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여론전' 공작시도 증언… 위키트리 전 대표 "너무 무리한 요구"

박재령 기자,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2024. 7.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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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 카르텔 추적 ②] 5개 언론사 공동기획
2012년 위키트리 이용해 '노조 비방 기사' 여론전 청탁 증언
같은 수단 같은 목적… '백종문 녹취록'에 드러난 '여론전 청탁'
노조 불법 사찰 유죄 판결받은 이진숙… 다시 '노조탄압' 목표?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왼쪽)과 MBC 사옥. 사진=ⓒ연합뉴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지명은 그 정점에 있습니다. 미디어오늘과 뉴스타파,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 보도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후보자가 11년 전 인터넷매체를 이용해 노조 비방 등 '여론전 청탁'을 시도한 정황이 확인됐다. 2012년 MBC 노조 파업 당시 사측에 불리한 여론을 흔들기 위해 위키트리 대표에 돈을 주며 기사를 부탁했다는 증언이다. 김재철 MBC 사장 체제에서 홍보국장, 기획조정본부장 등을 맡으며 노조원들에게 '악몽'으로 통한 이진숙 후보가 그 과정에서 일종의 '공작'까지 벌인 셈이다.

전 위키트리 대표 “MBC가 너무 무리한 요구해서 계약 중지했다”

공훈의 전 위키트리 대표는 지난 17일 공동취재단과 통화에서 “2012년 이진숙 본부장과 만나 MBC 노조 파업에 대해 SNS에 비방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금전을 거래했나”라는 질문에 “(MBC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서 제가 계약을 중지했다. 그걸로 끝난 일”이라고 말했다.

'무리한 요구'가 무엇인지 묻자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고, 중간에 제가 이건 부당하고 무리다 싶어 해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MBC로부터 받았던 착수금도 모두 “정리했다”면서 정리의 의미가 '반환'인지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 고 이용마 MBC 기자. 사진=최창호

이진숙 본부장의 '여론전 청탁' 의혹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홍보국장이었던 고 이용마 기자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용마 기자는 2013년 자신의 트위터(현 엑스)와 2016년 한겨레21 기고 등에서 “이진숙 본부장은 2012년 4~5월 공훈의 대표를 접촉해 '리스크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다”고 폭로했다.

6000만 원의 착수금과 2012년 12월까지 매달 2000만 원. 이용마 기자가 주장한 MBC 경영진의 약속이다. 그러나 MBC 기존 계정이 아닌 '가상 계정'을 만들어 작업해달라는 MBC의 주문을 공 대표가 '무리한 요구'라고 받아들였고 계약은 한 달 여만에 해지됐다고 전했다. 이용마 기자는 “일종의 대포 계정을 만들어 노조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요구했지만 공 대표가 이를 거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의혹이 당사자의 진술로 확인된 건 11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012년 1월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으로 불린 김재철 MBC 사장의 시사프로그램 폐지 및 보복 인사에 맞서 파업 중이었다. 그러다 법인카드 유용 등 김재철 사장의 비리 의혹이 연달아 터졌고 여론이 사측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여론 조작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이용마 기자의 주장이다.

'노조 비방' 기자의 고백… “어떻게든 MBC 편을 들어야 했다”

MBC는 위키트리뿐 아니라 다른 매체에도 노조 비방을 위한 '여론전 청탁'을 계속 시도하고 있었다. 2016년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백종문 녹취록'엔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과 보수성향 인터넷매체 '폴리뷰' 박한명 편집국장이 2014년 만나 나눈 대화가 담겨 있다.

▲ 뉴스타파-MBC 고위간부의 밀담,

박한명(폴리뷰 편집국장)= 어느날 전OO 원장님이 저를 불러갖고 저한테 그러시는 거예요. '야, 어저께 이진숙 본부장하고 MBC 사람들 만났다' 이러는 거예요. 그런데 그 자료들을 봉투에다가 꽁꽁 싸가지고 이만큼을 주더라고요 저한테.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 팩트가 다르다. 니가 좀 보고 싸워 줬으면 좋겠다'...

