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중심에는 언제나 돈이 있었다”
경제사의 흐름 접목시켜 입체적 조망
1958년 버블 붕괴 원인으로 질투 꼽아
찰스 디킨스 ‘크리스마스 캐럴’ 따뜻함
문학으로 냉정한 사회에 반기 큰 의미
예측 앞선 과거 분석의 중요성도 역설
돈 밝히는 세계사―문학, 철학, 역사를 넘나드는 최소한의 경제 교양/ 차현진/ 문학동네/ 1만9000원
질투와 탐욕 외에도 저자는 ‘공포와 혐오’ ‘배신과 분노’ ‘슬픔과 비참’ 등 다양한 인간의 감정이 돈에 영향을 미친 사건들을 다룬다. 이를 통해 비합리적으로만 보였던 돈의 행방과 경제 흐름이 왜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내보이며 경제사를 훨씬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이때 찰스 디킨스가 문학으로 반기를 들었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구두쇠 스크루지는 꿈속에서 인부들이 혹사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더 이상은 안 된다며 울부짖는다. 자신의 몰인정을 회개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이 소설이 발표된 1840년대는 영국에서 차티스트 운동(노동운동)이 맹렬히 펼쳐졌다. 이에 따라 식량에 대한 수입관세가 철폐되어 생계비가 낮아지고, 여성과 아동의 노동시간에 규제를 두게 되었다. 산업재해조사가 시작된 것도 이 시기다.
“맬서스의 별명은 ‘인구(Pop)’이고, 디킨스의 별명은 ‘다정 선생(Mr.Sentiment)’이다. ‘인구’가 지은 ‘인구론’은 오늘날 더 이상 읽히지 않는다. 반면 ‘다정 선생’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1843년 출판된 이래 지금까지 절판된 적이 없다.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각과 따뜻한 시각의 싸움에서 따뜻함이 이겼다.”(62쪽)
대체로 경제를 논할 때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에만 몰두한다. ‘미국이 언제쯤 금리를 낮출까?’ ‘비트코인이 미래의 화폐가 될까?’ 그런데 금리 예측에서 당장 살피는 것은 당장의 물가상승률일 뿐이다. 물가상승률을 보고 단순히 금리를 조절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핵심은 물가 흐름을 파악하는 데 있다. 경제구조의 변화를 두루 살펴야만 비로소 물가와 금리의 향배를 알 수 있다. 경제정책을 결정하고 금융 상품에 투자할 때 미래만 예측할 것이 아니라 과거를 짚어야 하는 이유다.
책은 경제사에서 핵심 축으로 작동한 돈, 은행, 정책, 중앙은행 등에 ‘인간의 감정’이라는 새로운 요소 더하기를 시도한다. 저자는 경제사에서 인간의 감정이 남긴 획들을 이으며 인간의 역사가 곧 돈의 역사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역사가 곧 미래를 여는 단서임을 보여준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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