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때려 경찰 다녀간 날…"또 때려야지"
"걸어가다 말고 갑자기 '쟤 때리러 가야지'…그렇게 맨날 학대"
학대 영상 보고도 경기도 광주시청 담당 공무원은 당시 현장 한 번 안 나가
동물구조단체 위액트(WEACT)가 구조, "심장병 때문에 수술받아야"
깨개개개갱, 깨개개갱, 깨개개개갱, 깨개개개개갱.
할머니 주인이 나무 막대기로 내리칠 때마다 강아지가 울부짖었다. 막대기란 느낌보단 길고 굵은, 각목에 가까웠다. 너무 애처로운 비명이라 듣기 괴로울 정도였다. 그런데도 할머니의 매질은 멈추질 않았다. 구석에 몰려, 목줄에 묶여 있어 피할 공간도 없었다. 속수무책으로 두들겨 맞을 뿐이었다.
5~6개월밖에 안 된 어린 강아지였다. 어떤 날은 목줄을 바짝 끌어당겨 꼼짝 못 하게 한 뒤, 나무 막대기로 두들겨 팼다. 어떨 때는 쇠장대로 찌르고 쑤시기도 했다. 주로 개가 말을 안 듣는다, 뭘 물어뜯어 놓았다며 무지막지하게 때렸다.
깨깨개개갱, 깨깨개개갱, 깨깨개개갱, 깨깨개갱, 깨깨개개개갱.
실제 들은 비명이 그랬다. 쉴 새 없이 쏟아지던 매질. 도무지 피할 곳도 피할 방법도 없었다. 그때마다 강아지가 할 수 있는 건 울부짖어 고통을 표현하는 것밖에 없었다.
'동물 학대'. 동물보호법 제10조 제2항.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동물의 몸에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행위.
강아지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며 그는 학대의 증거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할머니가 강아지를 때리는 모습을 기록하기로 했다.
처음 학대 장면을 목격한 게 올해 3월이었다. 강아지는 빈번하게 맞았다. 10분 넘게 나무 막대기로 온몸을 맞은 날도 있었다. 쇠로 된 가늘고 긴 막대로 쑤시기도 했다.
제보자는 "학대하는 소리만 듣고 증거를 남기지 못한 적이 훨씬 더 많았다"고 했다.
경찰은 계도 조치 외에는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만 했다. 광주시청 쪽으로 신고하라고.
광주시청 농업정책과 동물보호팀에도 영상이 접수됐다. 광주시엔 '동물보호관'도 지정돼 있었다.
그러나 광주시 동물보호관은, 학대 제보 현장에 출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에게 왜 나가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리 대답했다.
"일단 민원인께서 경찰에도 같이 제보하셨다고 했습니다. 저희 쪽에만 제보 주셨으면 제가 현장에 나가서 그분을 만나보거나 수사 의뢰를 하는 게 맞는데, 경찰에도 신고하셨다고 해서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아서…."
그러나 경찰과는 전혀 무관하게, 동물보호법 제34조에서 지자체 담당자 의무는 이렇게 명시돼 있다.
시ㆍ도지사와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동물을 발견한 때에는 그 동물을 구조하여 제9조에 따라 치료ㆍ보호에 필요한 조치(이하 "보호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하며, 제2호 및 제3호에 해당하는 동물은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하여 학대행위자로부터 격리하여야 한다.
4월 30일. 주민은 경찰에 결국 다시 신고했다. 남자 경찰과 여자 경찰 두 명이 찾아왔다.
"아우, 이거 좀 봐. 지겨워 죽겠거든, 말을 안 들어서."
여자 경찰이 할머니에게 이리 말했다.
"그래도 때리면 안 돼요, 생명인데."(경찰)
"생명인데 그럼, 말 안 들으면 패야지, 뭘 해. 사람도 죽고 사는데 그까짓 개XX 그거 확."(할머니)
경찰은 강아지 상태를 확인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할머니를 타이르듯 때리지 말라고만 했다.
경찰이 돌아가자, 할머니는 또 나무 막대기를 다시 잡아 들었다. 그때 한 말이 이랬다.
"또 때려야겠어."
다시 강아지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그날 하루마저 매 맞는 걸 피하지 못한 '솜방망이 계도'였다.
깨깨개개갱, 깨개갱, 깨깨갱. 강아지가 또 목청껏 울부짖었다. 그 누구도 보호해주지 못했다. 경찰도, 공무원도.
함형선 위액트 대표가 이와 관련해 말했다.
"일반 시민이 경찰한테도 신고하고 시청한테도 신고했어요. 근데 이 개는 계속 맞아. 경찰이 돌아가자마자 더 맞아. 그럼 도대체 이 개는 누가 도와줄 수 있는 걸까요. 결국 동물을 위한 편은 아무도 없었던 거예요. 3개월 동안 정말 쉴 새 없이 맞았고, 진짜 그냥 걸어가다 말고 '나 갑자기 쟤 때리러 가야지' 이러고도 갔다고요."
