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표 기후정책 조언한 김소희 “韓 원자력 세계 5위…비용 높은 재생에너지만으론 힘들어”

박나영, 박성의 기자 2024. 7.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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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의원은 처음이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 108명 의원 모두 ‘기후 스피커’가 되는 것이 목표”
“기후는 환경문제 아닌 정치‧경제 이슈…단계적 전환이 가장 중요”
한동훈 후보 당대표 출마선언에 담긴 기후 정책에 조언자 역할도

(시사저널=박나영, 박성의 기자)

익숙하지 않기에 낯설고, 때로는 불안합니다. 그러나 '처음'이기에 할 수 있는 일도 무궁무진합니다. 시사저널은 22대 국회에서 첫 금배지를 단 여야 초선 의원들을 만나 그들의 꿈과 포부에 대해 물었습니다.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이들의 첫걸음을 기록합니다. [편집자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국민의힘 108명 의원 모두 '기후 스피커'가 되는 것이 제 목표죠."

22대에 첫 배지를 단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앞으로 4년 간의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지난 총선에서 처음으로 기후 유권자라는 말이 나올 만큼 기후 위기 대응에 관심이 높아졌지만 김 의원은 최근 더욱 '처음부터', '한 단계씩'을 강조하고 있다. 국회 입성 후 기후 정책이 현실화되기까지 '산 넘어 산'임을 뼈저리게 실감했기 때문이다. 목표는 우선 의원 한 명이다. 한 명, 한 명씩을 설득하다보면 이들이 기후 관련 한 마디씩 언급할 테고, 그렇게 108명 의원 모두가 '기후 스피커'가 될 때까지 브릿지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 의원은 비영리 민간단체 기후변화센터의 사무총장과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한 '찐' 기후‧에너지 전문가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전당대회 출마선언을 하며 "원전, 유전은 우파의 것이고 신재생에너지는 좌파의 것이라는 구태의연한 정치적 도식의 장벽을 깨부수겠다"는 메시지를 내는 데 조언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시사저널은 8일 김 의원을 만나 국회가 서둘러 해결해야 할 기후 대응 과제와 방안에 대해 들었다. 그는 "기후 문제는 환경 규제가 아니라 정치‧경제 이슈"라면서 "탄소 중립 에너지로의 단계적인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포트폴리오에 비용‧온실가스 감축‧일자리 창출 3가지 고려해야"

국회 입성 한 달의 소회는.

"산업부‧환경부 관계자들이나 출입기자들을 많이 만났었는데, 현안에 대해 서로 아는 상황이라 설명이 필요 없었다. 국회에 와서 여러분들을 만나면서 국민 눈높이를 알게 됐다. 쉬운 단어로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그게 우선 가장 중요한 일이구나를 깨달았다."

22대 총선 때 기후 유권자라는 말이 나왔는데.

"기후 정책을 보고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나왔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실제 기후 정책을 내세운 후보자들이 뽑힌 것 같진 않다. 그럼에도 확실히 22대 국회는 기후 정치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국민의힘이 기후 문제를 챙기기 시작했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크게 바뀐 지점이다. 다음 지선, 대선 땐 기후 정책을 내세운 지자체장이나 대통령이 뽑힐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다."

21대 국회에서 주요 기후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래의 이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300명 모두 기후 문제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당장 돈 되는 현안, 당장 표가 되는 현안에 관련한 법안이 우선이다. 5년 후, 10년 후를 위해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을 안 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말로만 중요하다 했을 뿐 정작 실행에 옮긴 건 하나도 없다."

모든 정당이 기후 위기 대응의 중요성에 공감하는데, 그 중 가장 우선순위는.

"저탄소 에너지원을 보낼 수 있는 전력망을 까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21대 국회에서 RE100을 그렇게 강조했는데도, 정작 RE100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전력망 보급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전력망이 있어야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기업에 보낼 수 있는데, (지금은) 보낼 수가 없어 버리고 있다."

전력망 보급이 우선이라는 데 여야 이견이 없을 것 같은데.

"이견이 있을 수가 없다. 민주당이 RE100을 그렇게 강조하면서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통과시키지 않은 걸 보면 RE100을 알고나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해 태양광 등에 세금으로 마련한 보조금을 1년에 5조원씩 주고 있다. 그렇게 생산한 전기를 버리고 있는 것이다.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21대에서 통과됐어야 했다. 우리 당이 22대 개원하자마자 당론으로 발의한 이유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재생에너지 비용 세계 1위…잘 쓰고 있는 에너지원 활용해야"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세계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원자력 비중을 늘리는 게 세계적인 흐름과 안 맞는다는 것은 민주당의 주장이다.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에너지원을 쓰는 게 기후 대응이다. 그런 측면에서 원자력이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적은 에너지원이고 다음이 재생에너지 즉 태양광, 풍력, 그 다음이 화석 연료다. 원자력은 방사성 폐기물 이슈 때문에 환경적인 측면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우리는 이미 잘 쓰고 있는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잘 활용하자는 거고, 민주당은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21대 국회는 재생에너지냐 원전이냐 싸움만 하다 끝났다."

