 1박2일 일정도 따라다녔죠. 1박2일로 갈 땐 콘도나 펜션에서 여러 사람과 맛있는 것도 먹으며 수다도 떨어 좋더라고요. 제가 따라다니니 다른 회원들 아내들도 나와서 3~4명의 응원단이 꾸려졌어요. 상대팀에 음식과 음료수 등도 나눠주죠. 이제 상대팀에서도 저 모르면 간첩이에요. 상대팀 회원들이 화장품과 영양제 등도 가져다줘요. 토요일엔 맘껏 소리 지르며 응원하고, 일요일엔 조용히 산을 오르죠.”
축구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손흥민(토트넘)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국내 프로축구, 한국 축구대표팀 경기도 남편과 함께 자주 관전한다. 그는 “기술과 전술은 잘 몰라도 패스해야 할 때, 슈팅해야 할 때는 안다. 그래서 회원들이 실수하면 ‘그것도 못 하냐?’고 야유를 보낸다”고 했다. 축구를 직접 해보려고 시도하기도 했지만 나이가 많다고 받아주는 팀이 없어 포기하고 응원만 한다고 했다.
김 씨는 5년 전 노원구 공릉동으로 이사 간 뒤에도 새벽 수영은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한다. 그는 “새벽에 지하철을 타고 제기동으로 와서 6시부터 수영을 시작한다”고 했다. 수영은 삶의 활력소다. 하루라도 안 하면 몸이 찌뿌드드해 하루가 엉망이 된다. 물속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샤워를 마치면 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 그럼 하루가 즐겁다. 수영한 뒤에는 복지관 근처 남편 공장(스카프 손수건 등 제조)으로 가서 일을 거든다. 김 씨는 “우리 부부는 제가 수영하고 등산 갈 때 빼고는 같이 붙어 다닌다. 남들은 ‘아직도 그러느냐’고 말하면서도 부러워한다”며 활짝 웃었다. 두 부부는 결혼해서 아직 각방을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신 씨는 “아내가 뭐든 건강하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다. 코로나19 때문이지만 부부가 함께 축구장에 가면서 금실이 더 좋아졌다. 부부가 함께하는 취미가 있으면 사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나 때렸던 선생 나와” 중학교 뒤엎은 20대, 알고 보니
- 휴가 나온 군인에게 재룟값만 받은 식당 주인…몇 시간 뒤 일어난 일
- “지우개 가루 난리 났다.”…음식점서 아이 영어 공부시킨 부모 [e글e글]
- 민주 당대표 제주 경선 온라인 투표… 이재명 82.5%·김두관 15.0%·김지수 2.5%
- ‘IQ 276’ 역사상 가장 높은 IQ로 공식 발표된 한국인
- 지하철서 맨발로 드러누워 ‘쿨쿨’ 잠든 승객 “깨워도 소용없어”
- 실수로 차 긁자 “제가 수리할게요”…대인배 차주의 한마디 [e글e글]
- 동네에 걸린 복권 1·2등 현수막 보고 “어, 나네?”
- 음주 운전 사고 낸 뒤 편의점서 소주 마신 50대, 무죄→유죄…왜?
- 안정환 “2006 월드컵 당시 자기가 감독 노린사람 많아”…김남일 “감독 2명인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