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보안SW 장애…공항 마비, 금융 차질, 세계 곳곳 IT대란

김남영.박영우.박형수 2024. 7. 20.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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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보안SW 장애 ‘IT 대란’
19일 오후 전 세계 항공·금융·미디어 기업의 정보통신(IT) 시스템이 광범위하게 마비됐다. 미국 사이버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업데이트한 보안 프로그램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OS)인 윈도우와 충돌을 일으키면서 항공·금융 기업의 컴퓨터·서버가 멈춰 선 영향이다. 국내에서는 저비용항공사·게임사가 피해를 입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사고 발생 8시간여 만에 원인을 찾았지만, 이날 밤 늦게까지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 혼란이 이어졌다.

국내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쯤 이스타항공·제주항공·에어프레미아의 항공권 예약·발권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에어프랑스 등 7개 외항사도 시스템 장애가 발생해 혼란을 겪었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등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일부 온라인 게임도 영향을 받았다. 반면,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과 금융권, 공공기관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날 주요 항공사의 이륙 중단과 체크인 지연이 속출했다. 영국에서는 런던증권거래소의 일부 서비스가 개장 직후 중단돼 혼란을 겪었고, 열차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방송사 스카이뉴스는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이날 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문제가 생겨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며 사과하고, 새 업데이트 파일을 배포했다. 하지만 피해를 모두 복구하기까지는 며칠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윈도우 PC ‘죽음의 블루스크린’…항공편 최소 1390편 취소
19일(현지시간) 미국 유나이트항공 직원들이 ‘죽음의 블루스크린’으로 알려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PC 오류 화면 앞에 서 있다. 이날 뉴저지 뉴어크 공항은 블루스크린으로 인해 전산시스템이 멈춰서면서 항공기 발이 묶여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전 세계에서 정보통신(IT) 대란을 일어난 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인 윈도우를 사용하는 PC에서 화면 전체가 파란색으로 채워지는 ‘죽음의 블루스크린’(BSOD·Blue Screen Of Death) 현상이 나타나면서다. BSOD가 나타나면 컴퓨터는 사용할 수 없게 되는데, 개인 PC뿐 아니라 공항·은행 등 주요 인프라가 연결된 클라우드 서비스 PC가 멈춰서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마비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CNN 등 주요국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공항 전산망이 멈추면서 항공편이 결항·지연되는 등 사태가 속출했다. 글로벌 항공 분석 전문업체 시리움은 “이날 예정됐던 전 세계 상업용 항공편 11만편 중 최소 1390편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주요 언론사 방송이 중단되거나 은행과 신용카드 업체 등 금융기관 전산망이 마비돼 입·출금과 결제가 멈춘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발권이 중단된 항공사에선 수기로 발권을 진행하느라 진땀을 뺐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시스템 장애로 수속이 지연되고 있지만, 수기 발권으로 수송처리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홍콩과 싱가포르 등 일부 공항에서도 항공사 직원들이 탑승객 명부 등을 직접 일일이 확인하며 체크인 작업을 진행하는 진풍경이 목격됐다.

호주에서는 은행과 결제 시스템마저 먹통이 돼 주민들의 일상생활에마저 심각한 영향이 미쳤다. 계산대에서 뜨는 오류 메시지 탓에 수퍼마켓과 주유소 등을 찾은 주민들이 생필품과 연료를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던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보안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장애를 “사상 최대 규모의 IT 중단 사태”라고 보도했다.

블루스크린은 이날 미국의 사이버보안 업체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해킹 방지를 위한 보안 프로그램 ‘팰컨 센서’(Falcon Sensor)를 업데이트하면서 발생했다. 업데이트된 팰컨 센서가 윈도우 소프트웨어와 충돌하면서 윈도우가 먹통이 된 것이다. 로이터는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대의 PC에 팰컨 센서가 깔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충돌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밤 9시쯤 문제를 해결한 새 업데이트 파일을 배포했다.

하지만 개인용 PC까지 모두 복구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PC별로 업데이트된 보안 프로그램이 이미 윈도우와 충돌해버린 상태에서는 원격으로 새 파일을 업데이트할 수 없기 때문이다. PC 사용자 개개인이 오류에 직접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이날 공지에서 각 사용자가 컴퓨터를 윈도우 ‘안전모드’ 혹은 ‘복구모드’로 부팅해 특정 파일을 삭제할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보안 전문기업 사이버아크의 오머 그로스먼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로이터에 “수동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 며칠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영·박영우·박형수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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