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남은 일자리도 사라질판”…월급 낮춰달라는 노부부, 이게 무슨 일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4. 7. 2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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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1만원으로 올라
청소·경비 등 노인 일자리 악영향
정부, 올해 노인일자리 2조 투입
100만명에 한달 30~70만원 지급
‘노인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도
“月 100만원대 일자리 만들자”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1.7% 올라 사상 처음으로 1만원을 넘었다. 12일 서울 고용노동청에 최저임금 관련 문구가 적혀있다. [김호영 기자]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내년에 도래합니다. 노동계가 2000년대 들어 외치던 구호가 현실화한 것입니다.

근로자의 소득을 높여준다는 취지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긴 힘듭니다. 다만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할 경우 문재인 정부 때 일어났던 것처럼 취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보통 연간 취업자 증가 폭은 30만명대인데, 2018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서 2018년 취업자 증가 폭은 9만명대 후반으로 대폭 감소)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노인 일자리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복지 차원에서 노인 일자리를 대거 늘리고 있죠. 이번 기획에선 최저임금과 노인 일자리 관계를 파헤쳐보려고 합니다.

저숙련·여성 노동자일수록 최저임금 영향
70대 여성 A씨는 문재인 정부 시절 일자리를 잃습니다.

그녀는 수도권 산업단지에 위치한 한 식품공장에서 일했었는데,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으로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워진 공장이 문을 닫자 그녀 또한 일자리를 잃은 것입니다. 월 100만원대를 벌며 자립해왔던 그녀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피해자입니다.

반면 60대 여성 B씨는 경상도 한 지자체서 제공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당첨됩니다. 공익형 노인일자리 사업은 정식 일자리는 아니지만 시급이 9667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입니다. 다만 매년 보장되는 일자리가 아니다 보니 B씨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노후 대비가 덜 됐기 때문입니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 동결 및 업종별 차등적용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이같이 최저임금 인상은 양면이 있습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2021년 ‘임금 상승이 노인의 노동시장과 공적연금 수령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를 냈습니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자면, 최저임금 인상은 고령자의 전체적인 고용 규모엔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지만 노동시간을 상당히 감소시킵니다. 아울러 여성·저숙련 고령자의 소득과 고용을 대체적으로 감소시킵니다. 청소·경비 산업은 고용감소가 관측되는 반면, 공공형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증가합니다.

즉, 최저임금 인상은 고령자 내에서도 희비를 엇갈리게 합니다. 상대적으로 취업시장서 취약한 위치(여성·저숙련)에 있는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근로시간이 대폭 줄어들게 됩니다.

노인일자리 사업, 7년 새 4배 증가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노인 일자리를 대폭 늘렸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반 때인 2017년 노인 일자리 예산은 5231억원이었습니다. 올해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은 2조264억원으로 7년 새 4배가 증가합니다. 올해 기준 노인 일자리 사업 수혜자는 100만명에 달합니다.

정부 노인일자리 규모. [자료=보건복지부]
최저임금 인상이 ‘민간 저숙련 노인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치자, 정부가 나서서 공공근로 성격의 노인일자리를 대폭 만든 건데요.

국가의 자원을 배분하는 1차 시장이 노동시장이고, 2차 시장이 복지시장이라고 한다면, 1차에서 나오는 부작용을 2차에서 메워주는 형국입니다.

특히 정부 노인 일자리 사업을 보면 100만개 일자리 중 약 76만개가 일 평균 3시간가량 일하면서 월 30만~70만원 (월 10~20일 근무)을 받는 공익활동형·사회서비스형 일자리였습니다. 특히 월 30만원대 일자리가 65만개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덩달아 노인 일자리 기준시급도 증가하면서, 시간을 줄이면서 ‘소액 일자리’만 늘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현행과 같이 제도가 유지될 경우 노인일자리 사업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갈수록 노인은 많아지는데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니 정부가 인위적으로 노인 일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기준 고용률을 보면, 50~54세는 79.2%인데 반해 55~59세는 76.0%, 60~64세는 63.9%로 낮아집니다. 노인으로 진입하는 65~69세는 51.1%, 70~74세는 39.9%로 감소합니다.

지난해 노인(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약 352만명이고, 노인 일자리 사업 수혜자는 88만명입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없었으면 65세 이상 고용률은 지금보다 25%가 감소했을 겁니다.

서울시의회 “노인 최저임금을 낮추자”
가구당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약 70만원대. 여기에 노인 일자리로 약 30만~70만원을 더 번다고 하더라도, 월 100만~140만원으로 노부부 혹은 노인 혼자서 살아가는 게 대다수 가구의 현실입니다. 이마저도 노인 일자리는 공공 예산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모두가 수혜를 볼 수도 없습니다.
세종시의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장 ‘콩카페’ 직원들이 음료를 제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세종시니어클럽]
이 때문에 일각에선 ‘민간’에서 노인 일자리 문제(와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 나옵니다.

대표적인 것이 ‘노인 차등 최저임금’입니다. 이를테면, 최저임금이 내년도에 1만원이라고 한다면 65세 이상 노인 최저임금은 6000원으로 하자는 것이죠.

경비, 돌봄영역뿐만 아니라 카페 운영, 통학 안전관리 등 여러 영역에서 노인들에게 일자리가 생긴다면, 노인 입장에서도 좋은 상황입니다. 최저임금을 받으면 월 200만원 초반을 받아야 하지만, 만약 노인 최저임금이 설정되면 월 120만원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다수 노인 입장에선 일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좋습니다.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 대부분은 시간이 제약되어 있기 때문에 월 30만~70만원을 벌어들이지만, 민간 일자리에선 더 일하면서 12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초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의 ‘노인 최저임금 제외’ 건의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노동계, 시민단체는 극렬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해법 (최저임금과 노인일자리 대폭 증가)이 정말 실현할 수 있는 것일까요?

국가의 역할을 촉구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노동계·일부 시민단체의 말을 귀 기울이는 것보다는, 노인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통해 최대한 ‘민간’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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