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필리핀 가사 도우미 첫발…"업무 과중 예방·인권보호 관건"

오현주 기자 2024. 7. 20. 07: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시가 9월부터 시범 운영하는 '필리핀 가사 도우미'(가사 관리사)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업무 과중 예방책과 인권 침해 예방책 등 구체적인 지침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이용자가 임의로 업무를 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한국이 낯선 필리핀 가사 관리사가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9월초부터 6개월간 외국인 가사 관리사 도입
노동계 "韓문화 낯선 외국인, 모든 가사업무 맡을 우려"
ⓒ News1 DB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서울시가 9월부터 시범 운영하는 '필리핀 가사 도우미'(가사 관리사)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업무 과중 예방책과 인권 침해 예방책 등 구체적인 지침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이용자가 임의로 업무를 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한국이 낯선 필리핀 가사 관리사가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 도우미'는 8월 6일까지 이용자 신청을 받은 뒤 9월초부터 내년 2월말까지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

이번이 국내 최초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인 만큼 이를 둘러싼 우려가 잇따른다.

노동계에서는 가사 도우미가 아이 돌봄뿐만 아니라 각종 가사일까지 도맡는 등 업무가 과중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노총은 16일 성명서를 통해 "실행 가이드 라인이나 현지 선발 공고를 보면 아동 돌봄 등 필수적인 노동 외에도 거의 모든 가사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측은 공식 입장을 내고 "가사 관리사는 청소, 세탁 등 육아와 관련된 가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동거가족에 대한 가사업무를 부수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나, 이용자가 가사관리사에게 직접 임의로 업무지시를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필요한 경우 이용자는 서비스 제공기관에 요청사항을 전달해 처리한다"며 "서비스 제공기관과 이용자 간 서비스 이용계약 작성 시 업무 범위의 세부 내역을 체크리스트 형태로 구비해 명확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가사 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리주부'가 공개한 업무 내역 (대리주부 앱 갈무리)

현재 대리주부·돌봄플러스 등 가사 서비스 제공기관은 필리핀 가사 관리사가 맡을 구체적인 업무를 일부 제시했지만, 해당 업무를 구분하는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서비스 이용자가 집안일을 지시할 때 일일이 규정에 맞춰서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침에 따르면 △식사 △배변 △등하원 △낮잠 재우기 △방청소 등은 할 수 있지만, 청소기·세탁기 등 도구 없이 손걸레질이나 손빨래는 할 수 없다.

또 아기 옷을 다림질 할 수 없고 어른을 위한 식사를 조리하거나 상차림을 하는 것도 안 된다.

음식물·일반·재활용 등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것도 할 수 없고, 가습기, 공기청정기 같은 청소도 시킬 수 없다. 어르신 돌봄 업무나 반려동물을 돌보는 행위도 할 수 없다.

다섯살 아들을 키우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부모들의 해석에 따라 집안일 업무 범위가 달라질 것"이라며 "경제적 활동을 위해 외국인 가사 도우미가 이용자 지시를 단칼에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선정 자격도 불충분하다고 꼬집었다. 필리핀에서 받은 교육으로 낯선 한국 문화를 빠르게 이해하는 게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필리핀 정부가 공인한 케어기버(caregiver) 자격증(780시간 교육 이수) 소지자 중 영어·한국어 등 어학능력 평가, 건강검진, 범죄 이력 확인 등 신원검증을 거쳐 총 100명이 선발됐다.

선발 인원은 8월 비전문 취업비자(E9)로 들어와 한국에서 한 달간 한국 문화·안전 지침 등 교육을 받는다.

정지윤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이민 다문화학과 교수는 "필리핀 가사 관리사가 현지에서 아무리 교육을 열심히 들었어도, 한국 문화를 100%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에 입국한 필리핀 가사 도우미가 이탈했을 때의 대책도 필요하고, 대만·싱가포르처럼 완벽한 시스템이 구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woobi12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