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ARA 수사 2019년 부활… 한국 정부 분위기 파악 못해”
미국의 주요 한반도 전문가였던 수미 테리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미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대리해 일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것을 계기로 대미 외교 전술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이전까지 ‘유명무실’했던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수사를 2019년부터 강화하고 있어서다.
19일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2019년 미국 정부가 FARA 수사를 본격 재개했는데 한국 정부는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오히려 비공식 로비를 늘리더라”며 “재미 교포를 활용해 미 정부·정치권에 비공식적으로 ‘줄’을 대는 관행에 계속 의존하면 한·미 관계에 괜한 잡음이 또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FARA는 1966~2017년 50여 년간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례가 7건밖에 없을 만큼 형해화된 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선거 캠프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맡은 로버트 뮬러 특검이 2017~2019년 당시 현직 대통령의 측근 등 7명을 줄줄이 ‘외국 대리인으로서의 등록 및 활동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기소하며 완전히 부활했다. 2019년 워싱턴포스트는 “수십 년간 집행되지 않던 법(FARA)이 되살아났다”며 “진지하게 집행되면 워싱턴의 ‘일 돌아가는 방식’이 변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의 영향력 차단이 중요하다고 본 미 법무부는 2019년 FARA 수사 부서를 강화했다. 공소장에 담긴 테리 연구원의 FARA 위반 사실이 2013~2018년 6년간은 4건에 불과하다가, 2019년부터 급증한 것은 이때부터 연방수사국(FBI)이 ‘본격 수사’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전에는 국정원 요원들과의 교류를 통상 수준에서 감시했다면, 이때부터는 촬영·감청 등 증거 수집에 돌입한 것이다. 이 무렵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 한 곳은 한국 정부 자금을 받지 않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미 법무부는 FARA 수사를 감독하는 국가안보국(NSD) 부차관보에 한국계 최은영 검사를 임명했다. 최 부차관보는 지난해 12월 한 포럼에서 “올해 FARA 조사를 25건 했는데, 1985년 이래 가장 건수가 많았다”며 “FARA 분석관 증가로 향후 건수가 계속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미 관계에 밝은 한 소식통은 “민주평통이나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활동도 FARA에 저촉될 소지가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FARA는 금품 수수 여부와 무관하게 외국 정부·정당과의 관계를 본다. 이 때문에 한국 헌법 기관인 민주평통 등과 관련된 사람이 미국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외국 대리인으로 간주될 위험성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F는 FARA 면제 대상인 학술과 순수 예술 등의 범위에서 활동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021년 미국 법무부는 KF가 여권 발급시 납부하는 국제교류기금으로 운영되고, 홈페이지에 ‘공공외교’, ‘역내 평화’ 같은 단어를 사용한 것을 토대로 한국 정부를 대리한다고 봤다. 비슷한 성격의 일본국제교류기금은 홈페이지 사업 내용에 ‘문화예술 교류’, ‘일본어 교육’, ‘일본연구·국제대화’ 등만 적어두고 있다.
☞FARA(외국대리인등록법)
’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의 준말. 외국인을 포함해 미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이 외국 정부·기관·기업 등의 정책 및 이익을 위해 일할 경우 미 법무부에 신고하고 활동도 보고하도록 하는 연방 법이다. 미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을 투명하게 파악하겠다는 취지로 1938년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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