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카르텔]②이진숙과 김장겸... MBC 민영화 유령이 돌아왔다

박종화 2024. 7.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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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지명은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IN, 오마이뉴스, 한겨레신문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어뷰징 : MBC 노조 비방 여론 조성

지난 2012년 1월, MBC 제작진이 파업에 들어갔다.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으로 불린 김재철 사장이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보복성 인사를 강행하자 이에 맞선 단체 행동이었다. 파업 와중에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비리가 잇달아 불거졌다. 여론은 MBC 사측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파업을 이끌었던 언론노조 MBC본부의 이용마 기자는 당시 MBC 경영진이 불리한 여론을 돌리기 위해 한 어뷰징 매체에 여론전을 의뢰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하지만 당시 위키트리 측은 이 사실을 부인했다.

이용마 기자의 트위터 글(2013.2.27.)

그리고 10여 년 뒤, 뉴스타파 등 5개 언론사가 참여한 ‘언론장악 카르텔’ 추적 공동취재단이 당시 사건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MBC 사측이 노조를 비방하는 글을 SNS에 올려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훈의 당시 위키트리 대표가 처음으로 시인했다. 이른바 어뷰징을 주로 하는 매체에 노조를 상대로 여론전을 펼쳐달라는 MBC의 거래 제안이 있었다는 것이다.

공동취재단의 질문에 공 전 대표는 “(MBC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서 계약을 중간에 해지했다”고 답했다. 어떤 부분이 무리한 요구였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고 중간에 이건 부당하다, 무리하다 싶어서 해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 전 대표는 당시 위키트리가 MBC 요구를 실행하지는 않았다고 답하며 “착수금도 다 정리(반환)했다”고 덧붙였다.

위키트리와의 계약이 해지되자 당시 MBC 경영진은 노조를 공격하는 여론전을 펼칠 또 다른 어뷰징 매체를 찾아나섰다. 그 과정은 2014년과 11월 두 차례 회동이 담긴 이른바 '백종문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당시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정 모 법무실장 등 MBC 고위 간부들과 폴리뷰라는 매체의 편집국장 등이 나눈 대화 속에는 ‘이진숙’이라는 이름이 수시로 등장한다. 이들의 만남은 2012년 4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은 이 회동에서 "이진숙 당시 기획홍보본부장을 아버지의 후배인 전 모 씨를 통해 만났다"고 말했다.

어느날 전 원장님이 저를 불러갖고 저한테 그러시는 거예요. ‘야, 나 어저께 이진숙 본부장하고 MBC 사람들 만났다’ 이러는 거예요. 그런데 그 자료들을 봉투에다가 꽁꽁 싸가지고 이만큼을 주더라고요 저한테.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 팩트가 다르다. 니가 좀 보고 싸워줬으면 좋겠다’ 
-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발언 (‘백종문 녹취록’ 발췌)

아버지의 후배인 전 씨가 MBC 이진숙 등과 만나 MBC노조와 싸워달라는 요청을 자료와 함께 받아서 자신에게 전달했다는 주장이다. 이진숙이 전달한 자료가 박 국장 손에 들어온 시점은 2012년 5월쯤으로 추정된다. 박 국장과 이진숙은 실제 만남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녹취록에 따르면 박 국장은 “(2014년) 10월 10일 이진숙 본부장님을 뵀다. 뵙고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진숙 본부장님한테는 제가 좀 말씀드렸고요. (중략)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같은 프로그램을 외주를 좀 하나 주시면 저희가, 제가 직접 제작은 못하고요. 원거리에서 하는 자료라든지 이런 거를 할 수는 있을 테고”라고 말했다. 이진숙과 박 국장이 노조 비판 여론 조성하는 대가로 MBC 프로그램 외주를 주는 거래를 시도한 정황이다.

2016년 공개된 '백종문 녹취록'에는 당시 MBC 고위 간부들이 어뷰징 매체 편집국장과 두 차례 회동하며 나눈 이야기가 담겨 있다

6시간이 넘는 대화 내내 폴리뷰 측과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을 비롯한 MBC 간부 측은 서로 무엇을 바라는지 묻는다. 백 본부장이 먼저 “MBC가 그동안 많은 일을 해왔지만 좀 더 자리매김 할 수 있게끔 박 국장님이 많이 지원을 해달라”고 말하자 박 국장은 “지원이라니요? 저희가 해드리는 거는 시즌2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백 본부장이 “노동조합이 없으면 비교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국장은 MBC가 폴리뷰에 광고를 줄 수 있는지, 프로그램 외주를 줄 수 있는지, 라디오나 시사프로그램 출연을 해줄 수 있는지 등을 타진했다. 박 국장은 이날 “100분 토론 지방선거 관련해서 급한 대로 제가 나가든지 아니면 제가 추천하는 분으로 해서 토호세력의 문제점을 두 세번 정도 다뤄줬으면 좋겠다”라고 방송 출연을 요청했다. 실제로 회동 다섯 달 뒤인 이듬해 3월,  박한명 국장은 ‘100분 토론-지도부 바꾼 여야, 선택은?’편 패널로 출연했다.

