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 선도”… 한반도를 흔들어 깨운 한국사상의 거장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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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국가 고려에서 '유교 문명국' 조선을 설계한 삼봉 정도전은, 조선 건국 2년 뒤인 1394년 태종 이성계에게 올린 법제서 '조선경국전'에서 백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도전을 비롯해 조선 건국 세력은 민심의 이탈로부터 고려에서 조선으로 왕조 교체의 정당성을 찾았던 만큼 이성계에게 민심을 얻기 위한 민본, 위민의 정치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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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한국사상선(1차분 10종)/ 이익주, 임형택, 박희병 등/ 창비/ 전 10권 세트, 22만원
“임금의 지위는 높기로 말하면 높고, 귀하기로 말하면 귀한 것이다. 그러나 천하는 지극히 넓고 만민은 지극히 많으니 한번 그들의 마음을 잃으면 크게 염려할 일이 생긴다. 백성은 지극히 약하지만 힘으로 협박할 수 없고, 지극히 어리석지만 꾀로 속일 수 없다. 그 마음을 얻으면 복종하고 그 마음을 얻지 못하면 임금을 버리는데, 버리는 것과 따르는 것 사이에는 털끝만큼의 차이밖에 없다.”(제1권)
도서출판 창비는 조선의 개국을 주도한 정도전부터 현대의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약 700년 세월에 걸쳐 한반도를 흔들어 깨운 한국 사상가 59명의 사상을 담은 시리즈 ‘창비 한국사상선’ 30권을 2026년까지 출간하기로 하고, 먼저 제1차분 10종을 최근 내놓았다.
이번에 발간하는 사상선 대상 인물들은 유교 문명국 조선의 수립이라는 사회 변혁을 선도한 정도전을 필두로 세종, 정조, 이황을 거쳐서 근대 개벽사상가 최제우, 박중빈과 혁명가 김옥균, 안창호까지 다양한 인물을 망라했다.
특히 조선 후기 새로운 세상을 바라고 동학을 창시한 개벽사상가 수운 최제우도 포함됐다. 출중한 글솜씨에도 재혼한 어머니의 자손이라는 이유로 과거에 나갈 수 없었던 그는 당시 서학의 영향을 받아 조선 사회를 지배하던 유교 체제를 탈피하는 사상적 대전환, ‘개벽’을 꿈꾸며 동학을 창도했다.
사상선 시리즈는 이들 외에도 그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개혁가 조광조, 독립운동가 조소앙과 한용운, 평론가 임화, 사상가 이효재 등도 새롭게 포함해 재조명하고, 가장 현대적 인물로 김대중 전 대통령도 포함했다.
간행위원장을 맡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16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사상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고 세계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영향을 미친 이들을 선정해 조명했다”며 한국의 사상을 제대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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