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정성이면 귀신 있어야죠"..'샤먼'이 말한 샤머니즘[★FULL인터뷰]

안윤지 기자 2024. 7.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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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다큐 '샤먼 : 귀신전' 제작진 인터뷰
[스타뉴스 | 안윤지 기자]
이민수 PD, 박민혁 PD, 이동희 콘텐츠사업본부장, 오정요 작가, 허진 CP /사진제공=티빙
귀신은 정말 있을까. 이런저런 얘기가 많지만, '샤먼' 제작진은 '존재한다'란 생각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들이 촬영하면서 느꼈던 무당과 신의 관계, 어떠한 현상을 겪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 대한 모든 걸 밝혔다.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 : 귀신전'(이하 '샤먼') 제작진 오정요 작가, 허진CP, 박민혁PD, 이민수PD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샤먼'은 귀(鬼)/신(神) 현상으로 고통받는 실제 사례자와 무속인의 의식 과정을 따라가보며 지금도 여전히 한국 문화에 남아있는 샤머니즘에 대한 리얼한 취재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지난 11일 공개 이후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티빙 TV 부문 상위권을 기록했다.

이민수 PD는 "놀라웠다. 오컬트 장르는 특정 대상에 소구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분이 보셨고 1위도 했고 티빙 상위 랭크도 했다. 되게 놀랐다"라며 "프로그램하면서 콘텐츠 방향을 잡을 때 재미와 정보, 두 가지 토끼를 못 잡으면 어떡하지 싶었다. 근데 많은 분이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감개무량하다"라고 기쁨을 전했다.

최근 영화 '파묘'를 시작으로 SBS '신들린 연애' 등이 화제를 모으며 오컬트 장르가 여러 방면에서 급부상했다. '샤먼 : 귀신전'도 이러한 영향을 받았을까. 박민혁 PD는 "기획은 2022년도부터 했다. 이전엔 OTT 공개니까 한 장르의 소재 정도의 인기였다. 그래서 우린 어떤 중립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다. 학문적인 의미도 넣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정통 다큐멘터리로 빠지기도 하고 흥미 위주로 진행됐다"라며 "오컬트가 지금 이렇게 터질 거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도 tvN에선 오컬트 장르가 한 편씩은 있었던 거 같다. 원래 '파묘' 전에 공개하려고 했는데 날짜가 밀렸다. 오컬트가 이렇게 흥행할 줄은 몰랐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민수 PD, 박민혁 PD /사진제공=티빙
'샤먼 : 귀신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었다. 허진 CP는 "시사를 보는데 놀라웠다. PD들에게 '여기서 연출한 게 있냐'고 물으니 정말 없다더라. 난 기독교인이다 보니 귀신의 존재를 믿기보단 잊고 살았다. 이번 다큐멘터리를 보고 귀신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출이 아니면 그렇게 연기할 수가 없다"라고 놀라워했다.

이에 박민혁 PD는 "무당들이 점사만 보는 게 아니다. 많은 시간을 기도드리는 거에 시간을 할애하고, 본인을 위한 신을 위해 정성을 들인다. 또 아프기도 하지 않나. 이 정도까지 하는 걸 보면 귀신과 신은 존재해야 했다. 안 그러면 너무 무의미해진다"라며 "지금도 밤에 인왕산을 가면 불 켜져 있는 장소가 있을 거다. 그게 다 기도를 드리는 거다. 이런 정성이라면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PD들은 이번 작품을 연출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용한 무당이 누구냐'였다고. 박민혁 PD는 "현시점 무속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어디 계열이라 말하는, 흔히 족보가 있는 무당, 애동이 있으신 무당, 재야의 고수 무당, 사고 없으신 무당 등을 캐스팅했다. 약간의 교차 검증도 있었다. 굿당이 전국적으로 있는데 이곳이 워낙 좁다 보니 서로를 다 안다"라고 설명했다.

