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체 업데이트가 전세계 대란으로...미 증시는 선방 [뉴욕마감]
뉴욕증시가 이번주 마지막 거래일에도 하락세를 유지하며 당분간 조정이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했다. 증시는 개장전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마이크로소프트(MS) 기반 소프트웨어의 먹통사태로 일부 종목의 급락 속에 시작했다. 오히려 오후 폐장으로 갈수록 지수가 개장 후 안정을 되찾아 통상의 하락세로 마무리된 것에 투자자들은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377.49포인트(0.93%) 하락한 40,287.53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39.59포인트(0.71%) 내린 5,505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144.28포인트(0.81%) 하락해 지수는 17,726.94에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지난주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왔지만 이번주에는 4월 이후 최대 하락폭(-2%)을 나타냈다. 그러나 나스닥은 그보다 큰 3% 이상 떨어졌고 다우는 1%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은 2% 가량 상승했다. 빅테크 기술주에서 상반기 수익을 거둔 투자자들이 종목을 금리인하 수혜주로 옮겨타고 있다는 분석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GDS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 글렌 스미스는 "증시는 오래전에 예정된 로테이션을 경험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매우 좋은 성과를 보인 대형 기술 주식에서 돈을 빼내 시장의 다른 영역으로 옮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상반기 시장 랠리가 소수의 거대 기술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가 하반기 금리인하를 예비하면서 낙관론이 커지자 규모가 작고 순환적 성향이 강한 주식들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즈(FT) 등은 이날 MS가 세계에 미친 이 문제는 역대 최대규모의 IT 중단사태로 기록될 것이라며 MS가 만든 사소한 기술적 변경이 어떻게 이런 광범위한 혼란과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단 이번 사건을 두고 MS는 보안 프로그램 공급사인 크라우드 스트라이크를 비난했다. 크라우드 스트라이크의 최고경영자(CEO) 조지 커츠도 "사안은 보안 사고나 사이버 공격이 아니다"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과정에서 보안 프로그램 '엔드포인트'가 버그를 일으켜 전체 윈도우 로드를 막아 블루스크린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드포인트는 기업 네트워크에 연결된 노트북이나 전화기, 서버부터 소매 결제 단말기, 현금 인출기까지 컴퓨터 네트워크와 원격 장치 간의 연결을 보호한다. 그러나 보호 프로그램이 윈도우 업데이트를 실행하면서 버그를 만들어 시스템 자체를 장시간 죽여버린 것이다. 더 문제인 것은 이 보안 프로그램이 MS의 대규모 B2B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를 중단시켜 기업 고객들을 어려움을 빠트렸다는 점이다.
공항 뿐만 아니라 증시 거래소가 영향을 받고 있다. 대부분 유럽 거래소는 거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는 웹사이트에 뉴스를 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단 뉴욕 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은 모두 시장이 정상적으로 개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카드 결제시스템이 생명인 비자(VISA)는 공식적으로는 시스템이 정상이라고 밝혔지만 일부 결제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보고가 이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항공사들이 겪고 있다. 이 기술 서비스 중단으로 전 세계 항공 여행이 중단됐는데 항공사들은 승객 체크인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권고에 따르면 델타 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 아메리칸 항공을 포함한 대형 미국 항공사들이 정규 항공편을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사이버테러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와 같은 결과를 내고 있는 것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이번 사건을 두고 "지금까지 역사상 가장 큰 IT 실패"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MS의 독점력에 따른 피해의 광범위성으로 지적된다. 포츠머스대 사이버 보안 연구원인 바실레이오스 카라기아노풀로스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며칠 이상 걸릴 수 있다"며 "시스템 전반에 걸쳐 문제가 매우 광범위하고 글로벌하기 때문에 (MS 서비스를 쓰는) 수요가 너무 많아 IT 지원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티개스는 인플레이션이 개선되고 기업 수익이 확대되고 있어 아직은 경제와 시장에 대해 긍정적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회사 창립자이자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인 니콜라스 본색은 "경제의 약세가 일부 나타나지만 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후속 조치가 거의 없다"며 "정치는 절정기에 접어들었고, 연기가 걷히면 선거일까지 빠르게 달려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전술적 관점에서 7월과 8월은 현재의 기본 환경을 점검하고, 정치적 담론의 모든 흐름에 (과도하게) 반응하려는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며 "지금은 연말과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주제를 찾아 모멘텀 투자에 나서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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