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퇴 초읽기?…오바마까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총결집해도 힘든 상황에서 민주당에선 민주적 절차로 스스로 뽑은 자당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임계점을 향해가고 있다. 특히 사퇴 요구 행렬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바이든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미 사퇴가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 전문매체인 악시오스는 “이르면 이번 주말 포기 결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18일(현지시간) 바이든이 8년간 부통령으로 보좌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바이든이 출마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전언이 나왔다. 오바마가 그간 말을 삼갔다는 점에서 이날 전언은 사퇴 요구와 같은 의미로 해석됐다. 보도 이후 바이든의 오랜 버팀목이었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포기하는 쪽으로 결심하는 데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헐적으로 나오던 당내 사퇴 요구는 바이든이 코로나에 다시 걸려 격리에 들어가는 순간 폭발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등 상·하원 지도부는 물론 당내 영향력이 큰 펠로시 전 의장까지 “바이든의 출마가 의회 선거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당의 모든 지도부와 실력자가 모두 나서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형국이 됐다.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미수 사건으로 선거 운동을 일시 중단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언론 인터뷰에 이어 16일부터 경합주 네바다에서 유세를 시작했다. 그러나 네바다의 여론을 끌어오기 위해 임대사업자의 임대료 상한선을 5%로 제한하고, 신규 주택 건설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하는 ‘당근’도 준비했지만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17일엔 또 실수했다. 그는 흑인 TV채널 BE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달리 나는 흑인 장관을 적극 기용했다”며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흑인 표심의 결집을 시도했다. 그런데 그는 “나는 국방장관에, 그… 음…”이라며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하다 결국 “그 흑인 남성(the black man)을 기용했다”고 했다. 현직 국방장관으로 바이든과 3년 7개월째 호흡을 맞춰온 ‘로이드 오스틴’을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 결국 바이든은 해당 인터뷰 도중 “의사들이 건강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경선 하차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고, 공교롭게 인터뷰 직후 코로나 감염이 확인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델라웨어 사저에서 격리를 시작했다.
이 와중에 블루로즈리서치의 비공개 여론조사가 민주당 내 우려를 폭발시켰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은 모든 경합주에서 트럼프에게 질 뿐만 아니라 뉴햄프셔·미네소타·뉴멕시코·버지니아·메인 등 4년 전 대선에서 완승을 했던 곳에서도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출마하면 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여론조사도 부담을 주고 있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가 지난 13~16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47%대 52%로 트럼프에게 5%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해리스가 출마할 경우 격차가 3%포인트로 좁혀졌다.
돈줄도 말라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는 고액 기부자를 대상으로 한 7월 모금액이 지난달 모금액 5000만 달러(약 694억원)의 절반인 2500만 달러(약 347억원)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특히 바이든의 핵심 후원자였던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TV 토론 이후 “더 이상은 바이든을 지지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큰손들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선 후보 교체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악시오스는 “현재 가장 가능성 있는 건 바이든이 물러나며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대의원들이 정리하는 방법”이라며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민주당은 비민주적으로 후보를 결정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비 경선을 거치며 당원들과 국민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한 대선후보를 일부 대의원이 번복하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이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 나섰다. 특히 민주당 소속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관중에 소개하며 역전을 자신했다. 쿠퍼 주지사는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후보가 될 경우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행사는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를 맡기 위한 오디션 격이었다”고 했다.
그러자 트럼프 진영은 해리스 부통령을 강하게 견제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캠프의 크리스 라시비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8일 폴리티코 주최 좌담회에서 “(바이든에 대한 후보직 사퇴 요구는) 민주당의 쿠데타 시도”라며 “해리스 부통령 역시 바이든의 건강은 괜찮다고 했던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의 책임자로, 바이든과 공범이 된다”고 주장했다.
밀워키=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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