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한담] 여의도 새 랜드마크 TP타워… 본사 옮긴 신한·키움 은근한 신경전 중이라는데
본사 전체 옮긴 신한·키움증권 ‘신경전’
젊은 직원들은 맛집·네트워킹 기대
서울의 금융 중심지인 영등포구 여의도에 새로운 랜드마크(상징 건물)가 등장했습니다. 여의도역 1번 출구 바로 앞에 있는 TP타워인데요. 지상 20층의 옛 사학연금회관 건물이 지상 42층(220m)의 고층 건물로 재탄생했습니다. 사학연금 건물인 만큼 외벽은 교사(Teacher)를 상징하는 ‘T’자로 창문이 배열됐고 최상층부는 학사모를 형상화한 구조물을 얹었습니다. TP타워 연면적은 14만1690㎡(약 4만3000평)로, 여의도에서 5번째로 높습니다.
초역세권 입지에 새 건물인 만큼 금융투자사도 여러 곳 입주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 신한자산운용, 키움증권, 키움자산운용, 키움인베스트먼트·PE, 한국투자증권, 우리종합금융,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터를 잡았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대형 증권사인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한 건물로 본사를 옮겼다는 점입니다. 키움증권이 4~9층, 신한투자증권이 30~41층을 사용 중입니다. 여의도에서 자기자본 순위 10위 안의 대형 증권사 두 곳이 한 건물에 살림을 차린 건 오랜만입니다. KB투자증권이 2016년까지 옛 신한투자증권 건물에 본사 일부가 세 들어 있다가 새로 지어진 KB금융타워로 옮긴 바 있습니다. TP타워에 한국투자증권도 입주하긴 하지만, 본사는 기존 건물에 그대로 있고 IT 부서 등 일부 사업부만 들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본사 건물로 쓰는 만큼 두 증권사 사이에 은근한 신경전도 감지됩니다. 건물 외벽에 크게 걸릴 대형 로고가 대표적입니다. 아쉽게도 어느 곳도 TP타워 꼭대기엔 이름을 달 수 없게 됐습니다. 운영사인 코람코자산신탁이 건물 최상부에는 TP타워 로고만 붙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건물의 주 출입구 앞에 스탠드형으로 주요 금융회사의 간판을 붙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건물 어디에도 간판을 달지 못해 입주사들은 새집을 번듯하게 자랑하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단계적으로 입주 중인 신한투자증권은 본사 이전을 알리는 자료용 사진을 찍기 위해 건물 바깥에 임시로 세로 간판을 세웠다가 바로 철거했습니다. 사진만 후다닥 찍고 간판을 치웠더니 사진으로 접한 일부 여의도 사람들은 ‘합성 사진 아니냐’고 오해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한 빌딩에 여러 금융투자사가 있다 보니 좋은 점도 있다고 합니다. 네트워킹과 회사 간 협력이 활발해질 수도 있다는 기대인데요.
우선 TP타워 내 증권사 최고경영자 다수가 옛 대우증권 출신입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 엄주성 키움증권 사장, 포스증권을 합병하면서 증권업에 진출하게 되는 우리종합금융의 남기천 사장이 ‘대우맨’입니다. 타임폴리오운용의 황성환 대표도 한때 대우증권 딜링룸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젊은 직원들은 각 회사가 입주한 층별로 소개팅하는 이른바 ‘층팅’을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TP타워에 입주한 한 금투사 관계자는 “이곳으로 이사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젊은 직원들 옷차림”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전에는 한 건물에 같은 그룹사 사람들만 있어서 그런지 청바지에 운동화나 슬리퍼 차림이 많았는데, 최근엔 머리를 세팅하고 구두를 신고 다니더라”는군요. 전보다 더 꾸미고 다닌다는 얘기죠. 과거 서울에 있던 금융기관 등이 대거 내려가 모인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도 한국주택금융공사와 BNK부산은행 간 맞선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3개 층에 상업 시설 20여 곳이 입점할 예정이라 ‘핫 플레이스’에 대한 관심도 큽니다. TP타워에는 소셜미디어를 달군 양식집 ‘심퍼티쿠시’와 닭갈빗집 ‘오근내’, 샐러드볼집 ‘르베지왕’, 캐나다 커피 전문점 ‘팀홀튼’ 등이 들어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TP타워 임차료는 임차 계약을 맺은 3년 전 가격이 책정돼 파크원(최고 15만4000원), IFC(최고 15만1000원)보다 저렴합니다. TP타워의 3.3㎡당 월 임차료는 고층부 14만9000원, 중층부 14만1000원, 저층부 13만5000원 수준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일부 불만사항도 들립니다. 다른 입주사 관계자는 “지하 2층부터 지하 6층까지가 주차장인데, 벌써 주차 전쟁 중”이라고 했습니다. 주차장 공사도 다 끝나지 않아 사학연금이 입주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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