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인사이트] “파크 골프장 짓게 해달라” 똘똘 뭉친 서울 구청장들

홍다영 기자 2024. 7.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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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초 환경부 장관 공동 면담하기로
장·노년층 표심 잡고 지역 경제에 도움
환경부·환경단체 “난개발·생태계 파괴 우려”
일부 지자체 ‘실내 파크 골프장’ 대안으로 활용
그래픽=정서희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들이 다음달 초 환경부 장관을 공동 면담할 예정이다. “파크 골프장을 더 지을 수 있도록 하천 점용 허가를 내달라”고 함께 요청하려는 것이다. 앞서 구청장협의회에서 ‘파크 골프장 확충을 위한 공동 대응’ 안건이 가결됐다.

파크 골프는 일반 골프장 대신 집 근처 공원이나 하천변에서 골프채 하나로 치는 ‘미니 골프’다. 쉽게 배울 수 있고 이용 요금이 저렴해 장·노년층에게 인기가 높다. “다른 지자체에는 파크 골프장이 있는데 왜 우리 지자체에는 없느냐”는 불만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지자체 입장에선 파크 골프장을 지으면 표심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타 지역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반면 환경부 입장에서는 파크 골프장 건설에 따른 난개발과 환경 오염, 생태계 파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곡동 강남탄천파크골프장에서 시민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뉴스1

◇파크 골프장 전국 383곳… 지자체 증설 추진에 환경단체 등 반대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전국 파크 골프장은 지난 2017년 137곳에서 올해 383곳으로 늘었다. 파크 골프 회원은 같은 기간 1700명에서 16만8000명으로 증가했다.

파크 골프장 9홀을 조성하려면 부지 면적 8250㎡(2495평)이 필요하다. 도심에서 부지를 찾기 어려운 지자체들은 주로 하천으로 눈을 돌린다. 그런데 하천 근처에 파크 골프장을 지으려면 하천법에 따라 환경부 소속 하천관리청의 하천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 영등포구는 지난 2022년부터 안양천에 있는 파크 골프장을 기존 18홀에서 36홀로 늘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강유역환경청의 점용 허가를 받지 못했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하천은 장마철 불어나는 빗물을 받으며 홍수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며 “파크 골프장이 들어서면 관련 시설물 때문에 면적이 좁아져 유수(流水)를 방해하고 하천이 범람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골프장 잔디를 가꾸는 과정에서 농약을 칠 수 있고, 하천은 모두가 누리는 자연 환경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고려해서 점용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고 했다.

파크 골프장에 대해서는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달 말 27홀 규모의 세곡동 탄천 파크 골프장을 준공했다. 서울환경연합은 “파크 골프장을 두르는 2m 높이 펜스가 하천 생태계를 단절하고 하천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을 쫓아낸다”며 “기후 위기로 생물 다양성이 사라지는 시기에 파크 골프장 건립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또 서울 동작구는 대방공원에 파크 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달 공청회를 열었으나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충북 제천시 제천중앙시장 2층에 개장한 실내 스크린 파크골프장./제천시 제공

◇한강·낙동강에 불법 파크 골프장 56곳… 이용 관련 다툼도 생겨

불법으로 파크 골프장이 조성되는 사례도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강과 낙동강 2개 국가 하천에 있는 파크 골프장 88곳 중 56곳(64%)이 불법으로 조성됐다. 불법 파크 골프장 40곳은 환경당국에 하천 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고, 나머지 16곳은 무단으로 골프장을 넓혔다. 환경부는 불법 확장한 파크 골프장에 원상복구를 명령하고 허가받지 않은 곳은 허가를 신청하도록 했다.

특정 단체가 파크 골프장을 독점 이용하면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경남 창원시는 지난 2019년부터 대산면 파크 골프장을 창원파크골프협회에 위탁했다. 위탁 당시 파크 골프장을 창원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하도록 했으나, 협회는 회비를 걷고 회원이 아닌 시민은 파크 골프장을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 창원시는 협회의 운영권을 박탈하고 ‘창원시 파크 골프장 관리·운영’ 조례를 제정해 창원시설공단이 파크 골프장을 관리하도록 했다. 이달 초부터 창원시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환경 훼손 막고 실내에서 ‘스크린 파크 골프장’ 대안으로 등장

몇몇 지자체들은 대안으로 스크린 파크 골프장을 꼽고 있다. 실내에 파크 골프장을 지으면 환경 훼손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로 쇠락하는 전통시장 빈 공간에 스크린 파크 골프장을 지으며,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경우도 있다.

경남 하동군은 지난 5월 말 하동공설시장에 스크린 파크 골프장을 만들었다. 상시 예약제로 2타석 규모를 운영한다. 1인당 이용 요금은 경기당 9홀 1000원, 18홀 2000원이다. 하승철 하동군수는 “시장을 찾는 방문객이 장보기에 그치지 않고 시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편의 시설을 조성했다”며 “시장 상인들의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충북 제천시도 지난 5월 말 제천중앙시장 빈 점포 22곳에 스크린 파크 골프장을 개장했다. 이용 요금은 18홀 기준 5000원이다. 제천시와 민간 사업자가 사업비 5억6000만원을 절반씩 투자했다.

또 경북 김천시는 노인복지관에서 3타석 규모의 스크린 파크 골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주일에 2시간씩 4주 동안 파크 골프를 배울 수 있다. 수업료는 한 차례에 2000원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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