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종합병원 'MRO'…해체·조립 스케일에 깜짝[금준혁의 온에어](끝)

금준혁 기자 2024. 7. 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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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아시아 아시아 디지털 엔지니어링 항공 MRO단지 '레드체인'
타이어·동체·배터리 등 정비할 부품 다양…인프라·기술력 모두 갖춰야

[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오가는 공항, 하루하루가 생방송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비행기와 승객입니다. 이 수많은 '설렘'들을 무사히 실어나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항공사와 공항의 온갖 조연들이 움직입니다. 이들에게서 듣는 하늘 이야기, '온에어'입니다.

작업자들이 항공기 타이어를 조립하는 모습 2024.06.25/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쿠알라룸푸르=뉴스1) 금준혁 기자 = 항공기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승객들이 보는 모습은 비행 전에 수행하는 부품 교환이나 경미한 수리다. 전자장비 등의 부품 정비나 주기마다 진행하는 중정비 단계로 넘어가면 항공기를 분해해서 수리한 후 조립하는 과정이 필수다. 이를 유지(Maintenance)·보수(Repair)·분해조립(Overhaul)의 첫 글자를 따서 MRO라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항공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2032년에 글로벌 시장이 1283억 달러(약 175조 원)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잠재력이 높다. 에어아시아는 2001년부터 대규모 기단(1분기 기준 215대)을 운영하며 쌓아온 정비 역량을 기반으로 2020년부터 MRO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2터미널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에어아시아의 MRO 전문 자회사 아시아 디지털 엔지니어링(ADE)의 정비단지 '레드체인'을 방문했다.

작업자들이 항공기 타이어를 제척하는 모습 2024.06.25/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항공기의 부품이 다양한 만큼 단지 내에서도 건물이 다양하다. 먼저 방문한 곳은 에어아시아가 주로 쓰는 A320과 A330 기종 타이어 수리 단지다. 작업은 'ㅁ'자 형태로 진행되는데 입구에는 휠을 뺀 타이어들이 쌓여 있다.

타이어휠은 사람이 직접 세척한 후 기계를 통해 페인트를 지워내고, 균열을 확인한 다음 다시 페인트로 칠한다. 타이어마다 장착되는 브레이크는 일반적으로 2000번의 비행 동안 쓸 수 있는데 7번째 비행부터 분해조립해 점검한다고 한다.

재조립 후 타이어에 결합해 12시간 동안 타이어 압력 등에 문제가 없다면 마무리된다. 이 같은 분해조립은 최대 10일까지 걸린다. 비행기는 계속 떠야 하기 때문에 주기에 맞춰 타이어를 입고하고 먼저 수리를 마친 타이어와 교체하는 식으로 운항하게 된다.

항공기에서 분해된 엔진덮개의 모습 2024.06.25/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항공기 동체도 정비가 한창이었다. 특수 처리된 공간에서 방진복을 입은 채로 동체를 절단하고, 새롭게 페인트로 칠하는 작업 등이 이뤄지고 있었다. 요즘 항공기 소재의 75%는 강철보다 강하고 알루미늄보다 가벼운 탄소섬유로 이뤄진다고 한다.

가장 큰 단지는 항공기 엔진이다. 여객기에서 엔진을 해체해 제조사에 보내고, 유지·보수를 하며 재장착하는 과정을 담당한다. A320 4개, A330 1개, B737 1개 등 6종류의 엔진을 다룰 수 있고 단지 내에는 예비용 엔진들이 포장돼 있었다.

자체적으로 엔진을 분해조립할 역량은 아직 부족하다고 한다. 그만큼 기술 장벽이 높고, 핵심 정비는 결국 엔진 제작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기에서 분해된 엔진의 모습 2024.06.25/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큰 부품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정비가 필요하다. 예컨대 차량도 시동을 걸기 위해 배터리가 필요하듯 항공기에도 전자장비를 가동하는 배터리가 들어간다. 비상시에 좌석 위에서 내려오는 산소호흡기에 쓰이는 산소통의 밸브마저도 분해 대상이다.

이처럼 항공기는 정비할 부품이 다양하고, 대부분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 A380의 부품 수는 400만개에 달한다. 여러 부품을 한 번에 수리할 수 있는 인프라와 기술력을 갖춰야 MRO 단지의 가치도 올라간다.

국내는 대표 대형항공사이자 역사가 긴 대한항공, 항공기를 제작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MRO 사업에 뛰어들었다. 다만 국적사의 수요를 모두 감당할 만한 인프라는 없기 때문에 대부분 항공사는 해외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현재 ADE는 A320·A330·B737의 6·12년 주기 중정비가 가능하다. 에어마카오, 스쿠트항공(싱가포르) 등 외부 물량을 수주하고 있고 하반기에는 추가로 짓고 있는 MRO 단지도 문을 연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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