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MBC 노조 와해 여론전’ 온라인·극우매체에 의뢰 정황
5개 언론사 공동기획
2012년 위키트리 대표 만나 여론전 계약
이후 폴리뷰 등 극우매체와도 접촉 정황
한겨레는 7월20일 “안광한, 백종문, 김장겸, 권재홍 등 문화방송 경영진은 2014∼2017년 노조원들을 비제작부서로 발령내고, 부장급 보직자들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하는 등 행위로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고 보도했으나, 확인 결과 ‘부장급 보직자에 대한 노조 탈퇴 강요 행위’는 1심에서는 유죄로, 2심과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단한 만큼 이를 바로잡습니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언론장악’ 논란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지명은 그 정점에 있습니다. 한겨레와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문화방송(MBC) 기획홍보본부장 시절 외부 온라인 매체와 ‘노조 와해 공작’을 도모한 정황이 확인됐다. 2012년 문화방송 파업 당시 이 후보자가 위키트리 대표와 만나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를 공격하는 내용의 소셜미디어 여론전을 요청하며 금전 계약을 맺었다는 내용이다. 당시 위키트리 대표는 문화방송 쪽이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서” 중도에 계약을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11년 전 문화방송 노조 관계자를 통해 처음 알려진 뒤 큰 반향 없이 묻혔던 의혹의 실체가 당사자 증언을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BC에서 부당한 요구…착수금도 정리”
공훈의 전 위키트리 대표는 지난 17일 공동취재단과의 통화에서 ‘2012년 이진숙 본부장과 만나 문화방송 노조 파업에 대해 소셜네트위크서비스(SNS)에서 비방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거래했느냐’는 질문에 “(문화방송이)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서 제가 계약을 중지했다. 그것으로 끝난 일이다”라고 답했다. 문화방송의 ‘무리한 요구’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 중간에 제가 이건 부당하다 싶어 해지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문화방송으로부터 받은 착수금은 “다 정리했다”고 했다. ‘반환했다는 의미인가’라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이 의혹은 당시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홍보국장이었던 고 이용마 기자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 기자는 2013년 자신의 트위터(현 엑스)에서 처음 언급했고, 2016년에는 한겨레21 기고 글을 통해 다시 이 문제를 언급했다. 문화방송 파업이 한창이던 2012년 4∼5월께 법인카드 유용 등 김재철 사장의 비리 의혹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여론이 회사 쪽에 불리하게 돌아갔고,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김 사장은 이진숙 당시 기획홍보본부장을 통해 위키트리와 접촉, 노조 파업에 대한 온라인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는 것이 이용마 기자의 배경 설명이다.
이 기자는 문화방송이 위키트리와 ‘리스크 매니지먼트(위험 관리)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고, 착수금 6000만원에 2012년 12월까지 매달 2000만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본인이 공훈의 대표와 직접 통화했다면서 공 대표가 “(위키트리는) 문화방송의 기존 트위터 계정을 쓰려고 했는데, 문화방송 경영진은 ‘가상 계정’을 만들어서 작업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 발언도 옮겼다. 문화방송의 ‘무리한 요구’가 일종의 ‘대포 계정’을 통한 여론 조작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 전 대표는 공동취재단에 이 기자와 통화한 사실을 시인했다.
‘위키트리 파투’ 뒤 극우매체 접촉
위키트리 거래가 틀어진 뒤에도 문화방송이 온라인 매체와 접촉해 여론전을 논의한 정황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2016년 최민희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백종문-박한명’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녹취록은 안광한 사장 시절인 2014년 4월 백종문 당시 미래전략본부장 등 문화방송 고위관계자들이 극우 성향 매체인 폴리뷰의 고 박한명 편집국장과 만나 나눈 대화를 담고 있다. 이때 백종문 본부장은 최승호 피디와 박성제 기자 징계 해고에 관해 “증거가 없으나, 가만 놔두면 안되겠다 싶어 해고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보복성 부당 징계’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 녹취록 곳곳에는 문화방송과 폴리뷰 사이 돈독한 관계가 드러나 있다. 이진숙 후보자의 이름도 나온다. 박한명 국장은 2012년 전아무개 원장을 통해 문화방송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전 원장님이 저를 불러서 ‘어제 이진숙 본부장 만났다’면서 자료를 주더라.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해 팩트가 다른 부분이 있으니 네가 좀 보고 싸워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는 말을 한다. 이 본부장을 통해 문화방송 사쪽 입장을 전달받았고, 여론전 요청도 받은 정황으로 보인다. 박 국장은 “저희(폴리뷰)도 이제 똑같이 ‘엠비시 시즌2’ 된 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녹취록을 폭로한 소훈영 당시 폴리뷰 기자는 2016년 2월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폴리뷰에서 일하던 시절) ‘문화방송 노조는 죽일 놈’이라는 세뇌에 갇혀 있었다”며 “말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김재철 사장 편을 들어야 했다”고 밝혔다. 문화방송 총파업 시기인 2012년에는 미디어워치, 뉴스파인더 등 온라인 극우 매체에서 노조를 공격하고 사쪽을 옹호하는 ‘어뷰징 기사’가 쏟아졌다. 소 기자는 “기사를 쓰면 폴리뷰에 올리고, 미디어워치와 뉴스파인더, 푸른한국닷컴 등 아이디·비밀번호를 다 알고 있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직접 편집한다”고 했다.
