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겁의 묵묵한 증언자… 운석이 들려주는 우주
1000만∼3억년 떠돌다 지구로
여러 종류 알갱이로 이뤄진 운석
태양계 탄생·초기 지구 흔적 품어
‘우린 어디서 왔을까’ 질문에 답
운석―돌이 간직한 우주의 비밀/ 팀 그레고리/ 이충호 옮김/ 열린책들/ 2만5000원
45억년 지구 나이를 24시간으로 압축하면 인류의 역사는 4초도 채 되지 않는다. 문자는 0.1초 전에 발명됐다. 나무는 2시간 전에 뿌리내렸고, 공룡은 1시간15분 전에 나타나 55분 전에 사라졌다. 인류가 역사를 기록하기 전, 지구의 수십억년 세월을 묵묵히 담아온 존재는 암석이다. 다만 암석에 쓰인 지구 이야기는 처음 몇 쪽이 찢겨나가고 중복 인쇄됐다. 판 구조의 힘과 풍화·침식 작용 때문이다.

운석은 달을 제외하면 주로 화성 궤도와 목성 궤도 사이 소행성대에서 지구로 날아온다. 소행성대는 대략 2∼4AU(1AU는 태양∼지구 평균 거리로, 1억4960만㎞) 우주 공간에 분포해 있다. 지금껏 알려진 소행성은 약 80만개다. 소행성에서 떨어져나온 운석 중 상당수는 우주 공간에서 1000만∼3억년을 떠돌다 지구에 도착한다.
운석에는 막 태어난 태양계의 파편이 보존돼 있다. 태양계 초기로 돌아가 보자. 처음엔 성간 구름이 있었다. 주로 수소, 헬륨 기체로 이뤄진 성운은 별들에서 나오는 바람(항성풍), 중력이 큰 별의 영향을 받아 밀도 차이가 생긴다. 태양계가 탄생한 차가운 성운 중 한 부분도 약 45억년 전 중력이 작용해 안쪽으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가스와 먼지 핵이 만들어져 주변에서 더 많은 물질을 끌어당겼고, 밀도와 질량이 커지면서 온도가 수백만도로 치솟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불빛이 반짝였다. 핵반응이 시작됐고 태양이 탄생했다. 막 태어난 태양 주위에는 폭이 수백억㎞나 되는 납작한 원반이 생겨 궤도를 돌았다. 이를 ‘원시 행성 원반’이라 부른다.

운석에는 태양계보다 더 오래된 별의 흔적도 들어 있다. 1970∼1980년대 아옌데 운석에서 기묘한 알갱이를 분리했는데, 분석 결과 다이아몬드였다. 이어 나노다이아몬드, 나노 수준의 흑연, 탄화규소 등 기묘한 알갱이들을 추가 발견했다. 이 알갱이들은 태양계 정상 물질과는 다른 극단적 동위원소 조성을 보여줬다. 태양계 밖 다른 곳에서 알갱이들이 결정화됐다는 뜻이다.
이 알갱이들은 부모 별에서 방출된 뒤 긴 성간 공간 여행을 거쳐 우리 성운으로 섞여들었다가 태양과 행성이 만들어지는 동안 고열·충돌·폭격 등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시카고 필드 박물관의 우주 화학자 팀이 이 별먼지 알갱이들의 나이를 측정하니 일부는 70억년 이상이었다. 이 경이로운 우주 퇴적물 알갱이를 ‘선태양계 입자’라고 부른다. 저자는 인류가 오랜 시간 맨눈으로 별을 봐오다 지난 400년 동안은 망원경으로 바라봤고, 이제는 선태양계 입자 덕분에 현미경 아래에서 별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운석의 납 동위원소를 측정하려 애쓰다 우리 주위가 온통 납으로 오염됐음을 발견한 흥미로운 사례도 알려준다. 이 덕분에 유연 휘발유가 퇴출됐다.
운석은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에 대해 많은 답을 알려준다. 인간은 성운의 파편이다. 바깥쪽으로는 망원경, 안쪽으로는 현미경, 뒤쪽으로는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시간의 협곡을 보면서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존재다. 저자는 우리의 과거는 암석에 기록돼 있지만, 미래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며 책을 끝맺는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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