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소비 주체가 누군지 알아야" [귀농귀촌애]

한현묵 2024. 7. 20. 10: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1> 김철환 함평 나비팜 영농조합 대표

장마철에 잠깐 햇볕이 난 7월 16일, 김철환 전남 함평 나비팜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여느 때보다도 분주했다. 김 대표는 이날 밭에서 수확한 블랙베리 옥수수를 선별, 포장해 택배 차에 싣는 일로 구슬땀을 흘렸다. 

“언제 또 비가 올 줄 모르니, 서둘러야 해요” 김 대표는 조합원 두명과 함께 창고 안에 가득 쌓인 옥수수 포장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블랙베리 옥수수는 보랏빛으로 국내산 신품종이다. 쫀득하고 달콤한데다 영양가도 높다. 김 대표는 4년 전 조합원들에게 블랙베리 옥수수를 심도록 권장했다. 조합원 6농가가 심은 블랙베리 옥수수 밭은 4만9500㎡(1만5000평)이다. 올해 2만 4000개의 옥수수를 수확할 예정이다. 이날까지 1만 7000여개를 수확해 배송까지 마쳤다. 올해 블랙베리 옥수수 매출은 1억7000만원을 올릴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귀농 10년차인 김 대표는 이제 농사꾼이 다 됐다. 대전에서 운수업을 경영하던 그는 10년 전 고객이 급감하자 사업체를 접었다. 귀농을 결심하고 무작정 땅을 알아보러 다녔다. “고속도로와 국도가 인접해 있는데 땅값이 너무 쌌어요” 그는 교통 여건이 좋은데, 저렴하게 농사 짓을 땅을 살 수 있다는 이유로 함평군에 둥지를 틀었다. 함평은 아무런 연고나 인연이 없는 곳이다. 귀농 당시 9900㎡(3000평)의 땅을 매입했지만 10년만에 그의 농지는 5만6100㎡(1만 7000평)으로 늘었다. 땅값도 크게 올랐다.

나홀로 귀농한 김 대표의 첫 3년간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벼농사와 양파, 마늘 등 밭작물을 주로 재배했지만 공급과잉으로 가격폭락의 쓴맛을 여러번 봤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는 실패를 하면서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판로가 확보되지 않는 작물은 재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농사를 아무리 잘 지어도 공급이 넘쳐나면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아요” 판로 확보가 최우선 과제였다. 어느 작물을 심어야 공급 과잉없이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는 밤낮으로 스터디를 했다.

2019년 기회가 왔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이 품종을 개발한 ‘흙하랑 상추’의 계약 재배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김 대표가 갖춘 시설하우스 여건이 좋은데다 계약재배 요구 조건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는 생산자협의회를 구성하고 전남지역 20농가와 흙하랑 상추를 길렀다. 시설과 노지의 재배면적만 9만평에 달한다. 흙하랑 상추는 국내 주요 백화점 등에 전량 납품이 된다. 온라인도 판매한다. 오로지 재배에만 신경을 써도 된다. 흙하랑 상추의 판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걱정의 절반을 던 셈이다.

김 대표는 오히려 흙하랑 상추의 가격 안정을 위해 작기(재배 기간)를 조절하고 있다. “돌아가면서 상추를 심게해요” 흙하랑 상추는 시설에서는 1년에 4번까지 재배가 가능하다. 노지에서 작기는 2번이다. 수요에 맞춰 그는 조합원들의 상추 재배 면적을 조절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조합에서 재배하는 작물은 애플수박이다. 11농가에서 애플 수박을 기르고 있다. 블랙베리 옥수수와 흙하랑 상추와 마찬가지로 애플 수박도 판로 걱정은 없다. 계약재배나 온라인으로 판매가 되기때문이다. 

“농산물 소비 주체가 누군지를 알아야 돼요” 김 대표는 항상 초록마을이나 아파트연합회 등 농산물 수요처에 관심을 두고 있다. 또 대규모 납품을 위해서는 국내 대형 유통매장과 할인마트와 계약을 맺는다. 이처럼 그는 농산물 판로 확보라는 어디든지 발품을 판다.

이런 방법으로 조합을 운영한 결과 매출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현재 6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원은 정회원 9명, 준회원 8명 등 모두 17명이다.

김 대표가 귀농 후 자리를 잡은 2017년, 그의 아내도 귀농했다. 이듬해 두 아들도 귀농해 김 대표를 의 농삿일 돕고 있다. 김 대표의 나홀로 시작된 귀농이 가족 모두의 귀농으로 이어진 것이다.

“원주민과 잘 어울려야 해요” 그는 예비귀농인들에게 원주민과 소통이 귀농 성패의 갈림길이라고 조언했다. 땅을 샀다고 갑자기 측량해 면적을 넓히면 어느 원주민이 좋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농번기에 퇴비나 거름할 때 나오는 냄새가 난다고 민원을 넣으면 누가 그를 이웃으로 받아주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다행히 마을 인심이 좋아 원주민과 갈등을 겪지않았다고 행복해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젊은이들이 귀농하면서 불편한 일을 겪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김 대표는 “반드시 어느 작물을 재배할지 선정했으면 멘토를 두고 시험재배를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에 절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귀농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강조했다.

함평=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