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아동학대 혐의벗은 교사 "무고 학부모 대책必…사후책 넘어서야"
"서이초 이후 교권보호대책 마련됐지만 사후책에 방점"
"학생 폭행에 속수무책…긴급하면 물리적 제지권 필요"
"아동학대 피소 두려워하는 교사들…피해는 학생들이"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지금껏 만들어진 교권보호대책은 사후 방안에 집중돼있다. 중요한 것은 교사들을 악성민원으로부터 지킬 ‘예방책’이다. 무고성 고소·고발을 남발한 학부모에게 책임을 지우고, 모호한 정서적 학대 구성요건을 구체화해야 한다.”
광주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윤수연 교사는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육당국이 마련한 교권보호대책을 두고 20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동학대 고소·고발이 두려워 교사들이 소극적으로 교육활동에 임하면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고 목소리 높였다. 윤 교사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까닭은 그 역시 1년 3개월여간 ‘아동학대 교사’라는 오명에 시달리다 벗어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윤 교사의 행위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고 불구속 송치했지만 검찰은 윤 교사를 무혐의 처분했다. 학부모는 이에 항고했으나 광주고검역시 “학부모의 추가 증거를 검토해도 지검의 판단이 정당했다”며 작년 7월 ‘항고 기각’ 결정을 했다. 학부모는 아랑곳 않고 검찰 결정을 법원이 검토해달라며 재정신청까지 냈으나 법원은 지난해 10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부모에게 1279만원, 학생에게 2000만원 등 총 3279만원을 윤 교사와 양지초 교장이 배상해야 한다고 제기한 민사소송 역시 기각됐다.
윤 교사는 1년 3개월여를 버텨낸 끝에 아동학대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작년 22년 차 교사였던 그는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된 후 담임 교사에서 배제돼 일반 과목을 가르치다 병가를 내고 치료 등을 병행하다 올해 새학기가 돼서야 다시 교단에 섰다.
윤 교사는 “학생 지도과정 중 불만을 품은 학부모나 학교폭력조사 절차에서 가해학생 부모들이 보복성으로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경우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에 “아동학대를 허위로 신고한 학부모에게 책임을 물어 함부로 고소·고발을 남발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단 복귀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외부 체험활동, 글쓰기·일기 지도 등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적 프로그램을 해왔다. 이제는 많이 내려놓았다. 예전에 100을 했다면 지금은 20~30만 하는 셈이다. 스스로는 안전하고 무사히 지낼 수 있겠지만 진짜 교사가 맞나 스스로 되묻게 돼 속상하다. 그 이유는 소송 과정 중에 고소장을 보면서 교육 활동 중 어떤 것을 아동학대로 주장할 수 있는지 확인했기 때문이다. 현재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아동학대 규정이 굉장히 모호하다.
-교권5법 통과 후에도 여전히 악성민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나.
△아동학대 사안에 대한 교육감 의견제출 의무화를 제외하고는 변화를 크게 체감하기는 어렵다. 주변에서 아동학대로 피소됐다며 법적 절차를 문의하는 교사들이 많다. 아주 최근에도 있었다.
-정부가 교권보호 통합 콜센터 ‘1395’도 만들었다. 그럼에도 주변을 통한 문의가 많은가.
△번호는 들어본 적이 있지만 이를 이용해봤다는 사례는 듣지 못했다. 주변을 보면 아직은 알음알음 지인을 통해 비슷한 고민을 가진 교사들을 소개받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이초 특별법’을 제안했다. 긴급상황 시에는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물리적 제지를 할 수 있게하는 내용도 담겼는데 어떻게 보나.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교사들은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것을 우려해 학생이 다른 학생을 때리거나 심지어 본인을 때려도 제지하지 못한다. 최근 전북 한 초등학교에서도 학생의 무단 귀가를 가로막은 교감선생님이 학생으로부터 뺨을 맞기도 하지 않았나. 이유가 있다. 이 상황에서 학생을 막기 위해 팔을 잡거나 감싸면 신체적 학대로 걸릴 위험이 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한다면 위급 상황에서 제지할 수 있는 권한은 필요하다.
-많은 교권보호 대책이 도입됐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후 대책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교사들은 언제 어떻게 올가미, 덫에 걸릴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인데 대부분 사후 대책이다. 교육감 의견제출 역시 아동학대로 신고된 이후에서야 효력이 발휘된다. 법률지원과 심리상담 역시 예방책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한 후의 대책이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예방책이 필요하다.
-예방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직 개정되지 않은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의 구성요건을 구체화해야 한다. 또 아동학대는 무고가 없고 정황상 누구나 신고할 수 있고 피해를 받지 않게 돼 있다. 학교폭력 조사 중에 가해 학생 부모들이 보복성으로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경우도 많고 생활 지도과정 과정 중에 생긴 불만으로 보복성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를 벗었을 경우에는 무고한 학부모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등 방식으로 함부로 고소고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밖에 할 말이 있다면.
△아동학대 피소를 두려워하는 교사들이 많으면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열심히하려는 교사들의 태도가 위축되고 의욕이 꺾여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교사들이 열정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학생·학부모들 인식이 바뀌어야하고 법·제도도 손질해야 한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김윤정 (yoon9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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