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사다주세요" 미성년자 탈선 온상 된 배달 플랫폼

류희준 기자 2024. 7. 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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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 요청 취소하는 어플 이용자

"청소년이 분명해 보이는데 술, 담배를 사달라고 요청할 때면 난감합니다."

부산에서 심부름 대행업체 플랫폼을 이용하는 배달업 종사자 30대 A 씨는 이용자들이 적어 올린 배달 물품을 볼 때면 한숨이 나온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술이나 담배를 사달라고 요청하면 대면으로 신분증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때마다 청소년으로 추정되는 주문자들이 "'한 번만 봐달라'거나 '이전 배달원은 그러지 않았다'며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편의성과 신속성으로 국내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는 배달 플랫폼이 청소년의 술, 담배 거래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술, 담배를 직접 살 수 없는 미성년자들이 심부름 대행업체나 음식 배달 플랫폼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물품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하는 것입니다.

실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중학생 아들을 둔 여성이 용돈을 배달 앱에 너무 많이 써 추궁했더니, 담배를 배달해 샀다고 하더라며 앱으로 쉽게 살 수 있다니 황당하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배달 플랫폼은 '배달 물품에 술, 담배가 포함돼 있다면 이용자의 신분증을 꼭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이용자와 기사에게 공지하고 있습니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B 씨는 비대면으로 물품을 전달하는 게 보편화된 현실인 데다가 감시하는 사람도 없다 보니 술, 담배를 주문한 이용자가 미성년자로 보이더라도 눈을 감아주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가져다줄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배달 플랫폼으로 술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과거보다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청소년 역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청소년에게 술, 담배를 배달하더라도 적발은 물론 형사 처벌조차 쉽지 않습니다.

현행법은 청소년에게 술·담배를 판매하거나 대리 구매해서는 안 되며, 해당 물품을 판매, 배포할 때는 상대방의 나이와 본인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인 인증을 거쳐 비대면으로 주문할 경우, 판매 업주와 배달원 모두 이용자가 청소년인 것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술, 담배 주문자가 청소년인 줄 모르고 배달했을 경우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청소년인 점을 알고 제공했다 하더라도 술, 담배 구입은 대부분 목격자의 신고로 처벌이 이뤄지기 때문에 적발도 쉽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배달 플랫폼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관련 입법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복근 청소년건강활동진흥재단 이사장은 배달 종사자에게 술, 담배 전달 시 신분증 검사가 꼭 필요하다는 취지의 교육을 지속해서 해야 한다며 주류 회사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유관 업체들은 이 문제를 회피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청소년 음주와 흡연 문제에 대해 부모가 일정 부분 책임지고 교육받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배달원 A 씨 제공, 연합뉴스)

류희준 기자 yooh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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