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월급’ 월배당 ETF, 세금·건보료 올릴 수도
━
올댓시니어
매달 받던 월급이 사라지면, 그 자리는 무엇으로 메울까. 20대에 취업해 정년까지 삼십 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월급으로 생계를 꾸려 왔던 이들은 은퇴하면 월급 없이 살아야 한다. ‘월급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은퇴자의 심경은 오지를 향해 떠나는 나그네의 그것과 같다. 불안하고 두려우며 막막하다. 이를 잠재우려면 월급을 대신할 무엇이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은퇴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것이 ‘월배당 상장지수펀드(ETF)’다.
월배당 ETF는 쉽게 말해 매달 분배금을 나눠 주는 ETF다. 분배금은 ETF의 기초자산에 발생하는 고유의 수익이라 할 수 있는 배당·이자·임대료·프리미엄이다. 분배금을 지급하는 주기는 ETF에 따라 다른데, 통상 주식형 ETF는 일 년에 서너 번, 그 밖의 ETF는 1년에 한 번이다. 이와 달리 월배당 ETF는 매달 분배금을 지급한다.
월배당 ETF가 국내 증시에 처음 상장된 것은 2022년 6월인데, 6월 25일 현재 증시에 성장된 월배당 ETF는 67개에 이른다. 시가총액은 10조원이 넘는다. 이 같은 상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월배당 ETF의 주요 수요자라 할 수 있는 베이비부머의 퇴직이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60대로 접어든 1차 베이비부머는 705만 명, 50대 2차 베이비부머는 954만 명이다.
이 같은 ETF 중엔 ‘커버드콜’ 전략을 취하는 게 많다. 지난 6월 말 기준 20개의 커버드콜 ETF가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고, 순자산 규모도 3조4388억원에 이른다. 커버드콜은 주식과 채권 같은 기초자산을 매수하는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을 취하는 투자 기법이다. 기초자산에서 발생한 배당과 이자만 아니라 콜옵션을 매도해서 받은 프리미엄도 분배금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투자자에게 분배금을 더 많이 주려는 것이다.
또 하나 최근 눈에 띄는 건 연간 분배금 지급률 목표를 제시하는 ETF의 등장이다. 이들 ETF에 투자하는 투자자는 매달 분배금을 얼마나 받을지 예상할 수 있다. ETF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파생형 ETF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은퇴한 베이비부머에게 인기가 많아서 ‘부머 캔디’로 불린다. 이들 ETF 역시 주로 대형주에 투자하면서 동시에 해당 주식의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투자 손실을 일부 보전해 주는 버퍼형도 있다. 가령 손실 보전 비율이 10%인 버퍼형 ETF에 투자하면 기초지수가 10% 하락할 때까지는 원금을 지킬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해 연금액이 줄어들까 걱정하는 은퇴자들이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이처럼 월배당 ETF의 분배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많은 분배금을 주기 위해 파생상품을 활용하는 ETF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ETF가 제시하는 분배금 지급률만 보고 무턱대고 투자해서는 안 된다. 월배당 ETF에서 제시하는 분배금 지급률은 어디까지나 목표에 불과하고, 실제 지급률은 다를 수 있다. 분배금을 많이 지급하는 대가로 기초자산 가격의 상승으로 얻는 이익이 줄어들 수도 있다.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해 분배금이 줄어들 수도 있다.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ETF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특히 투자 대상 ETF의 과거 히스토리 즉, 분배금을 얼마나 꾸준하게 지급해 왔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분배금에 부과되는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세법은 국내 상장 ETF가 지급하는 분배금을 ‘배당소득’으로 보고 과세한다. 금융회사가 분배금을 지급할 때 배당소득세(세율 15.4%)를 원천징수한다. 그리고 ETF 분배금을 포함한 배당과 이자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는 경우 초과소득은 이듬해 5월에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종소세는 누진세율(6.6∼49.5%)이 적용돼 분배금 외에 다른 소득이 많은 투자자라면 세 부담이 확 늘어날 수 있다.
직장에서 퇴직한 은퇴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데, 이 또한 상승할 수 있다. 지역건강보험 가입자는 소득과 재산에 보험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자와 배당소득도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이다. 이자와 배당소득이 연간 1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지만, 1000만원을 넘으면 그해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 전체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를 합치면 보험료율이 약 8% 정도 된다.
세금과 건강보험료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연금저축펀드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연금계좌를 활용하면 된다. 연금계좌에 발생한 분배금은 연금소득으로 과세하는데, 금융회사에는 3.3∼5.5% 세율로 세금을 원천징수한다.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세율(15.4%)보다 세율이 낮다. 연금소득이 연간 1500만원이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과세 하지만, 이때도 종합소득세율(6.6∼49.5%)보다 낮은 단일세율(16.5%)을 적용할 수 있다. 연금계좌에서 발생한 연금소득은 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현재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소득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만,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소득에는 부과하지 않고 있다.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