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없다… 우리 모두 ‘이웃 주민’일 뿐
윤수정 기자 2024. 7. 20. 00:42
주민이의 동네 한바퀴
정재숙 글·이주민 그림|비룡소|48쪽|1만2600원
스물다섯 살 발달장애 청년인 이주민씨가 그림을 그리고, 엄마 정재숙씨가 글을 썼다.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발달장애 당사자가 직접 자신을 주인공 삼아 쓴 ‘배리어 프리 그림책’이다. 주민씨의 실제 하루 풍경을 옮겨 둔 이 책에선 아무도 ‘장애’를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장애에 대한 배려’ 대신 ‘이웃 주민’이란 이름이 등장인물들과 주민씨를 결속하는 연결고리다. 예컨대 편의점 사장은 주민씨가 주문도 하기 전 그가 자주 시키던 ‘컵라면’을 찾아 꺼내주고, 때로는 “한때 유도 선수였지만 다친 뒤 운동이 싫어졌다”며 자신의 속내를 터놓는다.
주민씨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도 비장애인의 것과 다를 바 없다. “미용실 아주머니는 우리 동네 일을 다 안다”는 그의 말에 독자들이 공감하게 되는 순간이 그렇다. 주민씨가 단짝 친구인 요셉과의 사이를 정의한 이 말은 ‘비장애’와 ‘장애’의 경계선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깨닫게 한다. “요셉이와 나는 만나면 대화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할 뿐. 그래도 옆에 있으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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