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을 향하여"…바이오 'CDMO' 사업 '붐'
CDMO 세계 3위 삼바…이재용 "더 과감히 도전해야"
롯바, 4조6천억원 투입…신동빈 "롯데의 미래 동력"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대기업들이 바이오 사업 강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분야 규모를 늘리거나 신설하고 있다. 그룹 총수가 직접 현장을 찾아 행보를 보이는 등 사업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최근 CDMO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3390억원 상당으로 독일 CDMO 기업 지분 60% 인수
우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독일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인 IDT 바이오로지카(IDT Biologika·이하 IDT)의 경영권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IDT는 독일 기업 클로케(Klocke)의 자회사로, 독일과 미국 메릴랜드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이번 인수 계약을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기존 백신 개발 사업을 강화하고, 백신 CDMO와 항암 바이러스,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의 신규 영역으로 진출을 꾀하고 있다. 계약 내용에 따라 회사는 약 3390억원을 들여 IDT의 지분 60%를 취득하게 된다.
또한 클로케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2% 상당(760억원 수준)을 매입할 예정이어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IDT를 약 2630억원에 인수하는 셈이다.
IDT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26일 종가 기준 회사의 주가는 4만9430원이었는데,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5만3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달 19일에는 5270원(9.63%) 오른 5만4700원에 거래됐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기존 백신 개발 사업에서 CDMO 사업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사업을 추가해 확장하는 것"이라며 "IDT는 독일의 136만㎡(약 41만 평) 규모의 부지 내 생산시설 외에도 미국 메릴랜드주에도 법인을 보유하고 있어 유럽과 북중미 지역의 거점으로 동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5공장 완공 시 총 78.4만ℓ 생산능력 확보
CDMO 분야 세계 3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위탁생산(CMO) 수주 실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일 미국 소재 제약사와 역대 최대 규모인 10억6000만 달러(한화 약 1조4600억원) 규모의 CMO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는 회사의 지난해 전체 수준 금액인 3조5009억원의 40%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30년 12월 31일까지이며, 고객사와 제품명은 비밀 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이로써 회사는 올해가 시작된 지 만 6개월 만에 연 누적 수주금액 2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3월 첫 계약을 시작으로 올해에만 글로벌 제약사와 총 7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제외한 나머지 6건은 고객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기존 계약의 생산 물량 등을 늘린 증액 계약이다. 즉, 이번 계약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2025년 4월 준공을 목표로 18만ℓ 규모의 신규 제5공장을 건설 중이다. 완공 시 회사는 총 78.4만ℓ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분식 회계' 무죄 판결 이후 그의 첫 경영 행보가 삼성바이오로직스였을 정도다. 이 회장은 올해 2월 16일 제5공장을 찾아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더 과감하게 도전하자. 더 높은 목표를 위해 미래로 나아가자"라며 한계 돌파 의지를 당부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여정은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송도 바이오 캠퍼스 제1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바이오사업 육성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오는 2030년까지 약 4조6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수준의 의약품 제조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매출 목표는 1조5000억원으로 세웠다.
송도 바이오 캠퍼스에는 생산공장 3개가 들어설 예정이며, 각 12만ℓ 규모다. 연면적만 20만2285㎡(약 6만1100평)에 달한다. 착공에 들어간 제1공장은 2027년 1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회사는 2022년 말 미국 기업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ristol-Myers Squibb)의 뉴욕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해 CDMO 시장에 진입한 바 있다. 시러큐스 공장 생산 규모는 약 4만ℓ 수준이지만, 캠퍼스 조성이 끝나면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생산능력은 40만ℓ로 늘어날 전망이다.
롯데그룹의 바이오사업은 그룹 3세 경영권 승계에 중요한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이 바이오사업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 데다, 그의 장남 신유열 전무가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 선임돼 신 전무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상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달 3일 제1공장 착공식에 참여해 "송도에서 시작되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여정은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이라며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중심축으로 거듭나 세계 바이오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하는 데 이바지하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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