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정쟁’에도…‘생활 초밀착’ 법안 눈길

여야의 극한 대치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22대 국회는 지난 17일 제헌절도 정식 개원식을 하지도 못 한 채 맞이했습니다. 사상 초유입니다.

비록 정치는 실종된 '반쪽 국회'이지만 재치 있고 고민 어린 법안들은 눈에 띄게 마련입니다.
모두가 관심 갖는 주요·쟁점 법안이 아니라도, 피부에 와닿는 생활 밀착형 법안이나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법안 등을 살펴봤습니다.

■ '월급쟁이 소확행'·'결혼비용 소득공제'… '생활 초밀착' 법안 눈길

이번 주 국회 기재위에 눈에 띄는 법안 2건이 올라왔습니다. '월급쟁이 소확행' 법안과 '결혼비용 소득공제' 법안입니다.

'월급쟁이 소확행' 법안 시리즈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2건으로, '여름휴가 지원법'과 '연말정산 가족혜택법'을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여름휴가 지원법은 7~8월 여름 휴가 기간 근로자가 국내 여행을 다녀온 뒤 기업이 숙박과 교통 등에 사용한 금액 중 일부를 근로자에게 돌려주면, 이 지원금을 근로소득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여름 휴가 비용을 아끼게 되고, 기업 입장에서는 여유자금을 활용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행지는 국내로 한정해, 국내 소비 진작에도 도움이 되도록 했습니다.

'연말정산 가족혜택법'은 하반기 연말정산을 앞두고 누구에게 신용카드 사용액을 몰아줄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어느 비율로 써야할지 일일이 따져보느라 벌써부터 골치가 아플 부부들을 위해, 신용카드 사용액 합산이 가능하도록 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겁니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은 28년 경력의 국세청 공무원 출신으로,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을 2천만 월급쟁이 여러분이 제도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며 법안을 발의한 취지를 밝혔습니다.

늘어나는 결혼 비용 부담에 '결혼비용 소득공제' 법안(국민의힘 박정하 의원 대표 발의)도 눈에 띕니다. 근로소득이 있는 거주자나 직계 비속이 결혼할 때, 근로 소득 금액에서 1천 만원을 공제해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겁니다.

■ '페달 블랙박스 장착'·'김호중식 술타기 방지' 법안도

최근 여러 사건·사고가 발생하며 조명된 법적·제도적 사각지대를 입법 노력으로 채우려는 시도들도 눈에 띕니다.

'시청역 역주행 사고'에 이어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고가 계속 발생하자, 자동차 제조사의 책임인지 운전자의 과실인지를 가려낼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 만들어지는 차량에는 페달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거나(국민의힘 이헌승 의원 대표 발의), 장착할 경우 보험료를 낮출 수 있도록 하는 법안(민주당 윤종군 의원 대표 발의) 등입니다.

음주 운전이 들통날 상황에서 사고 후 술을 급하게 더 마셔서, 사고 전 음주 상태였는지를 알 수 없게 만드는 이른바 '김호중 식 술타기' 수법을 막기 위한 법안도 올라와 있습니다.

경찰의 음주 측정이 시작되기 직전 술이나 의약품을 먹은 사람은 5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법안입니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 대표 발의)

이 밖에 상대방을 감시하거나 일상생활을 강제하려는 '강압적 통제 행위'를 교제 폭력 범위에 넣고 규제해야 한다는 법안(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 대표발의)도 국내에선 최초로 발의됐습니다.

지난 4월 경남 거제에서 전 남자친구의 폭행 후 19살 이효정 씨가 사망하는 사건 이후 가해자의 '통제 행위' 자체가 살인 등 중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의가 촉발됐는데, 이 같은 화두를 담은 법안입니다.

■ '부실·반짝 법안'이라도…"정쟁보단 낫다"

물론 법안을 발의한다고 해서 모두 본회의를 통과하는 건 아닙니다. 쏟아지는 법안 중에는 중복되거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부실 법안', 시류에 편승하는 '반짝 법안', 모든 걸 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과잉 입법' 지적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법안이 일단 발의 되고 나면 국회라는 공론화의 장에 오르게 됩니다. 발의 자체로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경우도 있고, 어떤 법안을 발의했는지를 놓고 내가 뽑은 국회의원이 뭘 하고 있는지 감시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쟁만 거듭하다 아무것도 못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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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슬 기자 (moonster@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