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엄마가 60층 재건축도 가능하다는데”…40살 아파트 수두룩한 ‘이곳’ 탈바꿈할까 [부동산 이기자]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4. 7. 20. 09: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이기자-32]
상계·중계·하계 일대 개발 청사진
노원 지구단위계획 쉽게 풀어보기
상계주공 등 역세권 11개 단지
용적률 최대 500%까지 확 풀어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전경. [매경DB]
2030년에는 무려 124개 단지나 ‘노후 아파트’가 되는 곳이 있습니다. 124개 단지에 살고 있는 이들만 11만 1000가구에 달합니다. 바로 서울의 대표적 베드타운인 노원구 얘기입니다. 노후 단지는 보통 지어진지 30년 이상 돼 재건축 연한을 넘긴 아파트를 뜻합니다.

노원구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준공 30년을 넘긴 구내 노후 단지는 55곳(7만 4000가구)입니다. 내년에는 이 수치가 73곳(8만 3000가구)으로 확 늘어납니다. 자연히 노원의 많은 단지가 현재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러 단지가 너도나도 무분별하게 개발에 나서면 도시 환경이 나빠질 수밖에 없겠죠. 서울시는 이에 최근 노원 상계·중계·하계 일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새롭게 내놓았습니다. 지역 전반에 대한 개발 가이드라인을 세운 건데, 구체적인 내용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노원 일대 ‘개발 가이드라인’ 나왔다
서울시 노원구 상계주공 7단지 전경. [매경DB]
이번에 발표된 청사진의 이름은 ‘상계·중계·하계동 일대 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입니다. 먼저 택지개발지구는 서울이 급격하게 도시화 됐던 1980년대 탄생했습니다. 인구가 확 늘며 주택 문제가 커지자 몇몇 지역을 택지개발지구로 정하고 아파트를 대량으로 지었습니다. 노원이 대표 사례입니다. 1984년 상계, 1985년 중계 일대에서 개발 계획이 세워졌습니다.

이후 40년이란 시간이 흘러 현재는 단지마다 재건축이 화두입니다. 한꺼번에 지어진 만큼, 한꺼번에 재건축 연한이 도래했어요. 노원에 왜 이렇게 노후 단지가 많은지 이제 이해가 되시죠. 결국 서울시는 작년부터 지구단위계획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상계·중계·하계동 일대 약 565만 2000㎡ 용지가 그 대상입니다.

지구단위계획은 체계적인 관리와 개발이 필요한 지역에서 세워집니다. 땅의 핵심 용도가 무엇인지, 건물을 최고 몇 m까지 올릴 수 있는지, 도로와 공원을 어디에 만들지, 지역 전반의 경관을 어떻게 관리할지 등이 담겨있죠.

노원 상계·중계·하계동 일대 택지개발지구 위치도. [사진 제공=서울시]
지역 개발의 밑그림이 큰 틀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이 계획이 있으면 개별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 정비계획을 훨씬 쉽게 짤 수 있기도 합니다. 가이드라인이 있는 셈이니 이를 따라 세부적인 계획만 다듬으면 되거든요.
노원·하계역 주변 ‘복합정비구역’ 지정 가능
이번 지구단위계획은 노원을 미래형 신도시로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시는 총 4가지 목표를 제시했는데요. △역세권 중심의 주거복합도시 △산과 수변이 어우러진 녹지생태도시 △생활 문화 중심의 보행일상도시 △안전하고 편리한 스마트소통도시입니다.

특히 역세권 단지가 많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가 이번에 ‘복합정비구역’이란 개념을 새로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복합정비구역은 단순 주거기능을 벗어나 다양한 용도를 넣을 수 있는 구역을 뜻합니다. 지하철역 반경 250m 이내 역세권 단지는 이 구역으로 지정이 가능하다고 명시했습니다.

대상이 되는 아파트는 총 11곳입니다. 지하철 4·7호선 노원역 주변 상계주공3·6·7단지와 7호선 마들역 주변 상계주공11·12단지, 7호선 하계역 주변 현대우성·한신·청구, 동북선이 조만간 지날 은행사거리 인근 중계청구3차·건영3차·동진신안·중계주공6단지입니다.

준주거 종상향, 최고 60층...역세권 복합개발
복합정비구역이 되면 뭐가 좋을까요. 땅의 용도를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올릴 수 있는 게 최대 혜택입니다. 제3종은 용적률 최대치가 300%지만 준주거는 500%로 훨씬 높습니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집을 더 많이 지을 수 있는데요. 이는 곧 팔 수 있는 집이 늘어난다는 것으로 재건축 사업성이 오르는 효과를 냅니다.