불법사찰·탈퇴종용, ‘노조탄압’ 몸통?
당시 문화방송 외부에서는 극우 매체를 통한 여론 작업이 이뤄졌고, 내부에서는 각종 노조 탄압이 벌어졌다. 이 후보자는 여기서도 중심 인물로 등장한다. 가장 많이 알려진 사건은 ‘노조 간부 불법 사찰’ 건이다. 문화방송 경영진은 파업 중이던 2012년 5월께 ‘트로이컷’이라는 보안 프로그램을 배포해 직원들의 이메일, 메신저 내용을 몰래 수집하고 열람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진숙 당시 기획홍보본부장을 포함해 김재철 사장, 안광한 사장 등은 이후 문화방송 노조(2013년)와 문화방송(2019년)이 각각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모두 패소해 혐의가 인정됐다.
김장겸 전 사장(현 국민의힘 의원) 등의 부당노동행위 판결문에서도 이 후보자의 이름이 발견된다. 안광한, 백종문, 김장겸, 권재홍 등 문화방송 경영진은 2014∼2017년 노조원들을 비제작부서로 발령내는 등 부당노동행위로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됐다. 안광한·백종문은 징역 1년, 김장겸·권재홍은 징역 8개월(4명 모두 집행유예 2년)이다. 특히 ‘부당 전보’의 경우 안광한 사장이 파업 참여 노조원에 대한 인사를 지시했고, 권재홍 부사장·백종문 본부장이 명단을 작성해 이진숙 보도본부장과 “3회에 걸쳐 인력재배치 방안을 협의했다”는 내용이 1심 판결문에 나온다.
김장겸 전 사장은 1심 재판에서 부장급 보직자들에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안광한 사장의 지시 방침을 이진숙 보도본부장을 통해 전달받은 것에 불과”한데도 이진숙은 놔두고 자신만 기소한 것은 “기소독점권의 자의적 행사이므로 기각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노조 탄압의 핵심 연결고리인 이진숙 본부장이 빠져 있는 상태에서 자신만 벌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이 혐의는 1심에서는 인정됐지만 2심에서는 무죄로 뒤집혔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만난 김장겸 의원은 ‘재판에서 이 후보자를 노조 탄압 주범이라 언급한 것인가’라는 공동취재단 질문에 “왜 이렇게 예의가 없나. 깡패인가”라며 답을 피했다.
‘노영방송’에서 민영화로, 미완의 시나리오
이진숙 후보자의 노조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 후보자는 지난 4일 방통위원장 내정자로 발표된 직후 소감으로 “공영언론 다수 구성원이 민(주)노총 구성원”이라며 “지금 이 시점에서 공영방송은 노동권력, 노동단체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신은 2010년 3월 국정원에서 작성한 ‘엠비시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의 논리와도 들어맞는다. 이 문건은 당시 문화방송을 “노조가 주인행세를 하는 기형적 구조”라고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노영방송’ 잔재를 청산”하고 종국에는 소유구조 개편(민영화)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짚고 있다.
이호찬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장은 지난 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국정원의 엠비시 장악 시나리오 마지막 단계는 민영화였다. 그 민영화를 몰래 추진하는 음모를 꾸미다 발각된 이진숙을 어떻게 방통위원장에 지명할 수 있나”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노조 와해 공작, 불법 사찰 등이 벌어진 2012년 10월 비밀리에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만나 ‘문화방송 민영화’를 논의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2017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국정원 문건을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국정원을 통해 세운 문화방송 장악 계획”이라고 봤다. 이 수사의 지휘자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이진숙 후보자는 ‘노조 비방 여론전을 위해 위키트리에 가상 계정을 요구했느냐’ 등의 공동취재단 문자 질의에 “인사청문회에서 답변드리겠다”고 알려왔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오는 24∼25일 열린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박강수(한겨레) 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시사인) 신상호(오마이뉴스)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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