(중략)

정재욱(MBC 미래전략본부 법무실장)= 전OO 자유경제원 원장님이 특별히 부탁을 하셨대요. 1년 반 전에.. MBC문제를 좀 잘 해결을 하고,

백종문(MBC 미래전략본부장)= 당시 이본부장님.

김OO(MBC 미디어사업본부 센터장)= 네. 이진숙 본부장님. 전혀 우리는 우리 거를 알릴 수 있는 어떤 통로가 없으니까는......여론이라는 게 볼 수 있는 게 맨날 MBC 잘 못 하고 있다는 이상한 거만 보니까 좀 이상한 거 아니냐, 김재철 사장이. 그때 전OO 변호사가, 그

백종문(MBC 미래전략본부장)= 그때가 언제예요?

정재욱(MBC 미래전략본부 법무실장)= 그게 작년 재작년이에요. 2012년.

박한명(폴리뷰 편집국장)= 저희도 이제 뭐 똑같이 MBC 시즌2 된 겁니다, 저희도. (함께 웃음)

▲ 소훈영 전 폴리뷰 기자는 2016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2013년 당시 YTN 간부가 흘린 사내 정보를 빼곡히 기록한 수첩을 보여줬다. 그는 “사내 성추행 등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정보들을 제공받았다”고 했다. 수첩에 적힌 'YTN 노조의 추악한 두얼굴'은 간부가 정한 제목이었고, 동일한 제목으로 기사가 출고됐다고 소씨는 말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녹취록에 따르면 박한명 국장이 MBC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2년부터다. 위키트리 '여론전 청탁'을 비롯해 특정 매체들이 MBC 노조와 파업에 대해 비방 기사를 양산하기 시작한 때와 같다. 녹취록엔 당시 기획조정본부장이던 '이진숙' 이름도 수시로 등장한다.

소훈영 전 폴리뷰 기자의 증언을 보면 어떤 방식으로 청탁이 수행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소 전 기자는 2016년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기사를 쓰면 폴리뷰에 올리고 미디어워치와 뉴스파인더, 푸른한국닷컴 등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다 알고 있어서 거기 홈페이지 들어가서 직접 편집한다”고 말했다.

“'MBC 노조는 죽일 놈'이라는 세뇌에 갇혀 있었다. 이건 아니다 싶었을 때가 있었다. 김재철 전 사장과 J씨 내연 관계 문제였다. 말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김재철 사장 편을 들어야 했다. 말이 안 되는 내용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쓰나. 2012년 5월 폴리뷰 일을 시작할 때 나는 MBC가 파업 상황인 줄도 몰랐다. 들어가서 MBC에 대해서 공부를 했다. 이 역시 한 쪽으로 편향된 자료였다.” (소훈영 전 폴리뷰 기자)

'트로이컷' 직원 불법 사찰에 '부당노동행위' 지목까지

이진숙 후보는 노조 '불법 사찰'로 유죄 판결까지 받는다. 2012년 MBC 사내에 배포한 보안프로그램 '트로이컷'으로 직원 메신저 내용과 자료를 무단으로 회사 서버에 저장하고 무단 열람해 노조 간부들을 사찰했다는 혐의가 인정됐다. 노조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2016년 패했고 이에 MBC가 변호사 비용을 물어내라며 이진숙 본부장 등에 제기한 한 소송에서 2021년 다시 패했다. 법원은 이진숙 본부장과 김재철 전 MBC 사장 등을 불법 사찰을 묵인·방조한 '공동 불법 행위자'로 판단했다.

