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꾼 안 되려고” 설민석 심경 고백, 학위취소된 Y대 대학원 재입학
지난 19일 방송된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이하 ‘강연자들’) 2회에서는 ‘명품 스토리텔러’ 역사 강사 설민석과 ‘국민 멘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한계’를 주제로 강연했다.
두 강연자의 접근법은 정반대였다. 설민석은 한계 정면 돌파를, 오은영 박사는 한계 인정을 강조한 것. 하나의 주제를 여러 시각으로 바라보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눈다는 ‘강연자들’의 기획 의도가 돋보였다. 이날 방송은 수도권 기준 가구 시청률 4.5%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상승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5.8%까지 기록했다.
먼저 무대에 오른 설민석은 3년 만에 대중 강연에 나서는 순간이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 자리에 서기까지 너무 떨리고 공포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사실 설민석은 처음 ‘강연자들’출연 요청을 고사했지만, 흑역사의 연속이었던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용기 내 강연 무대에 올랐다.
이날 설민석은 자신의 흑역사를 낱낱이 밝혔다. 설민석은 고등학생 시절 연극에 매료돼 꿈을 키웠지만 대학에 7번 떨어졌고, 100kg에 가까운 체중 때문에 평탄하지 못한 군 생활을 해야 했다. 25살의 나이에 8수 만에 꿈에 그리던 연극영화과에 진학했지만, 유지태, 하지원 등 뛰어난 동기들을 보며 좌절해야 했다. 이후 한국사 강사의 꿈을 갖게 됐지만 ‘비전공’, ‘학벌’ 등 또 다른 한계와 마주했다.
이렇게 흑역사의 연속이었지만, 설민석은 스스로 부딪혀 한계들을 극복해 왔다. 군에서 3개월 만에 체중 30kg을 감량했고, 자신의 강점을 살린 스토리텔링 한국사 강의로 위기를 넘어왔다. 이후 MBC ‘무한도전’ 출연을 계기로 한국사 강사로서 승승장구하게 됐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던 설민석은 2020년 12월 석사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이며 무너졌다.
설민석은 당시를 떠올리며 “최강 지옥을 맛봤다”라고 했다. 공황장애와 대인기피증도 겪었다고. 설민석은 “내 악플 중 가장 많은 것이 역사기꾼이다. 이대로 도망치면 진짜 사기꾼이 되는 것”이라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라고 굳게 다짐했다.
이어 오은영 박사가 강연자로 나섰다. 인상적인 등장을 위해 춤까지 도전한 오은영 박사는 “한계를 꼭 뛰어넘어야 할까요?”라고 물으며 강연을 시작했다. 앞선 강연자 김성근 감독, 한문철 변호사, 설민석과는 정반대의 시각으로 한계를 바라본 것이다. 이어 오은영 박사는 우리 현실 속 다양한 ‘한계’에 대한 예를 들며 “사실 한계는 뛰어넘으면 안 되는 것, 해결책은 한계라는 과정을 겪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가 한계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 순간은 분당 시청률 5.8%를 기록하며 이날 방송 ‘최고의 1분’을 차지했다.
또 오은영 박사는 죽음, 체력, 인생에서 내가 할 역할 등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한계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만큼, 한계를 잘 다루는 방법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오은영 박사는 “나를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을 알고 인정해야 다른 사람의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다”라며 “이는 인간이 성숙해지는 과정이다. 내면을 다스리고 용기를 가지고 나아갔으면 좋겠다”라고 독려했다. ‘한계를 뛰어넘어 성공을 이루어야만 가치 있는 삶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뜻깊은 강연이었다.
이 과정에서 오은영 박사의 ‘심쿵 상담소’가 열렸다. 오은영 박사는 현장의 심쿵단 중 고민을 고백한 사연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 필요한 것 등 조언을 건넸다. 그뿐만 아니라 따뜻한 포옹으로 사연자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넸다. 고민을 털어놓은 사연자들도, 이들을 응원하는 현장의 심쿵단과 TV 앞 시청자들도 함께 따뜻해지는 은영매직이었다.
‘강연자들’ 2회는 설민석과 오은영 박사의 2인 2색 강연이 돋보였다. 설민석은 한계에 정면돌파 할 것을, 오은영 박사는 한계를 인정하고 잘 다루는 방법을 강조한 것. 강연 역시 설민석은 자신의 흑역사와 논란을 모두 털어놓고 열정적으로 부딪혔다면, 오은영 박사는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함으로 다가섰다. 접근법만 다를 뿐, 그 안에 담긴 두 강연자의 진심과 메시지의 깊이는 비교할 수도 우열을 가릴 수도 없었다. 금강스님, 박명수, 김영미PD가 또 어떤 ‘한계’이야기를 들려줄지 주목된다.
한편,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은 매주 금요일 오후 9시 40분 방송된다.
김지수 온라인 뉴스 기자 jis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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