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찍고 농구까지… 티빙의 진격과 '보편적 시청권' 논쟁 [視리즈]

이혁기 기자 2024. 7. 2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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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돈 없으면 못 보는 시대의 유감➊
중계방송 유료화 시대
보편적 시청권 논의 커져
문제는 낡은 규제의 틀
17년 전 만든 법이 근간
정의도 모호해 논란 가중
보편적 시청권 무엇인지
공론화의 장 열어야할 때
OTT 업체 티빙이 최근 프로농구 중계권을 따냈다.[사진=뉴시스]

# 축구에 이어 야구, 농구까지…. '스포츠 중계 유료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습니다. OTT·유료방송 등 일부 플랫폼에서 독점 중계권을 따낸 탓입니다.

# TV를 틀거나 포털에만 접속하면 스포츠를 볼 수 있던 시대는 갔습니다. 돈을 내지 않으면 온라인에서 볼 수 없는 스포츠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OTT와 유료방송의 힘이 몰라보게 커진 결과입니다.

# 장점도 있겠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이전엔 없던 지출을 감내해야 하는 소비자는 속이 쓰릴 수밖에 없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스포츠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경제적 약자가 적지 않다는 점도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 이른바 보편적 시청권은 이제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세계 각국에선 이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을까요? 한발 더 나아가 우린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할 수 있는 법체계를 갖고 있을까요? 더스쿠프가 보편적 시청권을 냉정한 시선으로 살펴봤습니다. 더스쿠프 視리즈 '돈 없으면 못 보는 시대의 유감' 1편입니다.

여러분은 야구 경기를 어디서 보시나요? 지난해에 이 질문을 들었다면 다양하게 답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스포츠 채널(지상파 계열), 지역방송, 포털사이트, 인터넷 방송 등 다양한 미디어와 플랫폼이 프로야구(KBO) 리그를 중계했으니까요. TV나 인터넷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올해엔 선택의 폭이 크게 좁아졌습니다. TV 중계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중계권을 갖고 있어 변동이 없지만, 온라인에선 OTT 서비스인 '티빙(TVING)'을 통해서만 KBO 리그를 볼 수 있습니다. 티빙 운영사인 CJ ENM이 2024~2026년 KBO의 디지털 독점 중계권을 따냈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2006년부터 이어졌던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무료 중계 서비스가 18년 만에 종료했습니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도 BJ(인터넷 방송인)가 시청자들과 함께 보기 위해 지상파 중계방송을 송출하는 게 금지됐습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어디 야구뿐인가요? 농구도 이제 '돈을 내야' 볼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27일 티빙은 2024~2028년 한국프로농구연맹(KBL) 리그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축구(K리그)는 야구나 농부보다 먼저 OTT와 손을 잡았습니다. 지난해 쿠팡은 2023~2025년 K리그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습니다. 내년까지 온라인으론 쿠팡의 OTT '쿠팡플레이'에서만 K리그를 볼 수 있습니다.

비단 국내 스포츠만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유명 선수들이 대거 출동하는 '이벤트 경기'도 유료로 봐야 했습니다. 지난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월드스타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 한국이 낳은 메이저리거 김하성(SD파드리스)이 맞붙었는데, 이 역시 쿠팡플레이에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 경기를 모두 챙겨 보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먼저 티빙부터 따져보시죠. 가장 저렴한 건 5500원짜리 '광고형 스탠다드'로, 중간중간 광고를 시청해야 합니다. 광고를 보지 않으려면 8000원 더 비싼 '스탠다드(1만3500원)'를 선택해야 하죠. 여기에 쿠팡플레이의 월 구독료(7890원)를 더하면 적게는 1만3390원에서 많게는 2만1390원을 매월 내야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예전에는 TV를 틀거나 포털에만 접속하면 나오던 경기를 이젠 돈을 내야 볼 수 있으니까요. 티빙·쿠팡플레이 기존 고객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시청자는 스포츠 경기 하나 때문에 OTT를 결제해야 하니 낭비라고 생각할 겁니다.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아 OTT 지출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도 분명 있을 테고요.