▲ 2012년 MBC 불법 사찰 의혹을 폭로하고 있는 이용마 당시 노조 홍보국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2014년 안광한 사장 체제에서 발생한 '부당노동행위' 유죄 판결문에도 이진숙 후보는 등장한다. 안광한 전 사장은 '해사행위자'를 색출해 보도·제작 업무 배제 후 신설부서로 보내라 지시했고, 권재홍·백종문 전 부사장은 2012년 파업 참가자 등 해당 명단을 작성하여 보고 후 인사 명령으로 이행했다. 이진숙 후보는 해당 노조원 명단을 바탕으로 인력 재배치 방안을 함께 협의하였다고 판결문에 드러나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김장겸 당시 보도국장(현 국민의힘 의원)이 2014년 있었던 '노조 탈퇴 유도'에 대해 '이진숙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한 부분이다. 김장겸 보도국장은 2014년 5월 '보직자들은 노조에서 탈퇴하게 하라'는 안광한 사장 지시를 보도국 소속 부장에 전해 부장 일부가 노조를 탈퇴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2020년 나온 2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장겸 보도국장은 이를 놓고 “안광한의 방침을 이진숙 보도본부장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에 불과한데 이진숙은 기소하지 않고 나만 기소한 것은 기소독점권의 자의적 행사이므로 기각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이진숙 후보는 실제 2014년 MBC 대표이사 지원 당시 사실상 '노조 탄압' 계획이 담긴 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 후보는 2014년 2월 '방송의 공공성·공정성·독립성' 확보를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노사관계 재정립을 꼽으며 △정치적 활동을 보장한 상위 노조 탈퇴 요구 △노조 전임자·파트타임 수와 지원 축소 △노무 전문가 영입 등의 계획을 적시했다. 대표이사가 되지 못한 이진숙 후보는 2014년 3월 보도본부장에 임명되는데, 보도본부장 자리에서 수행한 '노조 탄압' 행동과 대표이사 지원 당시의 '노조 탄압' 계획이 상당히 유사하다.

이진숙 후보는 지난 16일 해당 경영계획서와 관련 “노무전문가 영입 등 원칙 있는 노사관계 재정립을 통해 MBC 경영을 안정화하고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노조 탄압으로 규정하는 것은 악의적인 프레임 씌우기”라고 했다.

지난 18일 김장겸 의원 주최로 열린 '가짜뉴스로 본 공영방송의 내일' 토론회에서 수차례 요청에도 응답이 없자 공동취재단이 직접 찾아가 김장겸 의원에 “2020년 부당노동행위 재판 받으실 때 이진숙 보도본부장이 기소되지 않았는데 내가 왜 기소가 됐냐는 식으로 재판에서 말씀하시지 않았나”라고 묻자 김 의원은 “이거 폭력이다. 깡패인가. 왜 이렇게 예의가 없나”라고 말했다.

'노조탄압' 의지 드러낸 방통위원장 후보 이진숙, 청문회 답변은

지난 4일 방통위원장 후보 지명 자리에서 이진숙 후보는 다시 노조를 언급했다. “오늘 저는 이 시점에서 공영방송, 공영언론이 노동 권력, 노동단체에서도 독립해야 한다 생각한다. 공영방송, 공영언론 다수 구성원이 민노총 조직원이다. 정치권력, 상업권력 압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스스로 노동권력에서 독립해야 한다.”

오는 24~25일 열리는 이진숙 후보 청문회엔 김재철 전 MBC 사장을 비롯해 안광한 전 사장, 백종문 전 부사장, 권재홍 전 부사장, 김행 전 위키트리 부회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진숙 후보는 2012년 '여론전 청탁' 증언 관련 공동취재단 질의에 “인사청문회에서 답변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때의 진상이 대중 앞에 드러날 수 있을까.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 미디어오늘·뉴스타파·시사인·오마이뉴스·한겨레

취재 : 박재령(미디어오늘), 박종화·연다혜(뉴스타파), 문상현(시사인), 신상호(오마이뉴스), 박강수(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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