무언가를 꼭 해줘야 했던 존재들이 아무것도 안 한 거라고 했다.
위액트에서 강아지 구조에 나섰다. 증거 수집이 필요했다. 이웃 주민들 이야기를 들었다. '개 때리는 집'으로 다들 이미 알고 있었다.
할머니를 안다는 이웃 주민의 도움으로 설득에 나섰다. 할머니에게선, 강아지를 때린 것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집 안에 있는 걸 긁고 허물어서 때렸다고만 했다. 그럴 땐 때리는 게 맞다고 했다. 세상이 좋아졌다고, 요샌 개를 때린 적 없다고, 시장에서 사 왔다고, 낯선 사람이 오면 짖으니까 그런 용도로.
함 대표가 할머니를 설득하며 어렵사리 강아지 소유권을 포기시켰다. 꼴 보기 싫으니 가란 말과 함께, 할머니가 끝으로 말했다.
"또 가져올 거야. 시장에 가면 얼마든지 있어."
"사람을 너무 많이 좋아해요. 그래서 더 많이 때렸을 거예요. 한 번 물어볼 법도 한데 얘는 그것도 아예 못했어요."
강아지에겐 '비키'란 이름이 생겼다. 위액트를 후원하는 이들이 소중히 붙여주었다. 요즘 유행하는 '럭키비키'라는 말. 힘든 과거였으나 그런데도 밝은 애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지어준 거였다.
'비키'의 모든 행동에서, 그간 겪어온 아픈 생(生)이 다 느껴졌단다. 만져달라고 하면서도 손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 파르르 떨었다. 걷는 방법조차 모르는 강아지 같았다. 바닥에 납작 엎드리고 침대 밑에 들어가 꼭꼭 숨었다.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긴장감이 도무지 없어지지 않았다. 함 대표가 설명했다.
"왜냐하면 진짜 이유 없이 너무 맞았으니까, 자기가 뭘 해야만 안전한지에 대한 그게 없었을 거예요. 계속 긴장해 있고, 눈치 보고. 손만 닿으면 무조건 소변을 쌌어요. 며칠은 밥도 못 먹을 정도였고요."
시간이 흐르며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긴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비키를 만나러 갔다. 좋다며 꼬릴 흔들고 핥아주고 이리저리 헥헥거리며 뛰고 난리였다. 이불 안으로 손을 넣어 놀아주었다. 잠시 집중하더니 깡총하고 점프하며 장난쳤다. 이리 놀기 좋아하는 애였다. 그런데 묶인 채 언제 맞을지 몰라 발발 떨어야 했던 삶.
"비키가 병원에서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았어요. 선천적으로 심장 기형 질환이 있다고요. 수술하지 않으면 기대 수명이 1~3살도 안 된다고 해요. 2주 뒤에 시술해보고, 치료가 안 되면 심장 수술을 해야 해요."
수술대에서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수술이라 했다. 쇼크가 안 오고 마취에서 깨어난다면 살 확률이 높겠지만.
사람이 좋아 흥분하느라 헉헉거리는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나니 숨소리가 슬프게 느껴졌다. 기본 수술비는 최소 500만원 이상이라고 했다.
2~3개월부터 주인에게 맞는 게 일상이었던 강아지. 물리적인 폭력을 당했기에 역설적으로 그 집에서 나올 수 있었던 삶. 이제야 구조돼 좋은 가족을 만나 행복해질 참인데, 큰 수술을 거쳐야 살 수 있다니.
빈 플라스틱병 하나만 줘도 좋다고 헤헤 웃으며 행복해하는 비키가, 진심으로 잘 버텨 건강히 살아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동물보호관은 "위액트에서 학대 증거를 보내준다고 해서, 그걸 토대로 고발장을 접수할 계획"이라며 "현장에 가서 학대자를 만나 계도하고, 예방을 위해 근처에 동물학대 플래카드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비키를 학대한 할머니는, 이전에도 까만 개가 있었다고 스스로 증언했다. 집을 나간 뒤 비키를 또 데려온 거였다. 이후 다른 개를 또 데려와도, 학대자의 소유를 막을 법이 여전히 없다.
함 대표에게 해결책이 뭘지 묻자, 이리 대답했다.
"문제에 대응해야 하는 실무자들이 현장에 나가서 제대로 된 말을 딱 한 마디라도 할 수 있도록 하게 해야해요.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은 지자체 실무 담당 공무원들의 교육과 계몽입니다. 이를 억지로라도 따라 할 수 있게 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고요."
동물학대와 관련한 강력한 판결 역시 필요하다고 했다. 2020년부터 경기도 양평에서 3년간 반려동물 1200마리를 굶겨 죽인 범인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됐을 땐, 현장에 나갈 때마다 그걸 얘기하고 다녔다고 했다. 판결 하나가 갖는 힘이 그런 거였다.
함 대표는 비키가 학대당한 현장을 계속 살펴볼 거라고 했다.
"또 다른 개를 두지 못하게 계속 모니터링할 겁니다. 거기에 개를 다시 두는 경우가 꽤 있으니까요."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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