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적 당정 관계 극복하고 尹에 민심 전해야 보수가 산다[쓴소리 곧은 소리]
(시사저널=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누가 당대표와 최고위원으로 선출될까? 아직 속단할 수 없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가 크게 작동하고 있지만 1차에서 끝날지, 결선투표까지 갈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4명의 후보 중에서 가장 눈여겨볼 인물은 단연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다.
그는 '어대한' 얘기가 나올 만큼 현재로선 당원이든 일반 국민이든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다. 하지만 정치에 입문한 지 반년밖에 안 된 정치 초보자로서 험로가 예상된다. 그의 당대표 도전은 다른 3명의 후보에게 강력한 견제를 받으면서 '반윤 인사'로 프레임 되고 있는 만큼 극복하고 감당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게 사실이다.
특히 그가 시급하게 감당해야 할 우선적 과제는 경선 과정에서 논란이 된 '김옥균 프로젝트설'과 '김건희 여사 사과 문자 무시(읽씹)의 당무 개입 의혹'이다. '김옥균 프로젝트'는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과거 조선 후기 갑신정변을 일으켰다가 '3일 천하'로 좌절한 김옥균처럼 특정 세력이 한 후보를 끌어내릴 것이란 시나리오다. 물론 가짜뉴스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험로가 예상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무시할 수 없는 과제다.
與 전대, '희망의 이벤트' 아닌 '절망의 이벤트'
'읽씹의 당무 개입 의혹'도 감당해야 한다. 한 후보는 지난 1월 다섯 차례에 걸친 김건희 여사의 문자 발송 성격을 사실상 '당무 개입·국정 농단'으로 봤다. 그는 '문자 읽씹' 논란에 "사적인 경로를 통해 김 여사와 대화를 주고받았다면 민주당에서 '국정 농단'이라 할 것"(7월8일)이라고 말했고,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런 얘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비정상적인 전대 '당무 개입'이며 위험한 일"(7월6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의 '당무 개입' 발언에 대해 민주당이 "당무 개입 의혹이 모두 사실이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김건희 특검'과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의사를 비친 만큼 이것도 감당해야 할 난제다.
막상 새 지도부를 선출해 당의 활력과 변신을 꾀해야 할 전당대회가 다가왔지만 국민 마음은 불편하다. 왜냐하면 당대표 선출 이후 당의 처지와 미래가 더 걱정되기 때문이다. 전대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네거티브, 이전투구, 혐오, 폭력, 막장으로 내상과 후유증이 너무 크다. 당 내부가 계파 갈등으로 사실상 심리적 분당 상태인데, 어떻게 국민의 마음을 얻으며 혁신에 성공할 수 있겠는가.
이러다가 보수 혁신은커녕 자멸의 길로 접어드는 게 아닌지 회의감이 든다. 당이 계파 갈등으로 분열되면,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특히 거대 야당 민주당이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를 방탄하기 위해 강력하게 밀고 있는 '대통령 탄핵' 같은 공세를 막아내기도 힘들다. 여당에서 단 8석만 이탈해도 대통령의 거부권이 무력화됨은 물론 대통령 탄핵도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후보자들과 지지자들이 이번 전대의 중요성과 의미를 간과한 점이다. '정권심판론'으로 드러난 총선 민심을 수용하고 당을 혁신하라는 국민 기대를 조금이라도 인식했다면 이런 수준 미달의 난장판을 연출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이 바라고 기대하는 전당대회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쟁과 네거티브로 오직 이기겠다는 승리지상주의에 빠진 것은 애석한 일이다.
상황이 급박해진 만큼 이번 전당대회가 중요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살피고 성찰하는 게 필요하다. 한마디로 이번 전당대회는 국민에게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수권정당으로서의 회복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시험대로서 중요하다.
국민의힘은 집권 후 2년간 수직적인 당정 관계의 문제로 지도부가 당대표, 당대표 권한대행,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8번이나 교체되는 불안정성을 보였다. 그렇게 국민에게 집권 계획으로 제시했던 정책과 공약 및 국정 운영을 성공시키지 못해, 결국 22대 총선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잠재우지 못하고 참패하는 무능력을 보여줬다.
따라서 이번 전대가 허물어진 집권여당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되살리는 '희망의 이벤트'가 될지 아니면 '절망의 이벤트'가 될지,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만큼 모든 후보와 지지자들이 변화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당권 경쟁자들은 전대의 중대한 의미를 살려내는 데 비협조적이었다. 따라서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전대에서 드러난 계파 갈등의 후유증을 수습하고 집권당의 회복력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물론 성급하게 포기하는 모습도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마땅히 필요하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새 당대표의 임무는 막중하다. '3무(무능·무기력·무책임) 행태'에서 벗어나 반전과 전화위복의 기회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3무 행태'에서 벗어나 경제와 민생을 살리고,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는 정책 비전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다. 과연 '냉전(반공) 자유주의'에서 벗어나 민생·정책 정당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보수 환골탈태엔 윤 대통령의 변화된 인식과 태도도 필수
우선 지난 총선 참패의 원인부터 살피는 게 필요하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핵심을 집권 2년간 이어진 '수직적 당정 관계'로 보는 게 적절하다.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대통령 측근들이 '내부 총질'로 몰아갔다. 특히, 여당이 주도해 채 상병 특검을 수용하자는 입장을 '대통령에 대한 배신자 프레임'으로 몰고 갔다는 점이다.
수직적 당정 관계와 연관되어 국민의힘이 여전히 수도권 중도층 민심을 외면하는 '영남당'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 이번 총선 지역구 당선자의 약 3분의 2가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에 몰린 상황이다. 과연 새 당대표는 건강한 당정 관계를 수립하고 수도권 중도층으로 당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까?
한동훈 전 위원장은 당대표 출마선언에서 "건강하고 수평적이고 실용적인 당정 관계를 대다수 국민들과 지지자들, 당원들이 정말 바라고 있다"며 "당이 정부와 충실히 협력하지만 꼭 필요할 땐 합리적 견제와 비판, 수정 제안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한 전 위원장의 발언이 성공하기를 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정치권에선 한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되더라도 용산 대통령실과 친윤의 압박에 의해 오래 자리를 지키기 힘들 거란 주장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국 의원은 "한동훈씨가 대표가 된다면 윤석열, 김건희 두 분 성정을 생각했을 때 그냥 놔두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조국 의원의 말이 사실이 될지, 아닐지 지켜볼 일이다. 건강한 당정 관계 수립이란 당대표 혼자만의 힘으로는 쉽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된 인식과 태도가 필수적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