원자력은 환경‧안전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 능력에 맞는 에너지를 쓰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재생에너지 위주로 가야한다고 주장하는데, 한국은 재생에너지를 잘 보급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인도, 중국, 미국처럼 땅이 넓은 나라는 태양광 패널을 막 깔 수 있지만 우리는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엄청 높아 설치가 어렵다.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는 비용도 추가로 든다."

결국 비용 문제인가.

"그렇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용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비용이 높으면 비싼 전기를 쓰게 되고 또 가격이 높아지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선 정부가 보조금을 엄청 줘야 한다. 원자력을 반대하는 측에선 원자력을 쓰고 난 뒤 폐기물 관리 비용까지 생각하면 원자력이 싼 에너지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지만 우리 원자력 기술은 세계에서 탑5 안에 든다. 전체의 97% 에너지원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력을 포기해야 되나.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게 합리적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같은데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찾는건가.

"구체적인 에너지원 포트폴리오를 짤 때 비용과 온실가스 감축, 일자리 창출 3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재생에너지를 쓰려고 전기요금을 5배로 올린다면? 국민 대부분이 재생에너지 하지 말자고 할거다. 저탄소 에너지로 가되 질서 있게 단계적으로 전환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우리 미래가 달린 조선,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5대 산업에 공급할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반도체를 먹여살릴 에너지원이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부족하기에 원전이나 수소도 필요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관련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정부 초기에 태양광 보조금을 잘못 쓴 기업들을 처벌하면서 재생에너지를 탄압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원전을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재생에너지는 안하고 원전에만 집중한다는 메시지를 줬다. 커뮤니케이션을 잘못한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태양광이 아닌 풍력을 많이 늘리겠다고 알리면서 원전과 동시에 메시지를 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어떻게 평가하나. 

"산유국들은 석유를 판 돈으로 사막에 태양광을 깔고 있다. 자동차 등 모두 전기 에너지로 전환되어도 석탄‧석유를 당장 2040~2050년 안에 안 쓴다고 할 수는 없을 거다. (석유가 나온다면) 전략적으로 기후 대응을 위한 예산 마련 차원이나 수입을 할 수 없는 상황 등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는 필요하다고 본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야당과 잘 싸우고 당을 탄탄하게 만들 대표 뽑혀야"

기후위기대응 특별위원회 활동 중인데. 

"원내 8개 정당 소속 10명의 의원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기후특위는 말 그대로 특별위원회고 상설화가 되려면 전담부처가 필요한데 그게 없는 현실이다. 예를 들어 환경부, 산업부와 연결된 어떤 법안을 심사하려면 해당 부처 예산‧법안 심사권을 갖고 있는 두 상임위가 그걸 포기해야 된다. 현재로선 기후 관련 법안에 대한 합의가 어려울 때 기후특위를 통해 논의를 하고 해결해가는 게 이상적이지 않을까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출마선언에서 에너지정책을 언급했는데.

"총선 이후에도 공부를 엄청 많이 하신 것 같다. 총선 때도 엄청 바쁘셨을텐데 스타트업을 초대해 개최한 기후 공약 간담회에서 우리가 써준 내용을 그대로 읽지 않고 미리 공부를 많이 하고 오셨던 기억이 있다. 테크니컬한 용어도 많은데 다 소화하시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전당대회가 너무 과열됐는데. 

"우리 당 의원들은 대통령 임기가 3년 남았으니 그 기간 동안 대통령이 하는 몇 가지 개혁들에 힘을 실어드리자는 데 모두 공감한다. 이를 위해 야당과 잘 싸우고 당의 조직을 다시 탄탄하게 만들 대표가 뽑히길 원하는 건 의원들 모두 같다. 한동훈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민주당과 싸우지 대통령과 척을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은.

"기후는 환경 문제가 아니다. 정치‧경제 이슈다. 에너지를 쓴 만큼 국가가 성장한다. 에너지를 쓰면서 성장하려면 저탄소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성장을 통해 국민이 잘 먹고 잘 살게 되러면 기후‧에너지 정책을 잘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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