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시인 박종대 "하루라도 시를 쓰지 않으면 마음이 허전해요."(1편)
짧고 간결하면서 순수한 서정성 추구
김포천 전 광주MBC 사장에게 영향받아
올해 10월쯤 5번째 시집 출간 예정
[남·별·이]시인 박종대 "하루라도 시를 쓰지 않으면 마음이 허전해요."(1편)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하루라도 시를 쓰지 않으면 밥을 굶겠다는 각오로 매일 쓰고 있습니다. 시를 쓰지 못한 날은 마음이 허전해 우울해지니까요."
광주광역시 동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는 82살 박종대 씨는 퇴근 후 컴퓨터 앞에 앉아 시 창작에 몰두합니다.
낮에 떠오른 시상을 한땀 한땀 정성스럽게 다듬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립니다.
그리고 다시 800여 명의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전파합니다.
◇ '매일 알을 낳는 암탉 같다' 에둘러 핀잔
심지어 부인마저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느냐'며 퉁을 놓습니다.
팔순이 넘은 그가 이처럼 '돈도 안 되는 일'을 지속하는 이유는 단지 하나, '시인'이라는 타이틀 때문입니다.
그는 10년 전 칠순이 넘은 나이에 아시아서석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늦깎이 시인이 됐습니다.
이후 20대 문학청년 못지 않는 열정을 발휘하며 줄기차게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한편씩 쓰다 보니 일 년이면 300여 편의 시가 블로그에 쌓입니다.
그렇게 수년간 차곡차곡 모아진 시편들은 4권의 시집으로 묶여 출간됐습니다.
그중 세 번째 시집 제목은 '그리고 나랑 너랑…'(도서출판 서석刊)입니다.
나랑 너랑 두 개의 인격체가 '그리고'라는 접속사를 매개로 하나로 합쳐지듯 서로가 순수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관계를 이루자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그는 "만약에 '그리고'가 없다면 절벽 같은 허탈감과 아찔함이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너는 어데서 생겨나
어디로 가다
끝나는 걸까
나라는 삶 바람과 함께
동행하고 싶다
들풀, 야생초, 푸른숲
계절 따라 속살거리고
◇ 일상 속 떠오르는 생각을 시로 표현
당신이 하시잔대로
꾹~참고 지나간 세월
참는 습관 인 박히니
말년엔 그래도 깨소금이다
- 시 '집사람' 中
이처럼 박종대 시인의 시는 일상에서 접하는 일들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꾸밈없이 이야기하듯 표현합니다.
그리고 맑고 순수한 서정이 깃들어 있습니다.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은유법보다는 원관념을 직접 드러내는 직유법에 익숙한 경향을 보입니다.
그래서 쉽게 의미가 파악되고 독자로 하여금 편안한 분위기로 시를 읽게 합니다.
평론가는 "박 시인의 시는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면서도 청춘의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박종대 시인이 글짓기에 처음 눈을 뜨게 된 것은 초등학교 시절입니다.
어느 해 한글날 장흥중학교에서 군내 백일장대회가 열렸는데 그가 쓴 시가 대상에 뽑혔습니다.
학교에서는 대대적인 환영행사가 열렸고 만 5세에 입학했던 그는 키가 작아 교장선생님이 단상에 올라온 그를 안고 상을 줄 정도였습니다.
이후 광주공고 재학 때 당시 국어교사였던 김포천 전 광주MBC 사장으로부터 문학적 영향을 받았습니다.
◇ 한양대 공대 재학시절 학보사 기자로 활동
그는 "다른 사람들은 서로 어울려 대화를 나누는데 혼자서 창밖을 바라보는 아내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한양대 공대에 진학했는데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는 한편, 문리대에 찾아가 박목월 시인의 강의를 듣는 등 꾸준히 문학에 대한 관심을 지속했습니다.
박 시인은 대학 시절 영작을 했던 실력을 발휘해 자신의 시를 영어로 번역해 올리고 있습니다.
그는 부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해 10월에는 꼭 다섯 번째 시집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시집 제목도 이미 정해 놓았으며 한·영 2개 언어로 출판해 아태문인협회를 통해 미국에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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