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부터 조연까지 흑인만 나오는 SF ‘슈퍼셀’[오마주]

김한솔 기자 2024. 7.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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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SF시리즈 <슈퍼셀>. 넷플릭스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예전에 즐겨 보던 미드에 의사 흑인 캐릭터가 있었습니다. 몇 시즌을 보면서도 저는 그 캐릭터가 ‘흑인’이라는 사실을 별로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그 드라마에 백인 경찰관이 흑인 아이를 총으로 쏜 에피소드가 나오기 전까지요.

에피소드 말미에 그 캐릭터는 역시 흑인인 남편과 ‘이제 이야기할 때가 된 것 같아’ 라며 아들을 부릅니다. 그리고 고작 13살인 아들에게 ‘주변에 경찰이 있을 때 행동법’ 에 대해 가르칩니다. 경찰에게 말대꾸하지 말 것. 백인인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도 창문을 타거나 돌을 던지는 장난은 치지 말 것. 그리고 다음의 문장을 반복해서 연습시킵니다. “내 이름은 000입니다. 나는 13살이고, 당신을 해칠 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드라마가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한다고 본다면, 이들이 보고 듣고 느끼는 세계는 나와는 전혀 다를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번 주 오마주에서 소개할 작품은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두 흑인만 나오는 SF 드라마, <슈퍼셀>(2024) 입니다.

택배기사인 마이클은 시간을 통제하는 능력이 있다. 넷플릭스 제공

<슈퍼셀>은 영국 런던 남부에서 평범하게 살던 사람들에게 갑자기 초능력이 발현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택배 기사인 마이클은 시간을 멈추고 뛰어넘는 능력이 있습니다. 마약상인 로드니는 엄청난 스피드로 달릴 수 있습니다. 이혼 후 제대로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앤드리에게는 괴력이, 작은 갱단의 두목 테이저에게는 투명 인간이 되는 능력이 있습니다.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사브리나는 염력을 쓸 수 있습니다.

보통 이런 능력을 가진 이들을 ‘슈퍼 히어로’ 라고 부르지만, 이들을 히어로라고 부르긴 애매합니다. 번개보다 빠르게 뛰어 마약 판매량을 올리고, 괴력으로 ATM기에서 현금을 털고, 투명인간으로 변신해 사람을 죽이는 히어로들도 있던가요? 이들은 자신에게 이상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숨기며 살아가지만, 곧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고 쫓기는 처지가 됩니다. 아무래도 그들과 같은 초능력자들을 격리해 실험하는 집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 SF시리즈 <슈퍼셀>. 넷플릭스 제공

느낌이 오시나요? <슈퍼셀>은 옛날 미드 <히어로즈>의 영국판 같은 드라마입니다. 이 작품 크리에이터인 랩맨 역시 <히어로즈>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습니다. “(<히어로즈>에서) 엄청난 영감을 받았다. 배트맨 같은 것을 보면서 내가 했던 생각은 ‘나에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처음 하는 일이 스판덱스를 입고 망토를 두르는 건 아닐텐데’ 였다. 그건 말도 안된다. <히어로즈>를 봤을 땐, 처음으로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그들은 그냥 나처럼 평범한 사람인데,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이다.”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SF시리즈 <슈퍼셀>. 넷플릭스 제공

<슈퍼셀>의 주인공 전원은 흑인입니다. 로드니의 친구 한 명 정도를 빼면 주요한 조연들 역시 흑인입니다. 드라마에서 백인은 초능력자들을 탄압하는 집단에서만 약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드라마 전체에 흑인만 나온다는 사실을 1부 중반쯤에 깨달았고, 그와 동시에 백인만 나오는 드라마를 보면서는 한 번도 그런 생각 (‘그런데 이 드라마에는 백인만 나오네?’)을 해 본 적이 없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랩맨 역시 ‘넷플릭스에서 나한테 이런 쇼를 만들게 할 줄은 몰랐다’고 하네요. 작정하고 만든 흑인 드라마인 만큼 런던 남부 슬럼가의 갱 문화, 약물 문제 같은 것들이 실감 나게 그려집니다. 랩맨은 흑인의 관점에서 그린 런던 남부의 세계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총 6부작인 드라마로, 19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추억 지수 ★★★★★ 히어로즈를 재밌게 본 사람들이라면

하루 한 편 지수 ★★★★ 정주행보다는 하루 한 편 정도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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