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원전 확대에만 골몰…기후위기 대응 기반 망가져”

박성의 기자 2024. 7.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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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의원은 처음이라]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정부갑)
“기후위기 대응, 지구를 살리는 것뿐 아니라 경제와도 직결”
“총선 압승에 이재명 역할…당원 목소리 키우는 것이 시대정신”
“대통령 거부권 주기 점점 짧아져…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익숙하지 않기에 낯설고, 때로는 불안합니다. 그러나 '처음'이기에 할 수 있는 일도 무궁무진합니다. 시사저널은 22대 국회에서 첫 금배지를 단 여야 초선 의원들을 만나 그들의 꿈과 포부에 대해 물었습니다.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이들의 첫걸음을 기록합니다. [편집자주]

'초선'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원실은 '여느 중진의원의 방'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큼직한 가죽 쇼파도, 당 대표나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자랑하는 사진도 없다. 대신 남편이 '당근'(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사줬다는 작은 2인용 쇼파와 앤티크한 초록색 램프, 푸른 화초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기후변호사' 출신인 박 의원의 관심사도 기성 정치인과 분명 차이가 있다. 시끄러운 정쟁의 소용돌이 속, 박 의원은 기후·환경 분야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동료 의원들과 매주 화요일 아침 8시30분마다 외부 전문가 등을 초빙해 '기후 정책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그가 국회에서 가장 먼저 대표발의한 법안도 '한국형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이다. 해당 법안은 재생에너지나 전기차 등 탄소중립과 관련된 산업 육성 및 지원을 골자로 한다.

지난 9일 국회에서 만난 박 의원은 "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이 경제라는 개념이 없는 것 같다"며 "원전 확대에만 골몰해 재생에너지 산업이 축소될 위기에 있다. 망가진 기후위기 대응 기반을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재명 사당화' 우려에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당심과 민심에 괴리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채해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과 관련해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필요성을 역설했다.

"총선 패배에도 與 변화없어…특검 통해 국민 의혹 해소해야"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소회가 어떤가.

"지난 5월 당선인 신분으로 디지털전략사무부총장부터 시작해 개원 후 연구모임, 본회의, 토론회, 지역활동 등 바쁜 의정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 보이콧에 22대 국회 개원식에 이어 교섭단체 대표연설 등이 무산됐다. 오늘(9일)에서야 산자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첫 회의를 했다. '채해병 특검법'을 통과시키고 곡절도 있었으나 뭔가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총선을 통해 다시 거야(巨野)가 탄생했다. 민심을 어떻게 해석하나.

"정권 견제와 민생경제 회복에 속도를 내달라는 유권자의 간절한 소망이 모인 결과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권 심판이었다. 그 바람이 전국적으로 불었다. 그래서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정부 여당이) 변화할까 기대했다. 그런데 전혀 변하지 않았다. 지금의 여당이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김건희 여사-한동훈 문자 파동' '제2 연판장 사태' 등을 보라. 큰 기대가 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국민에게 부여받은 임무가 있기에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사당화' 주장도 제기된다. 당원의 영향력을 더 키운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데.

"총선 압승에 이 전 대표의 역할이 컸다. 선거를 잘 치렀기에 당 대표에게 힘이 자연스럽게 쏠린 것이다. 혁신 공천을 진행했고 (영입인재 1호인) 저 역시도 경선을 거쳤다. 당원들의 관심을 높였고 민주당을 단결시켰다.

물론 일부 강성 그룹이 당을 주도한다면 문제다. 그러나 민주당 당원 규모만 250만 명에 이른다. 당 의사결정 과정에서 당원 목소리의 반영 비율을 키우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그래야 정당의 대중성, 민주성이 확보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면 민심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늘 낮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당심과 민심에 괴리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 본다."

'채해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을 두고 여야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정쟁의 대상이 될 법안들이 아니다.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 복무 중이던 해병대 장병이 목숨을 잃었다. 국민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는 것이 왜 정쟁이 대상이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김건희 특검법' 역시 마찬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관련 불법 후원 및 협찬 수수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다.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수사가 가능한 특검을 통해 국민적 의혹에 대해 해소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강 대 강' 정국이 계속되고 있어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 여야 간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채해병 특검법'의 경우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제3자 특검'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검 추천권자를 거론하는 것부터가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이다. 특검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야당이 추천하는 게 맞다. 전례도 있다. 국회 재투표 시 비밀투표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여당 의원님들이 가결표를 행사해 원안이 통과되지 않겠나 생각된다."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민청원 청문회'를 주도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탄핵 얘기는 금기시된다. 탄핵이 가져올 큰 소용돌이에 대한 우려 탓이다. 그런데 이번 사안은 국민청원을 통해 올라온 것이다. 정치권에 의해 떠오른 의제가 아니다. 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여러 사안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문자에 본인이 사과할 의사도 있다고 밝히지 않았나. 전향적으로 먼저 모든 걸 털고 가시면 어떨까."

