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스포츠 외교 시동…IOC 위원 노리나
[앵커]
앞서 올림픽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북한 내부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출전 종목만 봐서는 이번 파리올림픽 성적이 그리 좋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출전 종목 중 북한이 '메달밭'으로 꼽는 역도가 빠져있기 때문인데요.
올림픽 예선이나 마찬가지인 국제역도연맹 그랑프리 1차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이번 파리올림픽 출전에는 또 다른 목적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위원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건데요.
과연 가능성이 있을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9월에 열린 제19회 항저우 하계 아시안게임.
코로나19를 이유로 국제대회에서 모습을 감췄던 북한도 5년 만에 복귀한 무대였는데요.
180여 명의 선수단을 이끌고 참가한 북한은 역도, 체조, 복싱 등에서 우수한 기량을 뽐냈습니다.
매달 밭으로 불리는 역도에선 경기 첫날부터 금메달이 쏟아졌는데요.
여자 49㎏급에 참가한 리성금과 여자 55㎏급의 강현경 선수가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김일경, 림은심도 잇따라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여자 76kg급 경기에서는 송국향이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합계 267kg을 들어 금메달을 쟁취했습니다.
[송국향/북한 여자 역도 선수 :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사랑과 믿음에 꼭 보답해야 한다는 오직 이 한 가지 생각으로 모두가 힘을 합쳐주고 마음을 합쳐준 덕분이며 고마운 스승들의 덕분입니다."]
그런데 종목별 우승을 차지한 선수만큼이나 세간의 관심을 끈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김일국 북한 체육상입니다.
당시 김일국은 북한 올림픽위원회 대표단장 자격으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는데요.
하지만 북한이 5년 만에 복귀한 종합 국제대회임에도 불구하고 김일국의 스포츠 외교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항저우에 도착 후 대부분 시간을 선수촌 숙소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고, 경기 중에도 다른 나라 관계자와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모습 정도만 포착됐습니다.
당시 북한과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으로 어색해진 북중 관계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는데요.
하지만 이번 파리 올림픽은 다를 거란 분석입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려는 시도의 일환 그리고 국제무대에 복귀하는 일환으로서 파리 올림픽 무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개연성이 높아 보입니다. 북한이 체육을 통한 국제무대에서의 위상 제고에 나선 것으로 판단이 되기 때문에 파리 올림픽의 책임자로 파견될 가능성이 높고 외교 스포츠 외교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배구 선수 출신으로 알려진 김일국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과 함께 북한 체육계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2015년,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서기장으로 등장한지 1년 만에 우리의 장관급인 체육상으로 진급했는데요.
[조선중앙TV/2016년 :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김일국 체육상으로부터 경기 진행계획과 선수들의 준비 정형에 대한 보고를 받으시고… ."]
2017년 전 미국프로농구 선수인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 때는 체육 교류를 목적으로 면담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이 알려진 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선수팀의 참가 여부를 논의하면서 부터인데요.
[김일국/북한 체육상/2018년 1월 : "저는 앞으로 우리 올림픽 사업이 더욱 발전하고 체육을 통해서 세계의 평화와 모든 안정이 이룩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특히는 이번 평창 겨울철 올림픽 경기 대회가 성과적으로 진행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평창 동계 올림픽 기간에도 방한해 북한 선수단과 감독을 관리했습니다.
[김일국/북한 체육상/2018년 2월 : "우리 다 같이 힘 합쳐서 이번 경기 대회 잘합시다."]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방북 때도 직접 마중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김일국.
이어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 선수단의 공동입장까지 성사시켰는데요.
제32회 도쿄올림픽에도 남북 단일팀 결성을 추진했지만 남북 관계 경색과 북한의 불참으로 무산됐습니다.
8년 만의 북한 복귀가 이목을 끌고 있는 파리 올림픽.
김일국은 이번에도 북한 대표단의 단장으로 임명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는 북한의 스포츠 외교, 그 이상의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일국을 IOC 위원으로 만들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이 IOC 위원직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은 스포츠 외교를 빙자한 외화벌이 목적"이라고 전했습니다.
IOC 위원은 올림픽 개최지나 종목 선정 등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후원 명목 등으로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겁니다.
[성문정/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 "IOC 위원들한테 들어가는 리베이트가 상당히 큽니다. 올림픽을 유치하려고 하면 그 IOC 위원들의 표를 자기 걸로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그걸 또 하나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보면 북한 입장에선 큰 거죠."]
다른 한편으론 IOC위원을 배출함으로써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전략도 엿볼 수 있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 "국제적인 고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만일 김일국이 IOC 위원에 당선이 된다면 북한의 스포츠 외교, 국제적 위상이 상당히 제고될 수 있거든요. 스포츠는 어차피 정치적인 요소가 개입돼서는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북한 입장에서는 이번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신규 IOC 위원 진입을 노릴만하고 제재와 무관하기 때문에 불가능한 상황도 아닙니다."]
지금은 퇴임한 장웅 전 IOC위원 역시 1996년 선출된 후 20년 넘게 IOC의 대북 창구 역할을 해왔고, 국제사회의 거물급 인물들을 두루 만나며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한 만큼 북한이 다시 한번 기회를 노린다는 겁니다.
하지만 김일국의 경우 이른 시일 안에 IOC 위원이 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IOC위원은 개인자격 위원과 선수위원, 국제경기단체대표, 그리고 각국 올림픽위원회 대표로 구성되는데요.
개인자격 위원은 집행위원의 추천을 통해 총회에서 선출이 되고, 선수위원은 역대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현역 선수들이 직접 투표합니다.
국제경기단체의 대표들 역시 총회 투표를 통해 IOC위원을 선출하고, 각국 올림픽위원회 대표는 주로 올림픽 개최국이나 차기 올림픽 개최국에서 투표해 선출합니다.
그런데 김일국은 IOC위원에 선출될 충분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겁니다.
장웅 전 IOC위원이 개인 자격으로 선출됐을 당시에도 국제사회 속 남북 관계의 특수성이 작용했다는 평가입니다.
[성문정/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 "당시에는 북한이 올림픽에 나온다든지 올림픽에 나와서 남한과 공동 입장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IOC 입장에서는 매우 큰 선물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선물 적 가치가 다 떨어진 상황이잖아요."]
만에 하나 김일국이 IOC 위원으로 선출된다 하더라도 북한이 기대하는 만큼의 외화벌이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지는 않을 거라는 평가입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 "북한이 유럽에 파견했던 프로 축구선수 같은 경우도 임금, 송금 문제가 대북 제재에 위반돼서 (선수) 자격을 박탈당한 사례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김일국이 IOC 위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과거와 같은 그런 성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이렇게 볼 수 있고요. IOC 위원으로서 활동하기 위해선 거기에 걸맞은 위상과 활동이 있어야 하는데 활동이 실제로 시작되면 여러 가지 면에서 대북 제재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거든요."]
북한이 처한 환경이 이런 만큼 IOC위원이 국제사회와 남북 관계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력부터 되새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성문정/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 "국제 대회 있을 때 IOC 위원들이 가면 허심탄회하게 정부의 눈치를 안 보고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하고 대화가 가능하잖아요. 우리가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북 공동 입장을 했을 때도 남한의 김운용 위원하고 북한의 장웅 위원이 합의해서 바로 된 거잖아요. 그 정도의 권한과 권력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하죠. IOC에서 북한은 NOC(국가올림픽위원회) 자격으로 줄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당장은 그렇게 하기에는 북한이 쌓아놓은 원한 관계가 너무 많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파리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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