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태반 나갔는데…'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가능?
정부 4대 의료개혁 중 하나인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가능할까?
의대 교수 "비현실적 환상, 임시방편 땜질에 그칠 공산 커"
정부의 '최후통첩'에도 병원을 떠난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으며 결국 무더기 사직했다. '미래의 전문의'인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한 가운데 정부의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전공의를 채용한 151개 병원 중 110개 병원이 사직 처리 결과를 제출했으며, 지난 3월 기준 전공의 1만3531명의 56.5%인 7648명이 사직(임용 포기 포함)했다고 밝혔다. 인턴은 임용 대상자 3068명 중 2950명(96.2%), 레지던트는 1만 463명 중 4698명(44.9%)이 사직했다.
병원 41곳은 미복귀자에 대한 사직처리를 해달라는 정부의 방침을 어기고 사직처리 결과를 제출하지 않았다. 복귀자는 지난 17일 기준 1151명으로, 전체 전공의의 8.4%에 그친다.
특히 이른바 '빅5' 병원만 보면 사직자는 전체 3563명의 92%인 3279명이었다.
수련 과정을 마치고 시험에 합격하면 전문의가 되는 '미래의 전문의'인 전공의들의 대거 사직이 현실화한 것이다.
더구나 현재 전문의도 사직서를 내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17일 기준 88개 대학병원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서를 낸 의대 교수(전문의)는 1452명이다. 이 중 261명이 사직서가 수리됐다.
이처럼 전공의와 전문의 사직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은 정부가 발표한 4대 의료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의료체계를 개선해 전공의는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환자에게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 역할에 맞는 중증·희귀질환 중심으로 기능이 바뀌고, 필요한 인력들도 전문의 중심으로, 추가채용을 하든 전임의를 늘리든 상급종합병원 목적에 맞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일들을 추진하게 되면 전공의가 대거 복귀하지 않아도 상급종합병원의 기능은 유지하면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부는 이에 필요한 재원은 수가 조정 등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18일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개편을 하려 한다"며 "이에 따라 인력도 조정된다. 예산도 현행 상급종합병원이 유지될 수 있도록 수가 조정을 통해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국내 병원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국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수련병원 교수 대표 모임 등은 지난 16일 "전공의의 낮은 임금으로 연명해 왔던 수련병원이 '전문의 중심병원'을 운영할 재정적 여력이 없다"며 "전문의 중심 병원 구상은 비현실적 환상이고 임시방편 땜질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양질의 전공의 수련 시스템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 하은진 신경외과 교수는 "현재 논의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책은 2019년에도, 2021년에도 나왔다. 그런 시범사업들을 시행했던 시점은 그나마 전공의들이 다 있고, 병원이 제대로 돌아가던 때"라고 짚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이 누적 적자에 시달리고 존립 자체가 위기인 상황에서 이 대책들이 실행 가능한지를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상급종합병원 진료 규모의 33%를 차지하는 경증(환자들)을 1·2차 병원으로 다 보냈을 때 감소하는 수익을 상급병원에서 감당할 수 있는지도 봐야 한다"며 "중증진료 수가 개선만으론 다 보전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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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정록 기자 roc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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