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조정석 "선 타는 연기? 감이 중요해" [인터뷰M]
영화 '파일럿'으로 '엑시트' '뺑반'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배우 조정석을 만났다.
조정석은 스타 파일럿 '한정우'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이후 '한정미'라는 이름으로 여장을 하고 재취업에 성공한 인물을 연기했다. 코믹연기, 생활연기의 대표주자인 조정석은 이번 작품에서 그의 모든 장기를 업그레이드시켰다.
언론시사회 전날 걱정과 긴장으로 잠도 잘 못 잤다는 조정석은 "많이 떨렸는데 지금은 좀 괜찮아졌다. 영화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살짝 안도했다."며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전작 '엑시트'로 9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5년 만인 이번 작품에 부담이 엄청나다고 덧붙이는 조정석은 "부담을 안 가질 수 없는 위치인데 잘 이겨내 보겠다"며 웃어 보였다.
후시 녹음을 하며 잠깐씩 영화를 보긴 했지만 완성된 영화는 언론시사 때 처음 봤다는 그는 "시나이로 읽으며 상상했던 그림과 코미디가 잘 나온 것 같아 만족해하며 재미있게 봤다. 무엇보다 옆사람이 많이 웃으니까 기분이 좋았다"며 언론시사 때 주변의 반응도 유심히 살폈음을 알렸다.
조정석은 "작품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시나리오 읽을 때의 느낌이다."라며 "이 작품은 설정 자체가 너무 웃겼고 이 설정이 굉장히 코미디스러운 상황과 맞아떨어지면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품 선택의 이유를 설명했다.
코믹연기, 생활연기를 너무나 잘하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있지만 실제 자신은 웃긴 사람이 아니라고. "말도 느리고 그래서 여럿이 이야기할 때 제 말은 많이 끊긴다. 주변에서는 빨리 말하라고 재촉도 많이 한다. 그런 성격이기에 혼자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같이 나오는 동료와의 합이 있어야 코미디도 극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흥행 부담은 있지만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거여서 조금 부담이 덜어지기는 한다"며 이번 영화에서는 '조정석 원맨쇼'가 아닌 배우들의 앙상블과 상황으로 만들어가는 코미디임을 강조했다.
스스로를 웃긴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만 조정석의 연기는 기가 막힌다. 약간 오버하는 듯싶으면 현실적인 상황을 놓치지 않고 반영하는 대사나 제스처로 다시 관객을 끌고 온다. 선을 넘나드는 그의 연기는 이번 작품에서 완전 선을 가지고 노는 연기로 업그레이드 됐다.
어떻게 이런 판단을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감이 중요하다. 본능적인 느낌으로 연기하는데 이게 참 말로 설명하는 게 쉽지 않다."는 말을 했다.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걸까? 그는 "절대 재능이 있다거나 천재라는 건 아니다. 그런데 저는 블랙코미디에 더 끌리고 웃긴 대사보다는 웃긴 상황이 더 끌린다. 그래서 혼자 하는 코미디보다는 함께하는 코미디가 더 좋다. 함께 하면 상황에 저절로 이입이 되고 리액션이 있으니 혼자 할 때보다 더 재미도 배가 된다."며 자신이 선호하는 코미디 연기를 설명했다.
이런 설명의 적합한 예시가 영화 속에 등장한다. 바로 동료 파일럿 윤슬기와 같이 차를 타고 귀가하던 중 전화번호를 교환하는 장면이다. 차 안에서 단순히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며 전화번호를 주고받는 장면인데 이 장면을 조정석을 포복절도하는 장면으로 만들어 냈다. "현장에서 제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다. 아이스브레이킹 같은 상황이라 생각했고 그런 에피소드로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어떨까 해서 감독님께 제안했던 장면이다."며 장면을 설명한 조정석의 연기를 실제 극장에서 확인해 보신다면 모두가 그의 천재적 아이디어에 박수를 치게 될 것이다.
원래 시나리오에도 재미있는 장면은 많았다고. 처음 한정미로 분장하고 면접 보러 가 다리를 벌리고 앉는 장면, 첫 비행을 앞두고 신승호와 브리핑을 하는 장면 등은 이미 시나리오에 있었고 촬영하는 당시에도 현장의 모두가 웃음을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단다.
영화에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미치광이처럼 그 일에 미쳐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조정석은 "그 말이 너무 이 영화랑 잘 맞아떨어진다. 한정우가 그렇게 열심히 안 살았다면 한정미로 변신하지도 않을 것이고, 한정미도 열심히 안 했다면 그런 상황이 오지 않을 것. 이 둘이 너무 미친 듯이 열심히 살아서 이런 코미디 장르의 영화에 이를 수 있었다."며 매사에 열심이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당부했다.
그러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정우가 오죽하면 저렇게까지 했을까. 무엇을 위해서 저랬을까?라는 건 관객들에게 판단할 여지를 남겨준다. 그리고 한정미로도 정말 열심히 산다. 이들이 진심으로 열심히 사는 모습에서 오히려 코미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열심히 사는 사람 자체가 큰 재미를 안겨줄 거라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코미디 '파일럿'은 7월 31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잼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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