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가리지않는 커리 효과, 함께 뛰면 편하다
’그와 함께뛰면 정말 많은 득점 기회가 만들어진다‘, ’자신도 고득점을 올리면서 동료들까지 살려주는 선수다‘ NBA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미국 농구 국가대표팀 이른바 ‘드림팀’에서도 유독 리스팩받고 있는 인물이 있다. 다름아닌 스테판 커리(36‧188cm)다. 소속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대체불가로 평가받고 있는 그는 드림팀에서마저 비슷한 위상을 보이고 있다.
커리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가? 보통 열에 아홉은 3점슛을 연상할 것이다. 어쩌면 당연하다. ‘슈터는 리그를 대표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외곽슛 위주의 플레이를 통해 워리어스 왕조를 만들어낸 것을 비롯 공간 활용 중심으로 리그 트랜드까지 바꿔놓았다. NBA역사를 통틀어 커리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 선수는 많지않다.
현역 최고이자 역대 최고 슈터답게 3점슛에 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GOAT(고트)’ 그 자체다. 통산 3점 슛 성공 1위, 통산 경기당 3점 슛 1위, 단일 시즌 3점 슛 성공 1위, 연속 경기 3점 슛 성공 1위, 역대 유일 180클럽‧평균 30득점‧득점왕 동시 기록, 역대 MVP 수상 시즌 3점 슛 성공률 1위 등 3점슛 관련 기록을 싹쓸이하고 있는 상태다. 정규시즌이 아닌 플레이오프로 기준을 돌려도 비슷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커리는 함께 뛰는 동료들을 한껏 살려주는 슈터다는 사실이다. 커리 정도의 특급 슈터, 득점원이라면 무조건 도움이 되는게 맞겠지만 그러한 개념을 넘어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나뿐 아니라 주변의 경기력까지 업그레이드시켜주는 유형이다. 어찌보면 그러하기에 1번 포지션에서 뛰고있다고 할 수 있다.
상당수 스타급 포인트가드처럼 화려한 패싱플레이나 돌파를 통해 기회를 창출하는 플레이의 빈도는 적지만 거리를 가리지않는 슈팅력에 더해 최상급 오프 더 볼 무브, 전술 수행능력 심지어 이미자와 달리 궂은 일까지도 영리하게 잘 해낸다. 팀에 끼치는 영향력은 그 어떤 특급 1번 못지않다.
커리가 역대 최고 슈터로 우뚝설 수 있었던데에는 높은 BQ와 이를 이용한 다양한 훼이크 그리고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역할도 가리지않는 마인드의 영향이 크다. 단순히 미친 손끝 감각만으로는 역시 미친 수비수가 즐비한 NBA에서 지배자중 한명으로 활약하기는 쉽지않다. 보이는 부분에 더해 쉽게 드러나지않는 부분에서까지 잘해냈기에 특별할 것 없는 사이즈, 운동능력으로 생존을 넘어 군림에 다다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커리는 가드중 최상급 스크리너다. 자신이 스크린을 받아 공격도 잘하지만 반대로 스크린을 걸어줘서 동료에게 찬스를 제공해주는 역할도 잘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속임 동작과 다양한 전술이 쉼없이 오가기도 한다. 상대 입장에서는 커리가 스크린을 탄 듯 싶었는데 어느새 걸고있고 다시 반응해서 부딪혀보니 스크린을 이용해 3점슛을 던지는…, 그런 장면도 자주 반복된다. 수비수의 머릿 속이 엉망진창으로 엉킬 수 밖에 없다.
스크린은 보통 빅맨이나 사이즈가 큰 선수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모든 선수들이 할줄 알아야 한다. 체격이 크면 당연히 유리하다. 동료 입장에서도 든든하게 이용하기 좋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료와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잘 파악하는 것이다.
동선을 미리 예측해 잠깐이라도 수비를 멈칫거리게하고 그로인해 동료의 공격에 찰나의 시간이라도 더해준다면 그것으로 성공이다. 커리는 그러한 플레이에 능하다. 신체조건을 봤을 때 듬직한 스크리너와는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이른바 잠깐씩 끊어먹는 스크린을 잘 서주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위치를 잘 잡아서 앞을 가로막아버리게되면 훨씬 크고 힘센 선수라도 막힐 수밖에 없다.
물론 이같은 플레이는 커리이기에 더욱 효과적인 부분도 있다. 커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슛을 성공시킬 수 있는 고감도 득점 머신이다. 그런 선수가 쉴새없이 움직이며 스크린을 타고다니면 당연히 수비수들의 반응은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 조그만 동작 하나하나에도 움찔거리기 일쑤다. 거기에서 커리가 중간중간 스크리너 역할까지 하게 될 경우 자연스레 동료들에게 오픈찬스가 만들어진다.
모든 구역에서 공격이 가능한 선수가 패스도 잘하고 스크린도 잘 활용하는 것을 비롯 굉장히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때문에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커리가 치고들어오면 무엇을 하려는지 순간적으로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르브론 제임스(40‧204.5cm)가 예전부터 커리를 수없이 리스팩했던 이유도 바로 이런 부분이다.
진짜가 진짜를 알아본다고, 르브론같이 농구 지능이 최고조에 오른 인물은 커리 또한 그러한 영역에 올라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만약 이 정도 수준의 플레이어들이 서로 함께하게되면 플레이의 궁합같은 것은 사실상 별반 의미없다. 승부에서 이기고자하는 의지만 있으면 어떻게든 최고의 방법을 찾아내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커리와 르브론은 노장임에도 당연스레 드림팀에 합류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보다 한창 젊은 선수들도 여러 가지면에서 의지하는 모습이다. 특히 커리같은 경우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소속팀에서의 영향력을 국가대표팀에서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어쩌면 동료들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하게 ‘나랑 농구하니까 편하지?’라고 속삭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그림_김종수 칼럼니스트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