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김건희 여사 활동 문제보다 시급한 건 외교력 개선”

김찬호 기자 2024. 7. 2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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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서성일 선임기자

[주간경향] 직능대표제가 없는 한국 의회제도에서는 비례대표가 직능대표적 성격을 갖는다. 이를 통해 국회는 ‘전문성’을 확보하고 각 정당은 비례대표 순번을 통해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릴 수 있다. 실제로 지난 제22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은 ‘인권’ 관련 종사자를 1번 후보로 내세운 뒤 2번 후보부터 차별성을 보였다. 이중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은 전직 외교관으로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본부장, 주러시아 대사 등을 지낸 위성락 후보(현 의원)였다. 그의 존재는 민주당이 외교 전문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남북협상의 중요성을 잊지 않았음을 상징했다.

사실, 위 의원이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이름을 올린 것은 제20대 대통령선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선 유세가 한창이었던 2021년 말, 주간경향은 윤석열, 이재명 대선후보의 정책공약을 만든 참모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때 윤석열 캠프에서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현재 논란에 휩싸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캠프에서도 이들과 동등한 위치의 인물들이 참여했는데 그 시작이 바로 위 의원이었다.

“현 상황에서 정부의 외교정책은 지나치게 교조적이고, 단순하다. 정부는 ‘동맹’ 딱 하나만 생각하고 있다. 동맹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그는 짧은 시간 동안 외교관→대선후보 정책참모→국회의원으로 변모해왔다. 많은 변화를 거치며 그의 생각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궁금했다. 이에 지난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위 의원을 만났다. 2년여 만에 만난 그의 첫마디는 “그때 한 이야기를 지금 시점에서 돌아봐도 앞뒤가 맞지 않거나 크게 어긋난 부분은 없다. 오늘 역시 일관된 입장을 들을 수 있을 것”이란 말이었다. 정치적 고려를 떠나 초당적 외교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여전히 ‘정치인’이 아닌 ‘외교관’의 모습이 보였다.

-외교관, 대선후보 정책참모에 이어 직업 정치인이 됐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그동안 주장의 객관성·독립성을 위해 정치권과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외교개혁을 주장해왔다. 이를 통해 한국 외교가 국가적 위상보다 후진적으로 인식되는 문제를 고쳐보고 싶었다. 그런데 현실 정치와 힘을 합치지 않고 외부에서 의견을 내는 것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 아무리 좋은 의견을 가지고 있어도 정파적 연결고리가 없으면 실천에 옮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 대통령선거 때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참여해 조언했다. 결과적으로 이제 정당에 소속이 됐지만, 그때 가졌던 문제의식은 여전히 잊지 않고 있다.”

-외교는 정부의 ‘고유영역’ 아닌가. 야당 소속 외교안보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우선, 한국 외교의 질적 상승을 위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입법을 통한 외교 인프라 강화를 추진하고, 만약 정부가 잘못하는 일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밝히고 비판할 것이다. 견제뿐만 아니라 직접 대안을 내는 작업도 하려고 한다. 물론 정부만큼 대안이 구체적일 수는 없다. 정책 집행은 결국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추진하는 외교정책의 문제점과 대안의 큰 방향까지는 제시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외교가 실용성을 갖춰 선진 외교의 길로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지난 7월 3일 외무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핵심은 특임공관장 임용 시 자격요건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사적 인연만으로 임명되는 관행을 막기 위함이다. 어떻게 보면, 작은 사안일 수도 있지만 한국 외교의 질적 상승을 위한 기초 인프라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여론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일부터 할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 김건희 여사의 활동 등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제기되는 의혹들은 사실로 밝혀지면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처리가 가능한 것들이다. 한국 외교의 주요 행위자일 수 없는 김 여사 문제에 시간을 쓰기보단 실질적 문제의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는 아주 단순하고 치우친 관점으로 대외관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그 결과 최악의 한·중, 한·러, 남북관계가 만들어졌고 최고조의 북핵위협과 맞닥뜨리게 됐다. 외교는 대통령이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개선을 위한 제도화에 집중하려고 한다.”

-2년 전 인터뷰에서 ‘미국은 동맹이고, 중국은 동맹이 아닌 동반자라는 명확한 인식에서 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도 그 방향을 말하지 않나. 무엇이 다른가.

