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적은데 화장실 자주 가고 아프기까지…방광염 ‘A to Z’

한겨레 2024. 7. 2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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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건강 방광염
여성 환자 94%…40~60대 많아
요도 짧아 세균 감염 쉬운 탓
물 자주 마시고 제때 배출해야
방광염. 게티이미지

한여름 소변 문제로 주로 중년 여성들을 괴롭히는 질환이 방광염이다. 신장에서 만들어진 소변이 보관되는 곳인 방광에 세균이 침입해 생기는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소변을 자주 보거나, 소변이 마려우면 참기 힘들다거나, 소변을 보는 중 또는 보고 난 뒤 통증을 느끼는 것 등이다. 어느 계절에나 걸릴 수 있지만 7월부터 환자 수가 크게 늘어 한여름인 8월에 가장 많다.

세균 번식력 왕성해지는 여름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사평가원) 질병통계 자료를 보면, 최근 5년(2018~2022년) 동안 한해 약 160만명가량이 방광염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다소 줄다가 최근 들어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방광염 환자를 성별로 분류해 보면 여성 환자 점유율이 94% 정도를 차지해, 방광염은 ‘여성 질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남성에 견줘 요도가 짧아 회음부와 질 입구에 서식하는 세균이 짧은 요도를 거쳐 방광까지 쉽게 침입할 수 있는 해부학적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방광염은 전체 여성 10명 중 3명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은 걸리는 매우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을 찾은 환자 수 분포를 연령별로 보면 여성의 경우 40~60대 환자들이 많은 편이며, 남성은 면역력이 약한 9살 이하나 60대 이상 노인층에서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높은 편이다. 계절별로 보면 겨울보다는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 환자가 더 많이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한여름은 기온과 습도가 높으면서 한밤 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등이 나타나면서 사람의 면역력은 떨어지는데 반면 세균들의 번식력이 왕성해진 탓으로 보인다.

방광염은 감염 횟수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된다. 1년에 3차례 이상 방광염에 걸리면 만성으로 본다. 급성 방광염은 방광에서 소변이 나오는 통로인 요도로 세균이 침입해 방광까지 올라가 감염을 일으키면서 생긴다. 원인 세균은 사람의 대장에 사는 대장균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밖에도 장에 사는 장구균이나 피부에 서식하는 포도상구균도 원인 세균들이다. 세균 감염으로 방광에 염증이 생기면 방광 자극 증상으로 소변을 보는 과정에서 여러 불편을 겪게 된다. 우선 소변을 자주 보게 돼 하루 8번 이상 화장실을 가게 되는 빈뇨가 나타날 수 있다. 이때 소변의 양은 평소보다 적지만 화장실을 가야 하는 신호는 더 자주 나타난다. 소변을 볼 때나 본 뒤에 아랫배에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소변을 본 뒤에도 아직 소변이 방광에 남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며, 갑작스럽게 소변이 마렵다고 느끼면서 소변 보기를 참을 수가 없게 되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또 소변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나거나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도 있다. 만성 방광염의 경우에도 증상은 거의 같지만 급성보다는 증상이 약하게 나타날 때가 많다.

방광염 진단은 환자들이 소변과 관련된 불편한 증상을 호소하는 것과 소변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일선 진료 현장에서는 소변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증상만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소변검사에서는 소변에서 세균이나 염증 부산물 또는 피가 섞여 나오는지 확인한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에는 원인을 찾기 위해 방광경 검사가 필요할 수 있지만, 이는 방광염 초기에는 적절하지 않고 치료를 마친 뒤 검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방광염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도 있는데, 여성의 경우 외음부 질염에 걸려도 방광염과 유사해 감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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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가 표준 치료법

급성 방광염의 경우 항생제 치료가 표준 치료법이다. 원래는 사흘 동안 약을 처방하는 것이 표준이었다면, 최근에는 하루만 약을 쓰거나 약을 한 번만 먹어도 효과적으로 치료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항생제 치료를 받은 환자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은 사흘 안에 증상이 사라진다. 만성 방광염의 경우 항생제 투여가 더 오랜 기간 필요하다. 급성보다는 저용량으로 3~6개월가량 장기 투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중요한 점은 항생제 치료와 함께 방광염이 만성으로 진행된 데에 대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방광염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감염이 신장까지 퍼지는 신장감염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임산부에게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커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다행히 적절한 항생제를 쓰면 방광염 및 합병증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신장 기능 이상 등의 특별한 후유증도 남지 않는다.

방광에 세균이 침입했다고 해서 모두 다 방광염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우선 평소 면역력이 좋다면 방광염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또 소변을 참지 않고 제때 보면 방광에 침입한 세균이 우리 몸을 공격하기 전에 밖으로 배출될 수 있다. 즉 한여름에도 물을 충분히 마셔 적절한 주기로 소변을 보고, 무더위로 인한 피로를 잘 풀어주면 그 자체로 방광염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평소 생활습관에서는 소변·대변을 본 뒤 회음부 및 항문을 요도 입구 쪽에서 항문 쪽으로, 즉 앞쪽에서 뒤쪽으로 씻어주는 습관이 중요하다. 성관계 뒤 방광염에 걸리는 경우도 많으므로 성관계 전후에 성기 주변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성관계 뒤 여성은 반드시 소변을 봐서 방광을 비우는 것이 필요한데, 세균이 요도에 있어도 이를 밖으로 내보낼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방광염 치료나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따로 없다. 일부에서는 유산균 제제나 비타민 시(C), 녹차 등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의학계에서 받아들여진 연구 결과는 없다.

김양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했다. 한겨레 의료전문기자로 재직하면서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위한 기사를 썼고,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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