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되든 당내 통합부터…똘똘 뭉치는 야당 부러울 때도"

원동욱 2024. 7. 20.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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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전대 투표 시작
19일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방송토론에서 나경원·한동훈·윤상현·원희룡 후보(왼쪽부터)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전대)의 선거인단 84만여 명이 19일 투표를 시작했다. 8일 호남·제주 합동연설회부터 시작된 대장정의 막이 내린다.

1강(한동훈)-2중(나경원·원희룡)-1약(윤상현) 구도로 전개된 전대는 ‘전당대회’가 아닌 ‘분당대회’란 말이 나올 정도로 거칠게 진행됐다. 전체 표심의 80% 쥔 당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중앙SUNDAY가 대구·경북(TK), 충청, 수도권의 지역의 합동연설회장에서 당원들을 만났다.

지지 후보는 달라도 모두 당의 분열을 걱정했다. “결국 한 명이 당 대표가 될 텐데 이렇게 서로 싸우고 나면 감정의 골이 사라질 수 있을까 걱정이다. 왜 다들 뒤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는지 모르겠다”(이창동·66·고양)고 했다. 34년 동안 당원이란 대구의 최창필(69)씨는 “당 대표가 누가 되든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당내 통합”이라며 “그런 면에서 보면 오히려 이재명 하나로 똘똘 뭉치는 민주당이 부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대구의 기온은 33도까지 올랐지만 22년째 당원인 정호진(67)씨는 이른 아침 안동에서 대구로 향했다. ‘보수 결집’을 바라면서였다. 그러나 합동연설회가 열린 EXCO(엑스코) 앞의 풍경은 정씨의 기대와 달랐다. 몇몇 지지자들끼리 서로 “배신자”,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보수의 심장’인 TK에선 보수 결집을 이룰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다만 지지 후보는 달랐다. 22년째 당원이라는 이종명(62·자영업)씨는 “지금 상황에서 이재명의 민주당과 맞서서 보수를 결집시킬 사람은 한동훈”이라며 “다른 후보들이 너무 한 후보만 공격하니 더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50대 당원 장수경씨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많다 보니 그 리스크를 잘 해결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김 여사의 문자를 보고 대답하지 않았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흔들림 없는 사람 같아서 오히려 호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여사 문자 논란이 터진 이후인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 후보의 지지도가 2주 전에 비해 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에 비해 27년 동안 당원 활동을 해왔다는 김종배(대구·61)씨는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과 척을 질까 봐 두렵다고 했다. 그는 “의석수도 그렇고 대통령 지지도도 그렇고 당원들끼리는 ‘어쩌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절보다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50대 당원 정모씨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한 후보 간 갈등을 두고 “홍 시장이 그래도 중진인데 각을 세우는 모습은 한 후보에 대한 지지를 망설이게 한다”고 전했다.

12년 동안 당원 생활을 했다는 회사원 정제훈(52·충남)씨는 “윤상현 후보를 지지하지만, 현실적으로 한동훈 후보를 밀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최정호(56·보령)씨는 “경륜 있는 나경원 후보나 원희룡 후보를 응원한다”며 “둘이 단일화해 될 사람을 밀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렇듯 지난 1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만난 당원 중에는 두 명 이상의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이들이 많았다. 60대 정모씨도 “한 후보와 나 후보 둘 다 응원하는데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한 후보 지지자라고 밝힌 50대 유호영씨는 함께 온 지인들과 함께 “이젠 충청도 정치적 무색무취에서 변화할 때”라며 “윤 대통령 내외를 향해 쓴소리도 하고 긴장감도 유지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보수가 사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당원 7년 차란 이진명(49·천안)씨는 “원희룡 후보가 윤 대통령과 가장 잘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고 60대 이모씨는 “대선을 염두에 둔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또 선거를 치러야 할 수 있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며 나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충청 합동연설회에선 특정 후보 지지를 표방하는 일부 정치 유튜버들이 촉발한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지지자들도 몸싸움에 가세했다. 이를 본 17년째 당원이란 자영업자 김영재(62·세종)씨는 “후보들도 싸우고 지지자들도 싸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7일 아침 서울 전역에는 호우경보가 발효됐다. 이날 폭우를 뚫고 마지막 전당대회 연설회를 보러 고양 종합체육관에 온 10년 당원 전호연(56·파주)씨는 휴가까지 쓰고 왔다고 한다. 그는 “오늘 아침 토론회를 보고 또 실망했다”며 “정책은 실종되고 내부 총질이나 하니 이제는 기대도 없지만 그래도 마지막 연설이라도 보려고 왔다”고 전했다.

전씨의 말대로 이날 아침 CBS라디오에서 진행된 국민의힘당 대표 토론에서는 한 후보가 자신이 법무부 장관 시절 나 후보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요청을 받았다고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나·원 후보가 한 후보의 발언 리스크를 맹공했다.

당원들은 폭로·비방전에 지친듯했다. 지지자들끼리 비방하려 하자 다른 이들이 “자중하라”고 외치며 만류하는 장면도 있었다. 이제 당원이 된 지 2년 됐다는 30대 정모씨는 “정치에 관심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전당대회가 이렇게 정책 없이 인물끼리 싸우는 곳인지 몰랐다”며 “당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비전을 가진 당 대표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대가 후유증이 덜하게 마무리되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강했다. 21년 당원이라는 장호준(61·서울)씨는 “당선된 후보가 풍비박산 날 것 같은 당을 네 탓 내 탓 안 하고 잘 모아줬으면 좋겠다”며 “지금이야 욕하고 비방해도 결국 당원들도 누가 대표가 되든 힘을 모아줄 것”이라고 했다.

대구·천안·고양=원동욱 기자 won.do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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