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신용카드 282종 단종될 때 110종 출시…“불황에 혜택 차별화 어려워”

2024. 7. 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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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대비 신규 출시 비율 39%에 그쳐
여행 특화 카드에도 일상 생활 혜택 포함돼
“단순화된 선택지 요구하는 경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 30대 직장인 A씨는 새로 발급할 여행 특화 신용카드를 고르면서 생활 혜택을 주로 살펴봤다. 해외에 갈 때는 요긴하게 쓰지만, 막상 국내에 들어와서는 잘 사용하지 않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편의점·교통 혜택이 포함된 여행 특화 신용카드 신청을 완료했다.

올해 상반기 282종의 신용카드가 단종되고 110종이 새로 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대비 단종 규모는 커지고 출시 규모는 줄어든 것으로, 고금리 장기화에 카드 업계 경영 상황이 어려워진 데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혜택도 생활비 절약 등 ‘실속’에 몰린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용카드 단종 규모는 282종으로, 지난해 전체 단종 규모인 405종의 반절이 넘는 수준이다. 신용카드 단종 규모는 2021년 255건에서 2022년 67건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405건으로 급증한 뒤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신규 카드 출시 규모는 2021년 262건, 2022년 166건, 지난해 145건으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신용카드 단종 규모 대비 신규 출시 규모 비율을 살펴보면 2021년 102.75%에 달했지만 지난해 35.8%로 급감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39.01%에 그쳤다.

이는 고금리 장기화에 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면서 점차 카드 혜택을 줄여온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당기순이익은 2조5832억원으로 전년보다 0.9%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엔 722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8.9% 증가했지만, 신한카드·삼성카드·KB국민카드 당기순익(5021억원)이 전체 순이익의 69.5%를 차지하는 등 일부 카드사들의 실적 선방 영향으로, 현대·우리·롯데카드의 순익은 각각 9.9%, 36.5%, 54.2% 하락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결제 환경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이전에 냈던 상품과는 다르게 구성 등에 신경 쓸 부분이 많아졌다”면서 “자산을 늘려가고 회원을 공격적으로 확보하려면 어느 정도 상황이 좋아야 하는데, 갈수록 업황이 어려워져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최근 출시되는 신용카드 대부분은 포인트 적립 조건에 ‘상품권 구매 제외’를 명시하고 있다. 신용카드로 액면가보다 저렴한 상품권을 구매해 포인트를 쌓고, 상품권을 다시 간편결제사 포인트 등으로 전환해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테크’(상품권+재테크) 등 방법이 널리 알려지면서 카드 상품 수익성이 악화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른 관계자도 “요즘 몇 가지 눈에 띄는 상품을 제외하고 ‘그래서 뭐가 좋은 것이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혜택을 구성하려면 당연히 상품 서비스 비용을 감안해야하지만, 이제 더는 상품 서비스 비용을 높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예전처럼 알짜 카드를 내놓으려면 연회비를 높이거나 카드사가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데, 금융당국에선 과열 경쟁을 우려해 적자가 나는 신용카드 상품을 허가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고물가에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소비자들이 기본적으로 생활 혜택이 풍성한 한 종류의 카드를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최근 출시된 신한카드의 ‘SOL트래블 신용카드’의 경우 여행 관련 혜택 이외에도 쇼핑·맛집·교통 등 일상생활 혜택을 넣었다. 국내 모든 가맹점에서 이용한 금액의 0.5%를 마이신한포인트로 기본 적립해주는데, 전월 이용금액과 관계 없이 제공된다.

지난 4월 KB국민카드의 ‘KB국민 위시트래블(WE:SH)’ 신용카드 또한 온라인쇼핑·커피·온라인패션·편의점·영화관 등 5개 영역에서 KB 페이(Pay)로 결제하면 10% 할인을 제공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들도 일상생활을 카드 한 장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생활 물가와 관련한 가계 부담을 줄여주는 혜택이 포함되고 있다”면서 “상품이 많아질수록 소비자는 단순한 답안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무조건 할인’(전 영역에서 같은 비율로 할인해주는 것) 혜택이나 마트·주유·통신비 혜택 위주로 상품을 선택한다. 결국 혜택이 대동소이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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