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소비 주체가 누군지 알아야" [귀농귀촌애]
장마철에 잠깐 햇볕이 난 7월 16일, 김철환 전남 함평 나비팜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여느 때보다도 분주했다. 김 대표는 이날 밭에서 수확한 블랙베리 옥수수를 선별, 포장해 택배 차에 싣는 일로 구슬땀을 흘렸다.
귀농 10년차인 김 대표는 이제 농사꾼이 다 됐다. 대전에서 운수업을 경영하던 그는 10년 전 고객이 급감하자 사업체를 접었다. 귀농을 결심하고 무작정 땅을 알아보러 다녔다. “고속도로와 국도가 인접해 있는데 땅값이 너무 쌌어요” 그는 교통 여건이 좋은데, 저렴하게 농사 짓을 땅을 살 수 있다는 이유로 함평군에 둥지를 틀었다. 함평은 아무런 연고나 인연이 없는 곳이다. 귀농 당시 9900㎡(3000평)의 땅을 매입했지만 10년만에 그의 농지는 5만6100㎡(1만 7000평)으로 늘었다. 땅값도 크게 올랐다.
나홀로 귀농한 김 대표의 첫 3년간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벼농사와 양파, 마늘 등 밭작물을 주로 재배했지만 공급과잉으로 가격폭락의 쓴맛을 여러번 봤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는 실패를 하면서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판로가 확보되지 않는 작물은 재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농사를 아무리 잘 지어도 공급이 넘쳐나면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아요” 판로 확보가 최우선 과제였다. 어느 작물을 심어야 공급 과잉없이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는 밤낮으로 스터디를 했다.
김 대표는 오히려 흙하랑 상추의 가격 안정을 위해 작기(재배 기간)를 조절하고 있다. “돌아가면서 상추를 심게해요” 흙하랑 상추는 시설에서는 1년에 4번까지 재배가 가능하다. 노지에서 작기는 2번이다. 수요에 맞춰 그는 조합원들의 상추 재배 면적을 조절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농산물 소비 주체가 누군지를 알아야 돼요” 김 대표는 항상 초록마을이나 아파트연합회 등 농산물 수요처에 관심을 두고 있다. 또 대규모 납품을 위해서는 국내 대형 유통매장과 할인마트와 계약을 맺는다. 이처럼 그는 농산물 판로 확보라는 어디든지 발품을 판다.
이런 방법으로 조합을 운영한 결과 매출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현재 6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원은 정회원 9명, 준회원 8명 등 모두 17명이다.
“원주민과 잘 어울려야 해요” 그는 예비귀농인들에게 원주민과 소통이 귀농 성패의 갈림길이라고 조언했다. 땅을 샀다고 갑자기 측량해 면적을 넓히면 어느 원주민이 좋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농번기에 퇴비나 거름할 때 나오는 냄새가 난다고 민원을 넣으면 누가 그를 이웃으로 받아주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평=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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