“한·미동맹을 기초로 주변국과의 관계도 형성해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달라진 부분은 없다. 다만 몇 가지 상황 변화가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러 대립은 보다 격화됐고,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는 강화됐다. 이로 인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증대되는 파생 효과가 생겼다. 중국과 러시아가 전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에 도움을 주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느슨하게 만드는 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 정부의 외교정책은 지나치게 교조적이고, 단순하다. 한·미동맹 강화라는 기본 전제만 같을 뿐 운용에 있어서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정부는 ‘동맹’ 딱 하나만 생각하고 있다. 동맹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한·미동맹이 어떻게 한·중, 한·러, 남북관계에 산적한 문제까지 다 해결해주나. 각각의 관계에 맞는 전략이 필요한데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더 고려해야 했나.

“한·미동맹을 강화하면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반작용이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는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이는 동시성의 문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일단 동맹을 강화하고, 주변국과 문제가 생기면 그때 푼다’는 순차적 방식의 외교를 하고 있다. 미·중·러와의 관계를 동시에 살피는 큰 틀의 외교정책적 좌표가 없었던 것이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면 주변국이 알아서 굽히고, 우리의 입지가 올라간다는 순진한 기대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미동맹 강화로 북핵 문제에 관한 확장억제가 강화된 것은 맞지 않나.

“억제력이란 것은 북한의 과도한 도발을 통제한다는 의미이지 북핵의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다. 확장억제가 강화되면 북한이 핵 개발을 못 하나. 오히려 이 과정에서 중·러가 북한에 기술적 지원을 하고, 미사일 실험을 막은 안보리 제재를 무력화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은 불가능한 쪽으로 몇 걸음 더 진전됐다고 보는 것이 더 객관적 평가다. 이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 통일도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그래서 현 정부가 북핵 문제를 확장억제 강화로 잘 대처했다는 평가에는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행보가 중·러에 안보 딜레마를 불러일으켰다고 보는 것이 상황을 더 잘 설명한다.”

지난 6월 20일 위성락 의원 주도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러 관계 토론회/위성락 의원실 제공

-정부는 한·미동맹이 ‘안보동맹’을 넘어 ‘포괄적 동맹’으로 나아갔다고 주장한다. 이는 성과인가.

“윤석열 정부에서 말하는 포괄적 동맹은 ‘한·미가 공유하는 가치가 깊어졌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는 동맹이 다루는 범위가 한반도를 넘어 국제사회로 확장됐다는 의미다. 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처럼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이 동맹 하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한·미동맹 강화에는 반드시 반작용도 따라온다. 정부가 발생 가능한 문제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고 대처했다면 한·중, 한·러관계가 최악이 되고, 한반도가 다시 진영 대립의 최전선으로 인식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최근 발생한 북·러동맹 관계 수립이다.”

-북·러동맹은 어떤 의미인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장이 다시 열릴 때 우리에겐 ‘국제공조’라는 수단이 필요하다. 이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다. 그런데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하며 ‘국제공조’를 위한 수단 하나가 완전히 없어진 셈이 됐다. 지금이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장이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상황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당장 미국 대선 이후, 협상장이 다시 열릴지 모른다. 적어도 중국과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북한 편에 서지 않게 관리했어야 한다.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 8월, 윤 대통령이 미국 캠프데이비드에 갈 때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대처 방안이 있었어야 했다. 이러한 외교적 노력이 없었거나 실패한 결과 딱 한 달 뒤, 김정은이 러시아에 방문했다. 충분히 막거나 완화할 수 있었던 일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아 북·러동맹이라는 결과가 돌아왔다. 이제 와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하겠다고 한들 북·러관계가 바뀌겠나.”

-윤석열 정부는 대신 ‘한·일관계’ 개선을 성과로 꼽지 않나. 어떻게 보나.

“우리는 크게 한 발짝 앞으로 나가고, 일본은 단 한 발짝도 앞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한국이 앞으로 나가는 과정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일본에 양보하려면 충분한 ‘국내 정치적 과정’이 필요했다. 이 모든 과정이 생략됐다. 애초에 이 문제는 한국 정부가 주도해 속전속결로 처리할 것이 아니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거쳐야 국민이 아쉽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큰 결정을 해놓고, 일본으로부터 상응하는 조치도 못 받았다. 국내 여론도 정부처럼 한·일관계가 개선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결국 지속 가능하느냐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제대로 된 과정도 거치지 않고 일을 어설프게 처리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일본과의 문제는 ‘우리가 조금 움직이면, 일본도 조금 움직이는 식의 점진적 접근’으로 해결했어야 했다.”

