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건 울음, 올림픽이 다가온다
[아무튼, 레터] 매미의 계절과 파리 올림픽
출근길에 공원을 지나다 그 울음소리를 들었다. 매미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비가 와도 멈추지 않는다. 밤에는 울지 않아야 정상이건만 매미는 장마를 원망하며 야근이라도 할 기세다. 최고 소음 90dB(데시벨). 시끄러운 공장 내부와 비슷하다. 사람들은 또 투덜댈 것이다. “매미가 하도 울어대 잠을 못 자겠다!”
매미의 일생에 대해 생각하다가 나희덕 시인이 쓴 ‘매미에 대한 예의’를 읽는다. 그 시는 “17년 전 매미 수십억 마리가 이 숲에 묻혔다/ 그들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 해다/ 17년의 어둠을/ 스무 날의 울음과 바꾸려고/ 매미들은 일제히 깨어나 나무를 오르기 시작한다~”로 흘러간다.
이보다 목표가 분명한 울음이 있을까. 매미는 약 3~17년을 땅속에서 유충으로 살다가 지상에 올라와 성충이 된 뒤에 고작 2~3주 번식 활동을 하다 죽는다. 1분 1초가 아깝다. 시인은 “저 먹구름 같은 울음이 사랑의 노래라니, 땅속에 묻히기 위해 기어오르는 목숨이라니...”라고 노래한다.
다음 주에 프랑스 파리 올림픽이 개막한다. 배드민턴 12명, 복싱 2명, 사격 12명 등 선발대는 일주일 전에 출국했다.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지난 몇 년 동안 땀인지 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을 흘렸을 선수들이 떠올랐다. 누구는 매미처럼 일생을 걸고 활주로에서 이륙했을 것이다.
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을 딴 장미란 문체부 2차관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경쟁자가 어떤 노력을 했든 그저 실수하길 바라는 내가 부끄러웠어요. ‘네가 준비한 거 다 해라. 나도 내가 준비한 거 다 할 테니까.’ 이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되게 편안해졌어요.”
2007년 장미란은 그런 마음으로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날,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역도 선수가 된 이후 그런 불면의 밤은 처음이었다. 하도 잠이 안 와서 성경 책을 펼쳤는데 그래도 잠이 오질 않았다고. 장미란은 그날 생각했다. ‘아, 내가 정말 좋은 승부를 했구나!’
얼마나 정정당당한가.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선수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사회가 엉망진창이 된 것은 게으른 철면피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음모와 속임수가 난무하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기는커녕 결과에 승복할 마음도 없기 때문이다. 역주행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파리 올림픽은 오는 26일 개막해 8월 11일 폐막한다. 다음 주부터 2주간 휴간하는 ‘아무튼, 주말’은 메달이 쏟아지는 ‘골든 데이’를 지나 8월 10일 자로 돌아온다. 지난 몇 년의 어둠을 다른 의미의 울음으로 바꾸기를 기대하며 매미처럼 야근하듯 응원할 것이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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