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들어봤다" 20%도 안돼··· 홍보 활성화 필요 [여론 속의 여론]
2023년 6월 대한민국은 충격에 빠졌다. 수원의 한 아파트 가정집 냉장고에서 생후 1일밖에 되지 않은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된 것이다. 아이의 엄마는 아기를 출산한 직후 살해해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었으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아기를 낳자마자 살해했다고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이는 감사원이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정기감사를 벌여, 2015년~2022년 태어났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2,236명을 파악해 생사를 확인하던 중 발견된 사례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산부인과 등 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출생신고를 통보하는 ‘출생통보제’와 임산부가 신원을 숨긴 채 의료기관에서 출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 법안이 작년 국회를 통과했고, 7월 19일부터 시행됐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제도 시행을 앞둔 지난 6월 27일 ~ 7월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에 대한 인지도와 인식을 조사했다. 제도의 시행을 통하여 우리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우려 점은 무엇인지 확인해보았다.
출생통보제 들어봤다는 사람 중에서도 내용을 잘못 알고 있는 응답자 65%
출생통보제에 대해 들어봤다는 응답은 20%에 불과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으며, 7월에 시행된다는 것을 안다는 응답도 18%에 불과했다. 출생통보제는 아이가 태어난 의료기관에서 행정기관에 출생사실을 통보하는 것을 의무로 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부모도 기존과 마찬가지로 출생신고를 행정기관에 직접 해야 한다. 그럼에도 출생통보제를 ‘들어봤다’는 응답자의 65%는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면 부모가 출생신고를 직접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 출생통보제에 대한 인지도와 이해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에 비해 아직 출생통보제의 인지도는 낮은 수준이다.
응답자에게 출생통보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후, 이 제도를 통해 예상되는 정책 효과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잊거나 고의로 하지 않는 경우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85%, ‘의료기관이 직접 출생 사실을 통보하므로 출생 기록의 정확성을 높인다’는 의견에도 82%가 동의해 출생통보제를 통해 기대되는 긍정적 효과에 대한 동의 수준은 높았다. 반면, 출생통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나 착오, 출생신고의 부담으로 낙태나 비인가 시설에서의 출산 증가 등 출생통보제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효과에 동의하는 응답은 50%대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출생통보제와 함께 시행되는 ‘보호출산제’에 대해 물었다. ‘보호출산’이란 위기임산부가 출산 및 양육과 관련된 각종 지원과 정보를 제공받고, 필요한 서비스에 대한 연계와 상담을 모두 마쳤음에도 ‘보호출산’을 신청할 경우, 임산부의 개인정보를 비식별화(가명 처리)하고 출산하는 것을 말한다. 보호출산제 역시 들어본 적 있다는 사람은 14%로 인지도가 낮았다.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보호출산제도의 대상이 되는 ‘위기임산부’를 “임신 중 여성 및 분만 후 6개월 미만의 여성으로서 경제적 · 심리적 · 신체적 사유 등으로 인하여 출산 및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으로 정의한다. 이 ‘위기임산부’에 구체적으로 누가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국민에게 물었다. ‘청소년 임산부’, ‘신체/정신/지적장애를 가진 임산부’, ‘본인 의사에 반하는 관계로 임신하게 된 임산부’가 위기임산부에 해당된다는 응답이 70% 이상으로 높았고, ‘저소득 임산부’, ‘장애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태아를 임신한 임산부’는 60% 이상, ‘이혼을 앞둔 임산부’, ‘낙태를 고민하고 있는 임산부’는 50% 이상으로 위기임산부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우리 국민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임신중절, 유기, 입양 등 임신·출산에 갈등하고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임산부는 위기임산부 상담 및 지원과 보호출산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호출산제 긍정적 효과 기대하지만 우려하는 의견도 높아
보호출산제는 출생통보제와 함께 시행되는 제도이다.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출산을 한 의료기관이 행정기관에 아동의 출생을 통보하게 된다. 이에 보호출산제 도입 과정에서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거나 아동을 직접 양육하기 어려운 산모는 오히려 의료기관에서의 출산을 기피하고 낙태를 선택하거나 비인가 시설에서의 출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보호출산제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에 대해 우리 국민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보호출산제가 위기임산부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77%), 최초 정책 도입 취지대로 아동 유기나 병원 외의 비인가 시설에서의 출산을 막는 데도 기여할 것(75%)이라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 동의하는 응답은 75%를 상회했다. 그러나 보호출산제의 시행으로 제도를 만들 당시에는 알 수 없었던 보호출산을 원하는 새로운 수요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72%가 동의했으며, 보호출산제가 산모의 가명출산을 허용함으로써 아동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의견도 62%가 동의해 보호출산제의 기대 효과는 긍정·부정 의견 모두 높게 나타났다.
정부에서는 보호출산제의 초기 상담 과정을 통해 위기임산부가 아이를 출산하고 스스로 양육하는 것을 장려해서 보호출산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제도적 효과에 대해서 동의하는 응답은 56%이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30%이다. 특히,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0대 미만의 젊은 연령대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았으며, 20대와 30대의 경우 동의하는 사람과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엇비슷했다. 정책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젊은 연령대에서, 보호출산제의 시행으로 인하여 가명출산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효과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안정적으로 시행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위기임산부 상담기관/상담전화 활성화와 홍보(55%)’ 및 ‘구체적인 법률안 마련과 시행을 위한 시스템의 개편(54%)’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 외에도 ‘한부모 가족 및 위기임산부 지원 사업 확대(40%)’와 ‘위기임산부에 대한 사회적 편견 개선을 위한 캠페인(30%)’이 뒤를 이었다.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는 어둠 속에 숨고, 숨기려 했던 생명을 국가의 제도라는 양지 가운데에 나오게 하여 보호하고자 만들어진 제도이다.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가 잘 되어 있다 하더라도 사회에 대한 신뢰가 쌓이지 않고, 위기임산부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위기임산부들이 더 어둠 속으로 숨을 수도 있는 것이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려는 엄마와 살아내려는 아이에 대한 사회의 따뜻한 응원이 바탕이 되어, 이 제도가 위기임산부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이자 태어난 모든 생명이 보호될 수 있는 안전장치로 잘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유승아 한국리서치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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