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빚 때문에 살인에 사체유기까지…사라진 주범 어디에?

박혜연 기자 2024. 7. 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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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전화기가 울렸다.

상대는 평소와 같이 도박하며 친해진 박종윤(당시 49세)이었다.

박종윤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자기 집에 큰 도박판이 벌어진 것처럼 거짓말을 해 김 씨를 유인했다.

그 사이 필리핀 등 해외 도박장에서 박종윤을 봤다는 제보가 몇 번 경찰에 들어왔지만 확인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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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재구성]2007년 송파구 도박빚 살인사건의 진실은
공범 남궁경훈 올해 11월말 출소 예정…주범 행방 찾을까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새벽에 전화기가 울렸다. 상대는 평소와 같이 도박하며 친해진 박종윤(당시 49세)이었다. 전화를 받은 남궁경훈(당시 34세)에게 박종윤은 다짜고짜 자신의 자취방으로 오라고 했다. 도착한 남궁경훈 앞에 박종윤이 보여준 건 한 남자의 시체였다. 바로 서울 강동구 길동 일대 유흥가를 주름잡는다는 사채업자 김 모 씨의 보디가드인 오 모 씨였다.

박종윤은 "오 씨에게 '김 씨의 돈을 빼앗아 함께 나누자'고 제안했는데 거절해 죽여버렸다"며 "너도 빚이 있고 나도 빚이 있으니 김 씨 돈을 빼앗아 빚을 청산하자"고 남궁경훈에게 제안했다.

김 씨는 벤츠 트렁크에 수억 원 현금을 늘 준비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 정도로 도박판의 '큰 손'으로 유명했다. 당시 박종윤은 4억 원 상당 사채 빚이 있었고 남궁경훈 역시 박종윤으로부터 2000만 원을 빌린 상황이었기에 범행에 동참하기로 했다.

'거사'는 2007년 12월 11일 오후 5시쯤 치러졌다. 박종윤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자기 집에 큰 도박판이 벌어진 것처럼 거짓말을 해 김 씨를 유인했다. 김 씨가 들어오자마자 남궁경훈은 문을 잠갔고, 박종윤이 김 씨를 폭행했다.

김 씨가 반항하자 두 사람은 미리 준비한 노끈과 방 안에 있던 전선, 운동화 끈 등을 이용해 김 씨를 묶고 이불로 돌돌 만 다음 김 씨의 벤츠 트렁크 안에 집어넣었다. 약 30시간 동안 청 테이프로 입이 틀어막힌 채 트렁크 안에 갇혀 있던 김 씨는 결국 숨졌다.

김 씨의 벤츠 안에는 소문과 달리 그 어떤 현금도 없었다. 두 사람이 얻은 건 김 씨 지갑 안에 있던 현금 30만 원이 전부였다. 현금카드도 비밀번호를 알기도 전에 김 씨가 사망해 버려 쓸모가 없었다. 두 사람은 김 씨와 오 씨의 사체를 강원 영월군의 외딴 숲에 암매장했다.

'완전범죄'처럼 잊혀 가던 이 사건은 약 2년 뒤인 2009년 9월 29일 밤을 주우려 숲을 찾은 주민이 시신 두 구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수사의 실마리가 됐다. 경찰은 흙 속에서 발견된 두개골의 치아 상태와 옷가지를 토대로 김 씨와 오 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김 씨와 오 씨가 실종됐던 무렵 자취를 감췄던 박종윤과 남궁경훈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두 사람이 피해자들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인물이라는 점, 시신이 발견된 곳 인근 38번 국도에서 두 사람이 서로 통화한 기록이 결정적 증거가 돼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친형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남궁경훈은 비교적 쉽게 체포됐지만 박종윤은 마치 증발한 듯 전혀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남궁경훈은 경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고, 재판 과정에서는 주요 범행을 모두 박종윤의 소행으로 몰았다. 남궁경훈은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2010년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이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17년이 지난 현재 박종윤은 1번으로 공개 수배된 주요 피의자다. 그 사이 필리핀 등 해외 도박장에서 박종윤을 봤다는 제보가 몇 번 경찰에 들어왔지만 확인된 적은 없다. 일각에서는 남궁경훈이 박종윤을 살해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같이 저지른 살인으로 혼자 십수 년째 실형을 살고 있는 남궁경훈은 올해 11월 30일 출소가 예정돼 있다. 남궁경훈은 한 번도 박종윤이나 그의 소재에 대해 입을 연 적이 없다고 한다. 남궁경훈이 출소 후 박종윤을 찾을지, 아니면 조용히 모든 비밀을 갖고 사는 것을 택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는 박종윤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을까.

2009년 당시 서울 강동경찰서의 수배 전단에 담긴 피의자 박종윤 사진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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