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해주시던데"…배달앱으로 술·담배 사는 청소년

김경태 2024. 7. 2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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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성과 신속성으로 국내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는 배달 플랫폼이 청소년의 술, 담배 거래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술, 담배를 직접 살 수 없는 미성년자들이 심부름 대행업체나 음식 배달 플랫폼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물품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배달 플랫폼은 이런 때를 대비해 '배달 물품에 술, 담배가 포함돼 있다면 이용자의 신분증을 꼭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이용자와 기사에게 공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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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성인 인증에 대중화된 비대면 배달…적발·처벌도 어려워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편의성과 신속성으로 국내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는 배달 플랫폼이 청소년의 술, 담배 거래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술, 담배를 직접 살 수 없는 미성년자들이 심부름 대행업체나 음식 배달 플랫폼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물품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하는 것입니다.

부산에서 심부름 대행업체 플랫폼을 이용하는 배달업 종사자 30대 A 씨는 이용자들이 적어 올린 배달 물품을 볼 때면 한숨이 나옵니다.

그는 오늘(20일) "청소년이 분명해 보이는데 술, 담배를 사달라고 요청할 때면 난감하다"라며, 대면으로 신분증 확인을 요청할 때마다 청소년으로 추정되는 주문자들이 '한 번만 봐달라'거나 '이전 배달원은 그러지 않았다'며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중학생 아들을 둔 여성이 "용돈을 배달 앱에 너무 많이 써 추궁했더니, 담배를 배달해 샀다고 하더라"며 "이번에는 따끔하게 혼을 냈지만, 앱으로 이렇게 쉽게 살 수 있다니 황당하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배달 플랫폼은 이런 때를 대비해 '배달 물품에 술, 담배가 포함돼 있다면 이용자의 신분증을 꼭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이용자와 기사에게 공지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를 지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B 씨는 "비대면으로 물품을 전달하는 게 보편화된 현실인 데다가 감시하는 사람도 없다 보니 술, 담배를 주문한 이용자가 미성년자로 보이더라도 눈을 감아주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가져다줄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배달 플랫폼으로 술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과거보다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청소년 역시 늘어났다고 분석합니다.

이복근 청소년건강활동진흥재단 이사장은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부모님 카드를 가진 아이들이 많고 성인 인증도 매우 쉽다"며 "과거 청소년 음주와 흡연은 생일, 이성과의 만남 등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했는데 이제는 비대면으로 주문할 수 있다 보니 어른들의 눈에만 띄지 않으면 어디서든지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만 16세 이상이면 원동기 면허를 취득할 수 있어 청소년이 술을 시키면 친구인 다른 청소년이 배달해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담배 요청 취소하는 어플 이용자/배달원 A씨 제공(연합뉴스)

청소년에게 술, 담배를 배달하더라도 적발은 물론 형사 처벌조차 쉽지 않습니다.

현행법은 청소년에게 술·담배를 판매하거나 대리 구매해서는 안 되며, 해당 물품을 판매, 배포할 때는 상대방의 나이와 본인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인 인증을 거쳐 비대면으로 주문할 경우, 판매 업주와 배달원 모두 이용자가 청소년인 것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술, 담배 주문자가 청소년인 줄 모르고 배달했을 경우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청소년인 점을 알고 제공했다 하더라도 술, 담배 구입은 대부분 목격자의 신고로 처벌이 이뤄지기 때문에 적발도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배달 플랫폼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관련 입법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복근 이사장은 "배달 플랫폼 업체는 배달 종사자에게 술, 담배 전달 시 신분증 검사가 꼭 필요하다는 취지의 교육을 지속해서 해 의무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주류 회사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유관 업체들은 이 문제를 더 이상 회피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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