높이 규제도 다른 지역보다 덜합니다. 이번 계획을 보면 대부분 재건축 단지의 최고 높이는 150m 이하로 정해졌습니다. 보통 아파트 한 층 높이가 3m라는 점을 고려하면 50층 이하 주동을 세울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복합정비구역의 최고 높이는 180m로 조금 더 올려줬습니다. 이곳의 재건축 단지는 최고 60층 높이로 설계가 가능한 겁니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업무·상업·문화시설과 같은 ‘비주거시설’을 무조건 10% 이상 넣어야 합니다. 주거시설도 오피스텔, 레지던스, 실버주택 등 다양하게 넣을 수 있게 풀었습니다. 무엇을 넣을지는 주민 선택에 달렸지만 너무 아파트만 때려짓지는 말란 취지입니다. 용도가 오르는 데 따른 공공기여도 의무적으로 15%는 해야 합니다.

특별계획구역 56곳...비역세권 단지는 불만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 제공=연합뉴스]
복합정비구역이 될 수 있는 11개 단지를 포함해 총 56곳을 ‘특별계획구역’으로 정하기도 했습니다. 역세권이 아닌 대부분 단지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정해졌습니다. 용적률 최대치는 300%, 최고 높이는 150m 수준입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노원의 경우 (재건축) 핵심은 사업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라며 “준주거로 종상향 가능성이 열린 역세권 단지는 용적률을 높일 수 있으니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그는 “나머지 비역세권 단지는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4일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노원에 이미 중고층이거나 소형 평형이 많아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가 꽤 있기 때문입니다. 주민 한 명당 재건축 분담금을 4억~5억원씩 낼 가능성이 높은 곳 말입니다. 우리 단지도 용적률을 올려달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겠죠. 또한 7호선 중계역 주변 단지들은 ‘왜 우리는 복합정비구역 대상에서 빠졌냐’고 불만을 표했습니다.

지단은 큰 틀만...재건축 활성화 대책 별도 적용
서울시는 이번 계획은 큰 틀에서만 접근했단 입장입니다. 시 관계자는 “지난 3월에 발표한 재건축 활성화 대책은 이번 건과는 별도”라며 “재건축 활성화 방안은 그거대로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복합정비구역이 아닌 단지라고 실망하긴 이르단 겁니다.
서울시가 지난 3월 발표한 10가지 정비사업 활성화 대책. [사진 제공=서울시]
앞서 서울시는 지난 3월 재건축 사업성을 올려주는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당시 역세권 노후 단지는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바꿔주겠다, 비역세권이라도 용적률을 최대치의 1.2배까지 올려주겠다, 강북권은 사업성 보정계수를 적용해 분양주택을 늘려주겠다는 내용이 소개됐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부동산 이기자 25화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오는 9월 나올 도시정비기본계획에 이 같은 재건축 활성화 대책을 녹여냈다고 합니다. 다른 단지들은 이를 참고해 정비계획을 짤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원에 나선다고 재건축 사업이 순항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여러 노력에도 공사비와 금리 등이 너무 올랐다. 분담금이 여전히 많이 나오는 셈”이라며 “부동산 회복 국면에 분양 시점을 잘 맞추는 타이밍이 중요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 3월 도입하겠다고 밝힌 사업성 보정계수 개념. [사진 제공=서울시]
주민 반발과 갈등도 변수입니다. 당장 도로를 늘리는 문제에 대해 일부 단지 주민들은 항의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단지 중앙을 도로가 관통하게 되면 주민 입장에선 싫을 수밖에 없겠죠. 아이들의 등하교길이 안전하지 않기도 하니까요. 다만 시는 재건축 이후 가구수가 늘면 차량도 많아지는 만큼 도로 확충이 필요하단 입장입니다.
중랑천 ‘수변특화’ 단지...중계 학원가 고려도
이 외에도 지구단위계획에는 자연 친화 도시와 교육 중심 도시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소개됐습니다. 노원은 중랑천, 당현천, 불암산, 수락산으로 둘러싸인 입지적 특성을 가졌습니다. 서울시는 이에 중랑천 주변 단지는 수변특화 단지가 되도록 계획했습니다.

우선 하천과 가장 가깝게 있는 첫 번째 주동은 최고 높이를 60m로 제한했습니다. 20층 안팎에서 시작해 50~60층으로 차근차근 높아지도록 했습니다. 최대한 많은 가구가 강변을 볼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덮개공원이나 보행교를 만들어 중랑천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기도 합니다. 중랑천 주변 단지들에게 이 같은 공공기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겠죠.

서울 노원구 불암산 전경. [매경DB]
불암산과 수락산 인근도 마찬가지입니다. 산 주변 단지들은 최대한 열린 경관을 형성하도록 했습니다. 산과 가장 가까운 주동은 자연적 요소를 활용한 입면 디자인을 권장합니다. 시 관계자는 “산자락과 어우러진 경관과 특화 디자인을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계가 서울 3대 학군지(대치·목동·중계) 중 하나란 점도 고려했습니다. 은행사거리 학원가 주변에 등하원 차량 대기공간을 조성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대기공간 주변부로는 휴게, 문화, 교육시설을 다양하게 복합 배치할 계획입니다.

‘부동산 이기자’는 도시와 부동산 이야기를 최대한 쉽게 풀어주는 연재 기사입니다. 어려운 용어 때문에 생긴 진입 장벽, 한번 ‘이겨보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초보 투자자도 이해할 수 있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루겠습니다. 기자페이지와 연재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