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을 넘어서는' 대비가 필요합니다 -취[재]중진담
남부 지방을 시작으로 한반도 전역 하늘에 구멍이 난 듯 집중 호우가 기승을 부린 한 주였습니다.
장마에 불어난 물이 미처 빠질 새도 없이 퍼붓는 빗줄기 탓에 곳곳에서 침수와 붕괴 피해도 이어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장마, 집중호우, 태풍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하라'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2년 전 반지하 침수 사망 사고 등의 반복을 막고, 호우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들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번 '취재[중]진담'에서는 집중 호우 시기 우리가 숙지해야 할 대응 방법들을 다뤄보겠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모두 6만 7천여 건의 '빗길 교통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중 38.5%가 여름철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평균 주행 속도가 높은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빗길 사고 치사율은 100건당 7명이 넘는 수준으로, 맑은 날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치사율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운전자들이 장마철에 특히 감속 운행을 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노면이 젖어 있는 상태에서는 평소보다 제동 거리가 길어지기 때문에 제한 속도의 20%~50%까지 감속해야 하고, 앞 차와의 안전 거리를 평소보다 충분히 확보해 돌발 상황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또, 와이퍼 등 필수 부품들의 상태를 미리 점검해 보다 나은 시야를 확보하고,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 수막이 생겨 타이어 접지력이 떨어지는 '수막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타이어 마모 상태와 공기압 등도 살펴야 합니다.
여기에, 비가 올 때에는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가 자신의 차를 인지할 수 있도록 낮에도 전조등을 켜는 배려심이 필요합니다.
보행자들도 길가에서는 우산 등에 가려 시야가 좁아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건널목 보행 신호가 들어오더라도 항상 좌우를 살피고 길을 건너는 등 자기 자신을 지키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지난 10일 새벽 4시 20분쯤 충남 금산에서 밤사이 집중적으로 쏟아진 비에 신평교 인근 하천이 넘치면서 승용차가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즉각 구조 작업을 시도했는데, 차량 문이 열리지 않았고 수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던 터라 매우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경찰은 차량용 비상 망치로 창문을 깨고 여성 운전자를 구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장마철에는 누구든 운전 중 도로에서 갑자기 바닥부터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는데요.
우선 물이 차오르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대로'에 있거나 타이어의 절반 밑으로 물이 찬 경우라면, 시속 20km 미만의 느린 속도로 '멈추지 않고' 벗어나는 게 좋습니다.
물이 타이어의 절반 이상 차오르기 시작한다면 즉시 차량의 시동을 끄고 탈출을 시도해야 합니다.
지하 차도 등에서 물이 빠르게 불어나 차 문이 열리지 않고, 차 안에 물이 차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이 때에는 우선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차 밖과 안의 수위가 30cm 이내로 좁혀져 내·외부 압력 차이가 줄어들면 문을 열고 대피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차 안에 차량용 비상 망치를 비치해 뒀다가, 창문의 가장 자리 부분을 강하게 때려 창문을 부순 뒤 빠져나오는 겁니다.
또, 차량 밖으로 급격히 불어난 물에 몸을 가누기 어렵다면 차체 위로 올라가 구조를 기다려야 합니다.
현재 장마 전선은 한반도를 북상하면서 사라지는 추세지만, 북서태평양 부근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3호 태풍 '개미'의 최종 생성 시기에 따라 당분간 집중 호우는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올 여름은 특히 바닷물의 온도가 30도를 웃돌면서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상태로, 이미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이 형성되어 있는데요.
이처럼 증가한 수증기가 또 한 번 극한 호우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아직 태풍 '개미'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이동 경로에 대해서 예측하기는 어려운 단계이지만, 일단 태풍이 회전하면서 한반도 방향으로 수증기를 추가적으로 밀어 올릴 수 있는 점이 불안 요소로 꼽히고 있습니다.
만약 다음 주 중 태풍 형성이 본격화하면 당분간은 더욱 기상 예보를 살피면서 비 피해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겠습니다.
자연 재난은 늘 인간의 예측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예측을 넘어서는 수준의 대응 자세가 요구되는 때입니다.
[ 연장현 기자 / tallyeo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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