'국민 행사'인 올림픽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유료방송 채널 JTBC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열리는 동·하계 올림픽의 한국 독점 중계권을 획득한 바 있습니다. 추후 JTBC가 중계권을 지상파에 재판매할 수도 있어 확정된 건 아닙니다만, 한 방송 채널이 올림픽 전체 중계를 독점하는 상황 역시 익숙한 풍경은 아닙니다.

■ 보편적 시청권이 뭐기에 = 이런 이유로 최근 방송 업계에서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11일 열린 한국방송협회 세미나에서 고민수 강릉원주대(법학과) 교수는 "한국은 경제적 비용을 부담해야 스포츠 중계를 볼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OTT나 유료방송 등을 구독하지 않을 경우 국민적 관심 행사인 스포츠 이벤트를 볼 수 없는 행태는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럼 '보편적 시청권'이란 무엇일까요? 방송법 제2조 제25항은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와 그 밖의 주요 행사(이하 국민관심행사) 등을 보여주는 방송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 법에 따라 방송사업자와 중계방송권자 등은 국민관심행사가 열릴 때 국민 전체 가구의 75~90%가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합니다.

국민관심행사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고시를 통해 이를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전체 가구의 90% 이상 시청할 수 있어야 하는 국민관심행사는 동·하계 올림픽, 성인 남녀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등이 있습니다.

75% 이상 시청할 수 있는 행사는 동·하계아시아 경기대회, 야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중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경기, 성인 남자 국가대표가 출전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주관 경기, 성인 남자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양 축구협회 간 평가전(친선경기 포함) 등입니다.

JTBC가 중계권을 독점한 동·하계 올림픽은 국민관심행사에 포함돼 있지만, KBO 리그나 K리그는 리스트에서 빠져 있습니다. 두 리그의 온라인 중계권을 독점한 티빙과 쿠팡플레이가 보편적 시청권을 허락하지 않아도 법적으론 문제를 삼을 수 없다는 겁니다.

■ 현행법의 낡은 굴레 =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KBO 리그나 K리그를 언급하며 보편적 시청권 침해를 꼬집는 건 왜일까요?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애매모호하고 낡은 현행법에서 찾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현행법은 보편적 시청권의 기준점인 '국민관심행사'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행사." 어떤가요? 무척이나 추상적이고, 주관적이지 않나요?

이를 보편적 시청권이 없는 '프로야구'에 적용해 보겠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열린 2023 KBO 리그의 누적 관중은 803만6043명으로 2018년 이후 5년 만에 800만 관중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야구와 함께 '한국 4대 스포츠'로 불리는 축구·농구·배구 리그 중에서 가장 큰 규모입니다. 더구나 올해는 '판'이 더 커졌습니다. 메이저리그(MLB)를 호령했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12년 만에 KBO 리그에 복귀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류현진 선수가 합류하면서 KBO의 인기가 한층 더 높아졌다.[사진=뉴시스]

이쯤 되면 한국 프로야구는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행사'일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곽규태 순천향대(글로벌문화산업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국민관심행사로 지정된 스포츠 이벤트는 방송법을 통해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나머지 경우에는 사업자들 간의 사적 경쟁 영역으로 간주한 채 외면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스포츠 이벤트가 과연 무엇인지를 재정립해봐야 할 때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OTT는 보편적 시청권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OTT가 생겨나기 이전인 2007년에 TV와 라디오를 타깃으로 규제가 도입된 탓입니다. 무려 17년 전에 만들어진 법이 우리의 보편적 시청권을 지배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문제,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어도 괜찮을까요? 해외에선 보편적 시청권을 어떻게 보장하고 있을까요? 이 내용은 '돈 없으면 못 보는 시대의 유감' 2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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