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도 삼킨 장마… 주말 중부 또 때린다

광주광역시/조홍복 기자 2024. 7. 20.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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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전선, 호남 찍고 다시 북상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18일 경기도 화성시 한 논밭 인근에서 차량이 침수되자 운전자가 밖으로 나오고 있다. /중부일보 제공

나흘째 한반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비를 뿌리고 있는 장마전선이 19일에는 호남 지역에 시간당 최고 30㎜ 집중호우를 내렸다. 18~19일 이틀간 전남 영광에 93.5㎜, 신안에 77㎜가 내렸다.

이날 오전 5시쯤 광주광역시 북구 용두동에서는 가로수가 쓰러져 도로를 덮쳤다. 이어 오전 6시 30분쯤 광산구 두정동에서는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전선을 건드려 일부 가구 전기가 끊겼다. 전남 완도에서는 주택이 물에 잠겼고 진도군 고군면에서는 도로에 큰 바위가 떨어져 차량 통행이 제한됐다.

연이은 장맛비에 왕릉, 성곽 등 국가유산도 무너지거나 파손됐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번 장마로 국가유산 7곳이 피해를 보았다. 경기 파주에 있는 조선 시대 성리학자 이이의 묘역은 토사가 유실됐다. 대한제국 순종의 유릉(裕陵·경기 남양주)은 재실 행랑채의 지붕 일부가 무너졌다. 경기 오산의 독산성과 세마대지는 성곽이 무너지고 땅이 꺼졌다.

그래픽=송윤혜

농경지 침수 피해도 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장마로 축구장 1853면과 맞먹는 농경지 1323ha(약 400만평)가 물에 잠겼다. 17~18일 이틀간 폭우가 쏟아진 충남(878ha)과 전남(282ha)의 피해가 컸다.

학교,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한 주민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67시·군·구에서 1373가구 1945명이다.

침수 차량은 3000대를 넘었다.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침수 신고가 들어온 차는 3230대로 집계됐다. 손해액은 292억원으로 추산됐다. 장마가 이어지고 있어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8일 오후 2시 15분부터 차량 통행이 제한된 서울 잠수교는 이날 오후 7시 45분에 통행이 재개됐다.

지방자치단체가 재빠르게 대처해 대형 사고를 막은 사례도 있다. 지난 18일 오전 9시 30분쯤 경기 평택 세교 지하 차도에서 물이 차오르자 평택시는 곧바로 차량 통행을 막았다. 인근 도일천이 범람해 지하 차도는 통제 20분 만에 완전히 물에 잠겼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선조치, 후보고’ 대응이 잘 작동했다”며 “작년 오송 참사 이후 1년간 지하 차도 진입 차단 훈련을 10차례나 한 덕분”이라고 했다.

물벼락에 난간 쓰러진 서울 잠수교 - 19일 서울 한강 잠수교의 난간이 쓰러진 모습. 지난 17~18일 집중호우로 잠수교가 물에 잠기면서 파손된 것으로 보인다. 물에 떠내려온 나뭇가지 등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서울시는 파손된 난간을 보수한 뒤 이날 오후 7시 45분 통행 제한을 풀었다. /연합뉴스

이날 남부에 머물던 장마전선은 다시 북상해 주말에는 중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20~21일 서울·인천·경기 지역에 비가 50~120㎜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경기 남부 지역에는 150㎜ 이상 많은 비가 올 가능성도 있다. 지난 17~18일 최고 6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진 중부에 복구 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또 큰비가 내리는 것이다.

기상청은 “이미 많은 비가 내린 곳은 아주 강하지 않은 호우에도 산사태가 나거나 하천이 넘칠 가능성이 크다”며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수도권과 강원 영서 지방은 다음 주에도 내내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됐다.

반면 경북 북부를 제외한 남부 지방은 20일 오후 비가 그친 뒤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르는 등 무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기온이 오르며 찜통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폭염특보가 발령되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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