"尹정부 기후위기 외면…대왕고래 프로젝트 검증 필요"

'기후변호사' 출신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환경 정책을 총평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환경·기후정책은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역행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정책은 원전 일변도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뒷전이고 원전 확대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 탓에 재생에너지 산업은 축소되고 산업 공동화가 발생할 우려가 커졌다. 망가진 기후위기 대응 기반을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지구를 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등 국내 산업경쟁력, 일자리 문제와도 직결되는 핵심의제다. 그러나 현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이 경제라는 개념이 없는 것 같다."

정부의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유전‧가스전 개발 사업)를 환경 전문가로서 어떻게 평가하나.

"일단 (석유가) 있는지, 있더라도 경제성이 있는지 판단하고 사업을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게 일반적인 절차다. 그런데 지금은 경제성을 따지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개발을 무사히 마치더라도 2035년에야 석유·가스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 때면 전 세계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내연기관차 판매가 중단된다. 그런데 정부는 동해 시추가 마치 희망의 끈인 것처럼 발표했다.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앞으로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탄소중립산업 육성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발의 배경은 무엇인가?

"탄소중립산업법은 재생에너지, 녹색 상품 관련 산업에 혜택을 주는 법안이다. 현재 탄소중립과 관련해 충분한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미래를 보고 있다. 국내에서 에너지 전환하고 경제 발전도 이루는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기 위한 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무역이 경제의 전반을 책임지고 있어서 산업구조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보호무역'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갈 수 없다. 다만 화석연료 산업을 줄이려면 비용과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회가 되는 부분을 먼저 열어줘야 한다. 경제활동의 중심이 옮겨가면 자연스럽게 화석연료를 줄이는 것도 쉬워질 것이다."

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에 참여하고 있다. 활동 방향이 궁금하다.

"매주 화요일 아침 8시30분 주례 회의를 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의 강연을 듣기도, 세계 주요국의 기후 정책 동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기후 관련 정책에 관심과 의지가 있는 의원들이 모였다. 아마 여름 지나서 올해 하반기에는 조금 더 자주 활동하는 걸 볼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할 일들을 정리하고 있다."

기후뿐 아니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대표발의했다.

"전쟁을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 힘에서 우위를 점하더라도 그 과정에서의 희생이 크다. 그래서 불필요한 갈등은 없애야 한다. '남북관계발전법'은 기존 형벌로 규정된 전단 등 살포 행위에 대한 벌칙 방식을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를 막고, 남북 간 불필요한 갈등 요소를 선제적으로 방지해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하늘에 뭔가 날리는 행위는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尹 거부권 행사 중단하지 않으면 한국경제에도 브레이크"

지역구인 '의정부갑'의 당면 과제는 무엇인가?

"의정부는 정말 살기 좋은 지역이다. 도봉산이나 사패산 등 산들도 많고, 중랑천이 있는 배산임수 지역으로, 자연경관이 좋다. 원도심 지역이라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상업시설도 많다. 다만 보다 활력 있는, 미래지향적인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관련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미래에너지 산업 육성을 통해 의정부의 경제 성장과 '그린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구상 중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2년이 지났다. 남은 임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중단해야 한다. 거부권은 무한히 행사하는 권한이 아닌, 최소화해야 하는 권한이자 '마지막 브레이크'다. 그런데 대통령의 거부권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심지어 무감각해지는 것 같다. 브레이크를 너무 자주 밟아서, 한국 경제에도 브레이크가 걸릴까 걱정이다. 지금까지는 너무 본인과 김건희 여사, 주변 이슈에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 왔다. 이제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끊고 갔으면 좋겠다."

22대 국회에서 이루고픈 목표, 정치적 꿈이 있은 무엇인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기후정치를 더욱 중심 의제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정치적으로 대치하는 이슈보다 희망이 있는 분야에서 변화를 이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기후 아젠다에 관심 있는 의원들을 기후환경 단체와 연결하는 허브 역할 및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국회의원이 될 것이다.

또 초선으로서 지역 정치를 처음 해본다. 지난 총선을 계기로 저희 지역, 저희 민주당이 하나가 되어 가치를 중심으로 뭉쳤다. 이 선택이 잘 뿌리 내렸으면 한다. 이를 위해 지역위원회 활동을 더 많이, 세세하게 신경쓰고 있다. 정치는 미래에 대한 꿈이자, 그 꿈을 이루는 실현 도구라 생각한다. 일하는 국회를 이끄는 국회의원, 성과를 만드는 국회의원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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