트로이컷 : MBC 임직원 사찰 프로그램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노조 탄압과 통제 행각은 상상을 초월했다. MBC 노조의 파업이 진행되던 2012년 6월, MBC 사측이 사내 컴퓨터 시스템에 트로이컷이라는 일종의 사찰 프로그램을 깔아 직원간 메신저 내용과 이메일 등을 엿보고, 서버에 저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MBC 사측은 트로이컷을 이용해 직원 컴퓨터에서 파일 500여개를 열람했는데, 여기엔 노조 간담회 내용 등이 포함돼 있었다.

트로이컷을 임직원 컴퓨터에 설치한 MBC 정보콘텐츠 실장이 직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뉴스타파 보도 (2012.9.7.)

2012년 뉴스타파가 이진숙 당시 기획조정본부장에게 직원 사찰 의혹에 대해 묻자  “(트로이컷 설치가) 임원회의에 보고됐다. 어떤 정보보안 시스템이든 실무국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경영진의 적절한 사내 내부 절차에 따라 당연히 결재를 받아 이뤄진다”며 트로이컷 프로그램 설치를 김재철 사장이 결재했다고 말했다.

2016년 대법원은 사찰 프로그램을 직접 설치한 MBC 정보콘텐츠실장 김 모 씨에게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확정했다. 법원은 또 노조 사찰을 묵인, 방조한 김재철 사장과 이진숙 본부장을 ‘공동 불법 행위자'로 판단했다. 이후 민사소송에서도 대법원은 이진숙과 김재철 등 간부 4명에게 MBC에 1800여만 원의 손해 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김장겸 부당노동 행위 판결문에 “이진숙은 왜 기소 안 하고 나만?”

이 사건과는 별개로 MBC에서 사장과 부사장 등을 지낸 안광한 백종문 김장겸 권재홍 등 4명은 부당노동행위로 징역 8개월에서 1년,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해당 사건 판결문에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김장겸 당시 MBC 보도국장, 현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역할은 ‘보직자들을 노조에서 탈퇴시키도록' 지시한 안광한 사장의 방침을 이진숙 보도본부장에게서 지시받아 부장들에게 전달한 것에 불과했다고 항변한 내용이다. 

당시 재판 과정에서 김장겸 의원(당시 MBC 보도국장)은 ‘이진숙(당시 MBC 보도본부장)은 기소하지 않고 자신만 기소한 것은 기소독점권의 자의적 행사이므로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 상급자인 이진숙은 제외하고 자신만 안광한 사장의 공범으로 기소했냐는 것이다. 취재진은 김장겸 의원에게 (재판 당시 주장은) 안광한과 이진숙이 MBC 노조 탄압의 핵심이라는 취지였냐고 질의했다. 김 의원은 “폭력이다. 예의가 없다”며 답을 피했다.

돌아온 MBC 민영화 돌격대

언론노조 자체를 적대시하는 이진숙의 태도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이진숙을 지명했다. 이진숙은 후보 지명 소감에서 언론노조를 향한 적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진숙 후보자는 “공영방송, 공영언론의 다수 구성원이 민노총의 조직원이다. 정치 권력, 상업 권력의 압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가지려면 먼저 그 공영방송들이 노동 권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독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이진숙의 등장과 함께 MBC 민영화를 주창하는 세력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국정원까지 동원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MBC 민영화 기도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쳐 결국 실패로 끝났는데, 10여 년이 지나 다시 ‘공영방송 민영화’가 노골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은 지난 7월 15일 공정언론국민연대(이하 공언련) 1기 이사장이었던 김백 씨가 YTN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기존 진행자를 교체하고 만든 YTN 라디오 프로그램 ‘뉴스파이팅’에 출연했다. 진행자가 “KBS1만 (공영방송으로) 놔누고 KBS2, MBC를 민영화 할 거냐”고 묻자, 김 의원은 “그렇다. MBC도 차츰차츰”이라고 답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공언련 발기인이고 김장겸 의원은 공언련 고문이다. 공언련 및  그와 유사한 단체와 소속 인사들은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영방송 이사진과 경영진을 겨냥한 고소·고발을 잇달아 진행해 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조직적으로 민원을 넣고, 심지어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민원에 동원된 의혹도 있다. 

지난 7월 18일 국회에선 자유언론국민연합과 국민의힘 김기현, 김장겸 의원이 주최하고 새미래포럼이 주관한 ‘가짜뉴스 백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김기현 의원은 인사말에서 “공영방송이라고 하고 있는 방송이 지금도 버젓이 방송을 해대고 있는데 그 방송을 보니까 가짜뉴스를 아예 조작하고 생산해 내면서, 그리고 상품화 하면서 큰소리까지 치더라”고 말했다. MBC를 두고 한 말로 보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모두 비슷한 세미나와 토론회에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정 정당과 특정 단체들이 결탁해 공영방송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매도하는 각종 행사 개최를 하며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의 길을 터주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MBC 등 공영방송 민영화로 모아지고 있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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