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년 하계올림픽' 바라보는 서울시…"파리 상황 보며 신중히 판단"(종합)
대륙별 안배 고려 아시아국 유치 확률 높아
메가이벤트 그랜드슬램 넘어 위상 강화 가능
국내 절차, 문체부·체육회 갈등 등 장애물 多
서울시 "파리올림픽 상황 보며 전략적 판단"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이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노리는 서울시의 발걸음이 빨라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예산 25억8300만원을 투입해 2036 하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까지 유치 공감대 형성에 11억9300만원, 유치 신청서 제작에 7억원, 유치 희망도시 대한체육회 부담금 5000만원 등이 투입될 예정이다.
2036 하계올림픽 개최지는 대회 11년 전인 내년 하반기에 확정된다.
2032 서울-평양올림픽 공동 개최를 추진하다 호주 브리즈번에 밀린 서울시는 재차 올림픽 유치에 도전한다.
서울시는 '흑자 올림픽'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부터 2020 도쿄올림픽까지 소요 비용은 최소 5조5000억원(1996 애틀랜타)에서 68조5000억원(2008 베이징)까지로 대회마다 다르다. 직전 올림픽인 2020 도쿄올림픽 비용은 45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서울시 한 해 예산에 육박하는 비용이 들어가는 탓에 대규모 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서울시는 걱정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88올림픽 때 만든 시설과 그간 새로 건립된 국제스포츠 시설을 활용하고 인천·경기지역, 그리고 대학교와 민간이 보유한 스포츠시설을 공동 사용함으로써 시설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잠실과 올림픽공원에 있는 88올림픽 시설을 재활용하는 한편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성 민간 투자 사업을 통해 스포츠 복합단지와 잠실수영장을 새로 확보할 수 있다. 잠실 주경기장까지 리모델링 중이라 국고 투입 없이도 2030년 전후로 올림픽을 치를 만한 최신 시설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이미 경기장 확보 방안도 마련해 뒀다. 시가 올림픽 28개 종목 경기장 확보 방안을 검토한 결과 시내에서 치를 수 있는 종목은 13개, 경기도와 인천시에 있는 경기장을 활용할 수 있는 종목은 9개였다.
신축 검토가 필요한 종목은 6개(2개 경기장)다. 신축해야 하는 경기장 역시 시 차원의 전문 체육시설 설립 계획에 이미 반영돼 있다. 나아가 대학과 민간 소유의 체육시설을 활용한다면 아예 신축하지 않고도 올림픽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이다.
시설 투자 비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선수촌 건립 비용 역시 주택 재개발 사업 등을 활용한 민간 투자 사업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시는 설명한다.
다른 나라 사례를 비춰 봐도 한국의 하계올림픽 재개최는 무리한 도전이 아니다.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이후 2회 이상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는 미국(5회), 영국(3회), 프랑스(3회), 호주(3회), 그리스(2회), 일본(2회) 등 6개국이다.
이들 국가가 평균적으로 50년 만에 2번째 대회를 개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988년 이후 48년이 흐른 2036년은 서울시가 올림픽을 다시 유치하기에 적절한 시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 국가가 하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분위기 역시 무르익었다. 하계올림픽 개최지는 2024년 프랑스 파리,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2032년 호주 브리즈번까지 정해졌는데 이처럼 서방 국가에서 잇달아 대회가 열린 만큼 이번에는 대륙별 순환 개최 원칙에 따라 아시아 국가에서 열려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서울이 하계올림픽 재유치에 성공하면 한국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 그랜드슬램'을 넘어 국제 스포츠계에서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다.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 FIFA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4대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나라는 7개국이다. 1987년 이탈리아, 1993년 독일, 2002년 일본, 2003년 프랑스, 2018년 한국과 러시아, 2022년 미국이 차례로 달성했다. 캐나다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통해 8번째 그랜드슬램 국가가 될 예정이다.
그랜드슬램 달성 국가 중에서는 재개최 사례가 많다. 독일의 경우 하계올림픽과 FIFA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2번씩 개최했고 프랑스는 하계올림픽과 FIFA월드컵을 각 2회(하계올림픽은 2024년에 3번째 개최 예정), 그리고 동계올림픽을 3회 개최했다. 일본은 하계와 동계 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2번씩 개최했다. 이탈리아는 FIFA 월드컵과 동계올림픽을 각 2회(동계올림픽은 2026년에 3번째 개최 예정) 개최했다.
우석대 윤거일·천호준 교수는 '한국의 메가스포츠이벤트 개최사' 논문에서 "그동안의 개최 경험과 함께 주요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기에 메가스포츠 이벤트 재개최와 흑자 달성에 유리하다"며 "한국도 4대 메가스포츠이벤트의 재개최가 가능할 때 성숙기로 나아갈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실제 유치에 이르기까지 서울시가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서울시는 국내에서 먼저 올림픽 유치를 허락 받아야 한다. 올림픽 후보 도시 선정을 위해 유치의향서를 제출해야 하고 서울시의회에서 유치동의안이 가결돼야 한다. 이후 대한체육회 평가위원회 현장 실사를 통과해야 하고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 투표에서 국내 유치 도시로 최종 선정돼야 한다.
중앙정부가 협조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 반면, 서울 올림픽 재유치에는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다.
2022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 총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올림픽 유치를 언급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ANOC 총회는 국제스포츠계의 유엔(UN)총회와 비슷한 위상의 행사였지만 윤 대통령이 올림픽 유치에 관한 발언을 하지 않으면서 서울시 안팎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왔다.
올림픽 재유치를 위해 힘을 합해야 할 파트너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는 점 역시 악재 중 하나다. 서울시로서는 올림픽 유치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기도 전에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를 각각 설득하는 한편 양측 간 중재까지 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국내 과제를 다 해결한 뒤에는 다른 나라 도시들과 더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인도 아마다바드-뉴델리, 중국 칭다오, 인도네시아(도시 미정), 튀르키예 이스탄불, 독일 베를린, 이집트 카이로, 멕시코 과달라하라-멕시코시티, 폴란드 바르샤바 등이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오일머니로 무장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는 물론 영국과 러시아, 헝가리도 유치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올림픽 유치에 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25억8300만원을 편성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유치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며 "파리올림픽 상황을 보면서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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