-한·일관계 개선도 결과적으로 미국 편승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한 것 아닌가. 이를 통해 안보 문제도 해결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11월, 미국 대선이다. 만약 미국 행정부가 바뀌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한국은 불확실성 속으로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동맹에 대한 트럼프의 생각은 바이든과는 다를 것이다. 북핵 문제, 확장억제에 대한 입장도 모호하게 나오거나 아예 발을 빼겠다고 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바이든 정부와 함께 한·미동맹이라는 틀 위에 모든 걸 쌓아 올렸다. 만약 미국이 동맹의 중요성을 줄인다면 정책적 부담이 굉장히 클 것이다. 문제는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나오는 트럼프 측근과의 인맥을 동원해 관계개선을 도모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부질없는 소리다. 한계가 명확한 부차적 수단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을 바꿀 수는 없다. 결국 명확한 현실 인식 위에 정책적 전환을 해야 하는데 지금껏 미국, 일본 외에 주변국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없지 않았나.”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서성일 선임기자

-그래서 여당에선 자체 핵무장 이야기도 나온다.

“위험천만한 접근이다. 미국이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한 한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에 기반해서 움직여야 한다. 자체 핵무장을 우리가 먼저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핵무장이 초래할 역기능은 일반 국민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정치권이 일부 여론에 편승해서 위험한 주장을 하고 있다. 결국 핵무장이란 것도 미국의 입장이 기대와 달리 바뀔 것 같으니 뒤늦게 대안이라고 내놓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외교를 잘못해놓고, 감정적 대응을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국제사회가 한국의 핵무장을 받아주리라는 생각이 어떻게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일부 트럼프와 가깝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몇 마디 던지는 것을 덥석 물고 이런 주장을 한다. 백번 양보해서 트럼프 행정부 동의하에 자체 핵무장을 추진한다고 하자. 트럼프 정부는 영원한가. 다음 미국 정권이 비확산 체제를 강조하며 한국의 일탈행위에 반대한다고 하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핵무장이 핵군축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나.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한다는 것은 미국의 확장억제를 포기하고, 북핵에 대응할 수 있는 정도의 자체 핵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 제공되는 미국의 확장억제는 북핵만 견제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 가해질 수 있는 모든 핵 공격을 고려한 확장억제를 포기하고 소량의 핵을 보유하는 것이 어떻게 합리적 선택인가. 한국의 독자 핵전력으로 중·러의 핵에도 대응해야 한다면 이는 한국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하는 결정일 수 있다.”

지난 7월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렇다면, ‘북핵 문제 해결’은 어떻게 해야 가능한가. 평화트랙도 함께 가동해야 하나.

“당연하다. 오히려 이런 주장을 부인하는 것이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 문제해결은 협상장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전쟁을 결심하지 않은 이상 협상장을 닫아버려서는 안 된다. 미국, 일본도 북한과 협상 가능성을 닫고 있지 않다. 다만 협상장에 제재나 압박, 억제력 강화를 어떤 배합률로 섞어서 들고 갈지는 외교 기술적으로 선택하면 된다. 해당 수단 모두 문제해결을 위한 협상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들이다. 윤석열 정부의 기조대로라면 조만간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상황을 맞을까 우려스럽다.”

-남북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나.

“남북관계가 적대적이란 이유로 북한은 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고, 적대적인 관계를 넘어 별개의 두 국가 체제로 가는 중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다음 정부가 남북대화, 통일정책을 추진하려고 해도 어려울 것 같다. 북한과 대화는 할 수 있겠지만 통일과는 별개의 대화가 될 확률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은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한·미, 한·일관계는 좋지만 한·중, 한·러, 남북관계는 최악이고, 북핵으로 인한 위협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 사실은 어떤 핑계를 대든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동맹만 강화하면 끝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지금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옆도, 뒤도 보지 않고 오직 한 방향으로만 돌진하는 양상이다. 일방적으로 치닫는 외교를 하면, 결국 그 대가를 비싸게 치러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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