이민수 PD는 "우리 다큐멘터리에 출연하신 분 중 대중적인 분은 나홍진 감독의 '곡성', 드라마 '방법 : 재차의'를 자문하셨던 분이다. 다큐멘터리 외에 꾸준히 해오셨던 분"이라며 "섭외 리스트에서 제한하려고 했던 분은 신내림을 무분별하게 하거나 굿을 안 하고 점사만 보는 분들이다. 의외로 점사만 보는 무당이 많더라. 특히 유튜브에서 연예인, 정치인 사주만 보는 분들은 점사만 하는 경우"라고 덧붙였다.

'샤먼 : 귀신전'은 재연과 현실을 설명하는 과정을 적절히 다루고 있다. 이는 시청자의 몰입을 더 하고 리얼리티 성을 부여했다는 평을 얻었다. 박민현 PD는 "일반 시청자의 눈높이를 가진 두 분(유지태, 옥자연)이 귀신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말도 안 되지만 '취재기'라고 우기면서 말이다. 둘이 나누는 대화를 나누고 궁금한 질문에 리액션도 담아냈다"라며 "제작진이 어떤 답을 내리는 것보단 이 세계에서 무속이 돌아가는 원리를 설명했다. 사연자들이 잘살았다는 내용을 촬영했지만, 다 걷어냈다. 건조하게 관찰자의 시점으로 바라보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민수 PD는 "넷플릭스, 티빙 등 국내외 OTT 플랫폼에 올라온 오컬트 작품은 거의 다 봤다. 해외 같은 경우, 이런 다큐멘터리를 영화처럼 만든다. 재연이 80%, 인터뷰 잠깐인 거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면 실제 해외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있을까 싶더라"며 지금과 같은 구성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사진제공=티빙
과거 오컬트 장르 예능, 드라마, 영화 등은 늘 카메라에 귀신 같은 형체가 촬영되기도 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직접 체험한 적 있다고 알려졌다. '샤먼 : 귀신전' 측은 어땠을까. 박민혁 PD는 "내가 기독교이고, 친구는 신부님이다. 신부님한테 '이런 아이템을 준비한다'고 하니 '넌 세례 받았으니까 함부로 절 하지 마라'고 하더라. 기운이 부딪힌다고 했다. 그땐 신부님도 우리 프로그램을 어느 정도 인정해준단 생각에 마냥 기뻤다"라며 "이후 정말 기업체 수준의 큰 무당집에 찾아간 적 있다. 비서 같은 분이 '절을 해야 만날 수 있다'라고 하길래 아무 생각 없이 절을 했다. 근데 이상하게 그날 밤부터 아프기 시작했고, 토하고 설사했다. 솔직히 그냥 아픈 걸 수도 있는데 신부님 얘기가 자꾸 생각나더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샤먼 : 귀신전'에선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바로 굿이다. 10시간 이상 진행되는 굿을 한눈에 보여줘 시청자들에게 신세계를 안긴다. 박민현 PD는 "굿은 인문학적인 의미도 있지만 놀랄만한 장면이 많다. 거의 15시간 이상 진행되고, 최대한 뽑아냈다. 공부하면서 본다면 더 재밌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영화 '파묘' 속 배우 김고은이 돼지를 칼로 찌르며 했던 장면으로 알려진 군웅거리는 황해도 굿이다. 이는 '샤먼 : 귀신전'에서도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 이민수 PD는 "황해도 굿인 군웅거리가 서현 씨 파트에서 나왔다. 군웅거리는 정말 강렬해서 기존 레거시 미디어에서 만들어졌다면 다룰 수 없는 장면일 것"이라며 "군웅거리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자의 목숨을 거둬 다른 자의 목숨을 연장하는 거다. 무당분들의 에너지가 대단했다"라고 감탄했다.

박민혁 PD는 "12~15시간 동안 굿을 하는 이유는 (무당의 몸에) 사례자와 연관된 조상이 들어온다. 그분들은 늘 사례자에게 '네 탓이 아니다',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이게 객관적인 입장에선 재미없을지 몰라도 당사자에겐 정말 큰 위로가 된다. 그래서 긴 시간 동안 굿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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