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형 목사 "여성 사역자들은 비정규직…교회 성차별 없어져야" [이수지의 종교in]

‘여성 안수 추진 공동 행동’ 공동 대표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여성 사역자들은 죽을 때까지 '전도사'만 하는 거예요, 여성 사역자들은 피눈물을 흘리죠. 이건 '넌 죽을 때까지 알바야'라고 얘기하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여성 안수 추진 공동 행동’ 공동 대표 구교형 목사는 여성 사역자들에 대한 차별 대우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목사가 된다는 건 그의 책임소재가 교단까지 닿는 것이라면, 전도사는 교회의 필요로만 고용하는 것이니까 사역이 불안정하고 임시적이죠. 전도사밖에 할 수 없는 여성 사역자는 사실상 죽을 때까지 비정규직이라고 보면 돼요."

구 목사가 대표를 맡고 있는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은 지난달 7일 한국교회의 비성경적이고 전근대적 성차별 문화로 여성과 젊은 세대 반감이 심각한 상황으로 보고 여성 안수 추진 운동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한국교회가 되도록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출범했다.

현재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학우회, 기독법률가회, 십자가로교회, 성서한국, 온교회, 전주열린문교회, 평신도신앙실천운동, 한국그리스도교일치포럼,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등 총 10개 교회 및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 3월 예장 합동 교단이 여성 사역자들에게 안수가 아닌 '강도사'나 '동역사' 같은 우회적 명칭을 부여하자는 안건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함께 발표했다.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은 여성 안수 문제를 교단총회를 앞두고 간헐적으로 제기했던 방식을 넘어, 지속적으로 연합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구 목사는 목사와 전도사 차이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비유해 설명했다.

"제가 목사가 되면 제 관할권은 특정 교회가 아닌 교단 총회에 들어가 있어요. 목사의 소속은 교단이라서 사역도, 책임과 처우도 교단에서 상당 부분 신경을 쓰게 되는 거죠. 그러나 세 교단에서 여성은 목사가 되지 못하고 전도사가 끝이기에 교회의 필요에 따라 늘 불안정한 비정규직 같은 거죠"

여성 전도사는 성인 설교는 원천 봉쇄하고 교회학교를 교육하거나 전도와 심방 일을 한다.

현재 개신교 교단 대다수는 여성 목사 안수를 이미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예장 합동, 예장 합신, 예장 고신 등 3개 교단은 여성에게 목사, 강도사, 장로, 집사 등 교회 주요 직책을 맡기는 안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구 목사는 여성 안수 불허가 "비성경적인 교회 제도"점에서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들 교단은 초기교회에서 활동한 바울이 여성이 가르치는 것을 금했다고 의심되는 몇몇 성경 구절을 근거로 여성 안수를 금하고 있다.

"기독교에서 잘못된 성경 이해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며 "바울이 당시 문화권에서 괜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상황윤리로 말한 것을 후대에 교리로 만들어 빚어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목사들 사이에 단지 제도로서의 교회 전통을 성경적 전통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 안수 허용이 마치 성경 원칙을 버리고 세상을 따라가려는 일명 세속화로 오해하는 분이 많다"며 "백번 양보해 예전에는 그렇게 믿고 살아왔다고 치더라도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목사는 여성 안수 지지 서명 운동을 통해 뜻을 모아 오는 9월에 열리는 교단 총회에 전달하는 등 직접적인 행동에도 나서고 있다.

서명 운동은 오는 9월 열리는 총회까지 1000명 달성을 목표를 했으나 시작한지 2주 만에 서명자 400명이 넘었다.

구 목사는 여성 안수는 목사에만 한정하지 않고 장로, 집사 등 모든 직책에 남녀 차별을 없애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올해 당장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는 건 아니에요. 여성 안수 허용이 3년 걸릴지 5년 걸릴지 언제 이뤄질지는 잘 몰라요.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지 않듯이 이제는 당당히, 지속적으로 여성 안수가 실현되도록 함께 노력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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